더에듀 | 최근 스포츠계를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 선수들은 AI 로봇과 경쟁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과 공을 차는 걸까?”
바야흐로 ‘벌크업’의 시대다. 터질 듯한 이두박근, 첨단 데이터 분석으로 칼같이 조율된 식단, 그리고 분당 심박수까지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까지, 바야흐로 ‘기계적인 훈련’과 ‘강철 근육’이 지배하는 그라운드다.
하지만 우리는 첨단 과학 기술이 정점에 달한 이 시대에 오히려 아주 구식이고 아날로그적인 매력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인성(Humanity)’이다. 근육은 100미터를 10초에 주파하게 만들지만, 훌륭한 인성은 그 선수를 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주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스포츠 선수 육성 패러다임이 왜 ‘식스팩’에서 ‘마음의 근육’으로 이동해야 하는지, 역사적인 사례를 통찰함으로써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인생 역전’ 혹은 ‘인성 역전’의 서사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의 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간혹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친근하게 ‘네시(Nessi)’ 혹은 ‘축구의 신’이라 부르는 그 선수, 맞다. 바로 리오넬 메시다.
혹시 시간을 거슬러 그가 FC 바르셀로나 시절, 한국 방문 당시를 기억하는가? 사실 당시 메시는 극심한 피로와 독감 증세, 그리고 부상 위험까지 겹쳐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에이전트와 구단 수뇌부마저 “이번 경기에는 나서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며 만류했었다. 보통의 슈퍼스타라면 벤치에 앉아 수건을 목에 두르고 시크하게 손이나 흔들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메시는 달랐다. 그는 자신을 보기 위해 구름처럼 몰려든 한국 팬들의 눈빛을 외면하지 않았다. 독감 기운으로 붉어진 얼굴을 하고 그라운드에 나선 그는, 짧은 출전 시간 동안에도 그야말로 ‘성실함의 끝’을 보여주었다. 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며 대충 뛰는 법 없이 진심을 다했던 그의 모습은, 오늘날까지도 ‘월드클래스의 겸손이란 바로 이런 것’이라는 상징으로 회자되고 있다.
그의 인성 에너지는 멈추지 않고 흘러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최근 치러진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그는 최고의 활약으로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준결승에서 극적으로 대역전승을 거두고 디펜딩 참피온 아르헨티나를 다시 한번 결승으로 이끌었다. 그 서사의 중심에는 서른아홉의 노장 메시가 있었다.
이제는 전성기의 폭발적인 스피드나 탄탄한 허벅지 근육은 조금 줄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에겐 동료들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리스펙트(존중)’와 겸손의 리더십이 있었다. 후배 선수들이 “메시 형을 위해 한 발짝 더 뛰겠다”며 심장을 바치는 모습을 보며, 전 세계 축구 팬들은 근육보다 무서운 것이 바로 ‘덕(德)의 리더십’임을 똑똑히 목도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이 낳은 또 하나의 월드스타, 손흥민 선수의 비밀은 어디에 있을까? 그의 비밀 무기는 토트넘의 전술도, 화려한 양발 슈팅 능력도 아니다. 바로 아버지 손웅정 감독의 ‘품격(인성) 교육’에 있다.
손웅정 감독은 저서 『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를 통해 축구계에 거대한 일침을 놓은 바 있다. 그는 아들이 축구공을 잡기 전부터 “축구 선수로 성공하는 데는 실력보다 겸손과 예절의 인성이 먼저”라고 귀에 못이 박이도록 강조했다.
“네가 아무리 골을 많이 넣어도, 상대 선수가 쓰러져 있으면 공을 밖으로 걷어내라. 사람 위에 축구 없고, 축구 위에 사람 없다.”
손웅정 감독의 교육 철학은 단순하다. 화려한 근육과 기술은 세월이 흐르면 시들지만, 인간을 대하는 태도는 늙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아들이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이 되었을 때도 “흥민이는 절대 월드클래스가 아니다”라며 아들의 어깨에 들어갈 힘(위세)를 장인정신으로 빼주었다. 이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겸손 레이더’ 덕분에 손흥민은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장이 되었다.
영국 현지 매체나 관람객들의 증언에 따르면, 손흥민은 경기장에 들어설 때 청소 노동자, 잔디 관리인, 심지어 상대 팀 마스코트 어린이에게까지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넨다고 한다. 기계적인 훈련으로 키워진 선수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예의’를 먼저 배운 선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자연스러운 아우라라고 할 것이다. EPL의 거친 수비수들이 손흥민을 걷어찼다가도 미안해서 안아주는 명장면들은 바로 이 ‘인성 교육’의 힘에서 나온다.
그렇다면 하필 왜 지금 인성교육인가? 오늘날의 청소년 스포츠, 혹은 엘리트 선수 육성 시스템을 보면 한숨이 나올 때가 많다. 어려서부터 “옆에 있는 친구를 밟고 올라가야 네가 성공하고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약육강식의 논리만 배운다. 헬스장에서 근육을 찢어가며 단백질 보충제를 들이켜는 법은 배우지만, 동료가 좌절했을 때 마음을 위로하는 법은 배우지 못하는 것이다.
그 결과는 참혹하다. 최근 청룡기 야구 경기장에서 서울의 모 고등학교가 경기를 이기고 있는 가운데서도 8회에 보여준 상대 팀에 대한 역사 왜곡과 지역 비하 및 조롱은 그 한 가지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
그밖에 실력은 좋은데 인스타그램 DM으로 사고를 치는 선수, 경기 분위기가 안 풀린다고 감독에게 물병을 던지는 선수, 팀이 연패에 빠졌는데 나만 연봉 많이 받으면 장땡이라는 ‘이기주의 근육맨’들이 속출하고 있다.
스포츠 심리학의 대가이자 『마인드셋』의 저자 캐럴 드웨크(Carol Dweck)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재능과 체격 조건(근육)만 믿는 ‘고정 마인드셋’의 선수들은 슬럼프가 오면 쉽게 무너지지만, 노력과 인성, 태도의 가치를 믿는 ‘성장 마인드셋’의 선수들은 위기 속에서 더 단단해진다고 한다.
이제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 한다. 운동장에서 아이들에게 “야, 스쿼트 100개 더 해!”라고 소리치기 전에, “오늘 네 짝꿍이 패스 미스 했을 때 어떤 표정을 지었니?”라고 물어봐야 한다. 또한 벤치에 앉아 있는 후보 선수들의 땀방울을 존중할 줄 아는 선수가 결국 큰 경기에서 팀을 구하는 법이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선수들의 인성을 키울 것인가? 필자는 과거 운동부들을 육성하던 학교의 관리자 경험을 통해 전국 학교 운동부와 프로 구단에 획기적인 ‘마음 헬스클럽(Mind Fitness)’ 도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1단계로 ‘겸손 덤벨’ 들기다.
하루 훈련이 끝나면 모두가 모여 오늘 내가 동료에게 고마웠던 점 세 가지를 발표하게 지도한다. 고마움을 모르는 근육은 그저 멧돼지의 힘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다.
둘째, 2단계로 ‘감정 유산소 운동’이다.
심한 반칙을 당했을 때 화를 내는 대신, 마음속으로 세 번 웃고 심판에게 젠틀하게 어필하는 훈련이다. 욕설이 튀어나오려고 할 때마다 사탕 하나를 입에 넣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셋째, 3단계로 ‘손웅정식 초심 런닝머신’이다.
자신이 조금 잘 나간다고 생각될 때마다, 과거 올챙이 시절의 힘들었던 훈련 일지를 읽으며 정신적 균형을 잡는 교육 방식이다.
유능한 선수는 경기에서 이기지만, 위대한 선수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다. 서두에서 밝힌 것처럼 독감의 고통 속에서도 한국 팬들을 위해 달렸던 메시의 성실함, 그리고 2026년 마침내 고령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감동을 안긴 그의 리더십, 아버지가 물려준 ‘겸손의 회초리’를 가슴에 품고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손흥민. 이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체육 교육의 궁극적인 목적은 강철 같은 로봇을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라는 아름다운 도구를 통해 ‘더 나은 인간’을 만드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운동부 지도자와 학부모들께 호소하고자 한다. 아이들의 허벅지 두께를 재기 전에, 그들의 마음속에 ‘겸손과 예절’이라는 보이지 않는 근육이 얼마나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지 먼저 살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아마추어든 프로 선수든 근육이 울부짖으며 한계를 돌파할 때, 선수의 인성이 화사하게 웃을 수 있는 그런 고품격 스포츠 현장을 상상해 본다. 조만간 모든 그라운드에서 혐오와 욕설 대신, “나이스 패스, 형(언니)!” 혹은 “괜찮아, ○○야, 내가 메꿔줄게!”라는 아름다운 외침으로 청각적 힐링이 가득 차길 기대하고 응원하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