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이슈] 55년 교육재정 바꾸면서 국민 의견은 단 ‘4일’…정부가 급했던 건 ‘9월3일 제출’

  • 등록 2026.09.08 14:15:34
  • 댓글 0
크게보기

교부금 내국세 연동 폐지하는 개정안, 통상 40일 입법예고를 나흘로 단축
교육부는 ‘긴급사유’ 체크…법제처 문서엔 “예산안과 함께 9월3일까지 국회 제출”
좋은교사운동 “정부 일정 맞추기 위해 국민 의견수렴 줄여”…절차적 정당성 논란

 

더에듀 전영진 기자 | 55년간 이어온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산정방식에 대한 교육계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정부가 국민에게 관련 의견을 낼 수 있도록 준 시간이 단 4일에 불과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8일 사단법인 ‘좋은교사운동’이 교육부와 법제처 등에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 확보·공개한 ‘관계 기관 의견회신기간 및 입법예고기간 단축사유서·확인서’를 분석한 결과 실제 교육부는 지난달 24일부터 28일까지 단 4일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한 이유로 정부는 ‘긴급한 사정’을 들었다. 그런데 정부가 작성한 문서를 들여다보면 뭐가 그리 급했는지가 드러난다. 여기엔 “법률 개정안을 예산안과 함께 ‘26. 9. 3.(목)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라는 문장이 등장한다.

 

이는 국민 의견을 충분히 듣기 어려울 만큼 갑작스러운 외부 상황이 발생했다는 설명이 아니다. 정부가 정한 국회 제출 일정을 맞추기 위해 입법예고기간을 줄였다는 내용이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은 확보한 자료를 공개하며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를 제기했다. <더에듀>가 해당 정부 문서를 직접 확인한 결과도, 이번 개정은 단순한 조문 정리가 아니었다.

 

정부는 1971년부터 유지돼 온 내국세 연동 방식 대신 전년도 교부금에 경제성장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교부금 규모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한다. 교육부 스스로 단축사유서에서 기존 내국세 연동 방식을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개편한다고 밝혔다.

 

법제처 문서도 전년도 교부금에 국내총생산(GDP) 변화율과 학령인구 변화율을 반영하고, 산정된 교부금이 전년보다 적으면 국가가 차액을 보전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라고 적었다. 교육재정의 근간을 바꾸는 제도 개편인 셈이다.

 

그런데 국민 의견을 듣는 기간은 나흘이었다. 행정절차법상 입법예고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40일 이상이다. 관계기관 의견회신기간 역시 법제업무 운영규정에 따라 10일 이상을 두는 게 원칙이다.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법제처장과 협의해 이를 줄일 수 있다. 이번에도 정부는 이 예외절차를 밟았다.

 

따라서 입법예고기간을 4일로 줄였다는 사실만으로 위법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제는 정부가 제시한 ‘특별한 사정’이 무엇이었느냐다. 교육부는 단축사유서의 다섯 가지 사유 가운데 ‘신속한 국민의 권리 보호 또는 예측 곤란한 특별한 사정의 발생 등으로 긴급을 요하는 경우’에 표시했다.

 

 

국민 의견 시간 '10%'로 줄인 ‘특별한 사정’이란?

그러나 이어지는 구체적 사유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나 국민 권리를 긴급히 보호해야 할 사정이 등장하지 않는다.

 

교육부가 적은 이유는 ▲2027년도 세입예산안 부수법률안으로 국회에 제출해야 하고, ▲개정안에 따라 2027년 교부금 규모를 결정해 시·도교육청이 10월 중 예산을 편성해야 하며, ▲미래대응기금법·국가재정법 등 패키지 법안에 대해 이미 관계부처 협의를 거쳤다는 것이다.

 

법제처의 확인서는 한층 명확하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을 2027년 세입예산에 부수되는 법률안으로 보고, 예산안과 함께 정기국회에 제출될 수 있도록 신속한 입법절차가 필요하다며 “9월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여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해 4일 입법예고에 협의했다고 명시했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정부가 맞춰야 할 일정이 국민이 의견을 낼 시간을 1/10인 40일에서 4일로 줄일 만큼 ‘특별한 사정’이었느냐는 것이다. 더구나 교육부는 단축 사유 가운데 하나로 관련 패키지 법안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를 이미 거친 바 있음”도 들었다.

 

그러나 관계부처 협의와 국민 의견수렴은 역할이 다르다. 정부 부처끼리 의견을 맞췄다는 사실이 교사·학부모·교육청 등 정책 당사자가 의견을 제시할 시간을 줄여도 된다는 이유가 될 수 있는지는 별개 문제다.

 

좋은교사운동은 이를 두고 “제출일을 먼저 정해 놓고 예고기간을 거기에 맞춘 것”이라며 “정부 본인들의 일정을 맞추기보다 국민의 권리 보호에 신속히 나서야 한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단축사유서에 해당 법률이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표현한 걸 두고도 문제를 제기했다. 예산부수법안 지정은 국회법에 따라 국회의장이 국회예산정책처의 의견을 들어 결정하는 만큼 정부가 지정 여부를 미리 전제해 입법예고 단축 근거로 삼는 게 타당하냐는 것이다.

 

실제 기획예산처가 작성한 미래대응기금법 단축사유서에는 해당 법률이 “2027년도 예산안의 세입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예정”이라고 적혀 있다.

 

다만 이 표현만으로 정부가 국회의장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향후 국회의 예산부수법안 지정 과정과 정부 측 설명을 추가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이 필요한지 여부는 별도로 논쟁할 수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기존 내국세 연동방식을 유지하는 게 적절한지, 새로운 산정방식이 지방교육재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만들지도 따져야 한다.

 

그러나 정책 내용의 타당성이 입법 절차의 정당성을 대신하지는 않는다. 55년간 유지한 교육재정의 근간을 바꾸면서 국민에게 허용한 의견제출 기간이 단 4일이었다면 정부가 먼저 설명해야 한다.

 

왜 40일을 보장하기 어려웠는가. 왜 법안을 더 일찍 준비하지 못했는가. 그리고 왜 정부가 정한 ‘9월3일 국회 제출’ 일정이 국민의 의견을 들을 시간보다 우선해야 했는가.

 

정부 문서에는 4일로 줄인 행정절차는 기록돼 있다. 그러나 왜 국민에게 나흘이면 충분했는지에 대한 답은 없다.

전영진 기자 yz@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25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