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Q] 교육부는 언론의 정책질의에 답할 의무가 없을까?

  • 등록 2026.09.08 10: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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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정원’ 질의에 회신도 지연 안내도 無…재문의엔 “서면으로 답할 이유 없다”
‘취재질의 답변 의무’ 명문규정은 찾기 어려워…정식 질의 민원, 7~14일 내 처리
공무원법은 ‘성실’·‘친절·공정’ 의무 규정…법적의무 넘어 정책설명 책임 어디까지

 

더에듀 윤철순 기자 기자 | “서면으로 답할 의무가 없다.”

 

교육부 교원정원 담당자가 <더에듀>의 정책질의에 답하며 한 말이다. “하나하나 답변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말도 이어졌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교육부는 언론의 정책질의에 답할 의무가 없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기자가 묻는 모든 질문에 정부 공무원이 반드시 서면으로 답해야 한다는 법 규정은 확인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정부가 정책을 설명할 책임까지 없는 것일까. <더에듀>가 실제 겪은 취재 과정을 따라가며 이 질문을 따져봤다.

 

Q1. 더에듀는 교육부에 무엇을 물었나

<더에듀>는 지난 2일 교육부에 ‘교원 정원 산정 구조’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다. 보건·영양·전문상담·사서교사 등 이른바 ‘비교과교사’의 정원이 일반 교과교사 정원과 어떤 관계로 결정되는지, 비교과교사가 늘어나면 교과교사가 줄어드는 이른바 ‘제로섬’ 구조인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앞서 <더에듀>가 보도한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는 왜 교사일까’ 기사 이후 교과교사와 비교과교사의 정원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진 데 따른 후속 취재였다.

 

질의서를 보내기 전 담당 부서에도 연락했다. 처음에는 교육부 대변인실에 문의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이후 해당 담당자가 다시 연락해 장·차관 관련 사안이 아닌 정책 답변은 실무부서에서 할 수 있다며 질의서를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다.

 

<더에듀>는 이에 따라 질의서를 보냈다. 답변 요청 시한도 적었다. 다만 해당 시한까지 답변이 어렵다면 가능한 회신 일정을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요청한 날까지 답변은 오지 않았다. 답변이 늦어진다는 안내도 없었다.

 

Q2. 다시 물었더니...

<더에듀>는 지난 7일 교육부에 다시 연락했다. 교원정원 담당자는 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교사의 세부 내용은 각각 관련부서에 문의하라며 담당자와 연락처를 안내했다. 이에 <더에듀>는 안내받은 담당자들에게 추가 확인을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이후 교원정원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해 당초 질의한 정원 산정 구조를 물었다. 이 과정에서 담당자는 서면 답변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서면으로 답할 이유는 없는 것 같다. 서면으로 자세히 요청받은 적이 없다.”,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전화로) 말할 수 있지만 하나하나 답변하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런데 전화로 질문을 이어가자 답이 나왔다. 담당자는 교과와 비교과 정원에 대해 “비교과와 교과는 무관하다. 비교과 내에서도 다르다”고 했다. ‘비교과교사 증가가 교과교사 감소로 직접 이어지는지’를 재차 묻자 “그것도 마찬가지”라고 답했다. 또 “제로섬 구조도 아니다”며 각각 별도로 정원을 산정한다고 설명했다.

 

<더에듀>는 이를 토대로 지난 7일 “[단독] ‘비교과 늘면 교과 줄어든다?’…교육부 ‘제로섬 구조 아냐’”를 보도했다. 적어도 전화로 설명할 수 있는 답은 있었던 셈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답이 있었느냐’에서 한 단계 옮겨간다. 정부부처는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한 언론 질문에 어디까지 설명할 책임이 있는가.

 

Q3. 법에는 ‘기자에게 답하라’고 돼 있나

취재질의와 법률상 민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더에듀>가 확인한 범위에서 정부 공무원이 기자의 모든 취재질의에 반드시 답하거나, 기자가 정한 시한까지 서면으로 회신하도록 직접 규정한 법 조항은 찾기 어렵다.

 

언론이라는 이유만으로 행정기관에 답변을 강제할 특별한 권한이 생기는 것도 아니다. 기자가 “이날까지 답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해서 그 시한 자체가 행정기관의 법적 처리기한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은 ‘질의민원’이라는 제도를 별도로 두고 있다. 법령·제도·절차 등 행정업무에 관해 행정기관의 설명이나 해석을 요구하는 걸 질의민원으로 규정한다.

 

시행령은 행정기관이 질의민원을 접수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법령에 관한 설명·해석은 14일, 제도·절차 등 그 밖의 사항에 관한 설명·해석은 7일 이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소관이 다른 민원문서를 받은 경우 이송에 관한 절차도 마련돼 있다.

 

다만 여기서 선을 그어야 한다. 기자가 담당 공무원에게 취재 목적으로 이메일을 보냈다는 사실만으로 그 질의가 민원처리법상 정식으로 ‘접수된 질의민원’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번 사안을 두고 교육부가 민원처리법상 처리기한을 어겼다고 주장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 그럼에도 이 법은 한 가지 기준을 보여준다.

 

국민이 행정기관에 법령과 제도, 절차에 대한 설명을 정식으로 요구하면 행정기관은 이를 처리하는 체계를 갖추도록 국가가 법으로 정해 놓았다는 점이다.

 

Q4. 공무원에게는 어떤 의무가 있나

국가공무원법도 살펴봤다. 제56조는 모든 공무원이 법령을 준수하며 ‘성실히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59조는 한 걸음 더 나간다. 공무원은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물론 이 조항을 근거로 “그러므로 기자의 모든 질문에 반드시 답해야 한다”고 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 성실의무와 친절·공정 의무는 공무원의 기본적인 복무의무이고, 개별 취재질의에 대한 답변 방식과 시한을 직접 정한 규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시 질문이 남는다. 법률상 강제되는 최소한의 의무와 공직자가 국민에게 져야 할 설명책임은 완전히 같은 것일까.

 

Q5. 부서가 다르면 기자가 찾아다녀야 하나

이번 질의에서 교육부는 비교과교사별 담당 부서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보건·영양·사서·전문상담교사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가 각각 나뉘어 있다는 것이다.

 

업무가 전문화된 중앙부처에서 담당 부서가 나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각 직종의 법적 근거와 업무도 다르다. 그러나 <더에듀>가 물었던 핵심은 개별 교사 업무가 아니었다.

 

국가 전체 교원정원을 어떤 구조로 산정하고, 교과와 비교과 정원이 서로 어떤 관계를 갖는지를 묻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교원정원 담당자와 통화하자 “별도 산정한다”, “제로섬 구조가 아니다”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여기서 또 하나의 질문이 생긴다. 국민이나 언론이 정부정책의 구조를 물을 때 필요한 답을 얻기 위해 정부 조직도를 들여다보며 여러 부서를 직접 찾아다녀야 하는가. 아니면 정부 내부에서 필요한 내용을 확인해 설명하는 게 중앙부처의 역할인가.

 

행정기관의 내부 업무분장은 국민에게는 보이지 않는다. 국민에게 교육부는 하나의 교육부다.

 

Q6. ‘답변 의무 없음’과 ‘설명책임 없음’은 같은 말일까

언론에도 지켜야 할 선은 있다. 취재를 이유로 공무원에게 무제한의 자료 제출을 요구할 권리는 없다. 기자가 정한 시간까지 반드시 답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

 

자료가 없을 수도 있다. 공개할 수 없는 내용도 있을 수 있다. 여러 부서의 확인이 필요해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그럴 때 행정기관이 할 수 있는 답은 많다. 자료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된다. 공개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설명하면 된다.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리면 된다. 소관 부서가 다르면 어느 부분을 어디에 확인해야 하는지 설명하거나 내부 협조를 거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질의서를 보내달라는 안내에 따라 보냈지만 요청일까지 답변도, 회신이 늦어진다는 안내도 없었다. 다시 연락한 뒤에야 여러 담당 부서를 안내받았고, 정원 담당자는 서면으로 답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화에서는 당초 질문의 핵심에 답했다. 그래서 <더에듀>가 묻는 건 ‘기자에게 특권을 달라’는 게 아니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국가기관에 그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할 책임이 있느냐는 것이다.

 

Q7. 결국 누구에게 답하는 것인가

교육부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중앙부처다. 교육부가 결정하는 정책은 수백만 학생과 학부모, 수십만 교원의 학교생활과 직결된다.

 

정책을 만드는 건 국가가 부여한 권한이다. 그런데, 그 정책이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설명하는 건 그 권한과 완전히 떼어놓고 볼 수 있는 문제인가.

 

언론의 질문 뒤에도 결국 독자가 있다. 이번 질문 역시 기자 개인의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한 게 아니었다. 비교과교사가 늘어나면 교과교사가 줄어드는지를 놓고 학교현장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었고, 그 사실관계를 독자에게 설명하기 위해 담당 정부부처에 물은 것이다.

 

교육부 담당자의 ‘설명’ 덕분에 적어도 하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교육부가 설명하는 정원 산정 구조에서는 교과와 비교과를 직접 맞바꾸는 ‘제로섬’ 방식으로 정원을 결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답은 결국 기사로 공개됐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설명할 수 없었던 내용은 아니었다. 여기에서 <더에듀 Q>의 마지막 질문을 남긴다.

 

법에 ‘기자의 질문에 답하라’는 문장이 없으면 정부는 답하지 않아도 되는가.

 

법률상 의무만을 묻는다면 답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성실하고 친절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하는 공직자의 책임까지 묻는다면 답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거창하지 않다. 물으면 설명하고, 당장 설명할 수 없다면 그 이유를 알리고, 시간이 필요하면 기다려 달라고 하면 된다.

 

‘답해야 할 법적 의무가 있는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책임이 있는가’가 아닐까. 그 답은 교육부가 해야 한다.

윤철순 기자 desk@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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