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한국에 올 때는 꿈을 꾸며 왔지만, 돌아갈 때는 관 속에서 나가고 싶지 않습니다.”
최근 지상파 방송을 타고 전국적으로 전해진 뉴스에 등장한 이주 노동자 권리 구제 집회에서 울려 퍼진 이 절규는 2026년 대한민국이 마주한 가장 부끄러운 민낯이다.
지난 5월 1일 노동절을 법정 공휴일로 맞이한 것은 우리 사회에서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의미를 새롭게 다지는 기회가 되었다. 특히나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곳에서 이 나라 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이주 노동자들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전 세계가 K-컬처의 화려함에 열광하고, 우리가 선진국 반열에 올랐음을 자부하는 사이, 우리 경제의 하부 구조를 지탱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현대판 노예제’라 불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죽음과 맞바꾼 노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주 노동자의 인권 문제는 이제 시혜적 차원의 복지를 넘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존립 근거와 품격을 결정짓는 법적·제도적 생존권의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2020년 12월, 경기도 포천의 한 비닐하우스 숙소에서 추위를 견디다 못해 사망한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고(故) 속헹 씨의 비극을 말이다. 당시 영하 18도의 한파 속에서 그가 머물던 곳은 난방조차 되지 않는 가설 건축물이었고, 이는 우리 사회에 이주 노동자 주거권의 처참한 현실을 폭로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21년 시행한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농·축산업 이주 노동자의 70% 이상이 컨테이너나 조립식 패널 등 가설 건축물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을 숙소로 제공하면서 고액의 숙식비를 임금에서 공제하는 기만적이고 야만적인 구조는 명백한 인권 유린이라 할 것이다. “잠을 자는 곳이 목숨을 위협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의 대가는 안전한 휴식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는 이 나라 국민의 가슴을 후비는 수치이자 부끄러움으로 남았다.
이주 노동자들이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다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현장을 떠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고용허가제(E-9)’ 내 사업장 변경 제한 조항에 있다. 현행법상 이주 노동자는 사업주의 승인 없이는 직장을 옮길 수 없다. 이는 폭언, 폭행, 심지어 성추행이 발생해도 노동자가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구조적 굴레를 형성하고 있다.
진웨준(陈伟俊)의 저서 ‘사람 공부’에서 영웅들이 인재를 얻기 위해 그들의 마음을 샀던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의 제도는 법으로 노동자의 발을 묶어 ‘강제 노동’을 정당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으나(2021헌마1135), 국제노동기구(ILO)는 지속적으로 대한민국에 강제 노동 금지 원칙 준수를 권고하고 있다. 노동자를 ‘도구’가 아닌 ‘사람’으로 대우하는 첫걸음은 ‘사업장 변경의 자유‘를 원칙적으로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선진국이 된 대한민국은 과거 임기응변식 대책이 아닌, 이주 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획기적인 정책 실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이주 노동자 주거 표준법’ 제정 및 강제화가 요구된다.
비닐하우스 내 컨테이너 숙소 제공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 일정 기준 이상의 주거 시설을 갖추지 못한 사업주에게는 고용 허가를 취소하는 강력한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해야 한다. 국가와 지자체는 공공 기숙사를 건립하여 안전한 주거를 보장하고, 이를 통해 이주 노동자가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안착하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노동권 행사를 위한 디지털 소통 플랫폼의 구축이 필요하다.
언어 장벽은 인권 침해의 주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 차원에서 다국어 지원이 완벽하게 구현된 실시간 신고 및 상담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 특히 AI를 이용한 통번역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부당한 지시나 폭언을 즉시 채증하고 법적 효력을 갖게 하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할 것이다.
셋째, 인종차별 금지 및 ‘상생 고용 지원금’ 확대가 요구된다.
이주 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인권 교육을 의무화하고, 인권 존중 및 안전 기준을 초과 달성한 우수 기업에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지원금을 제공해야 한다. 처벌 중심에서 상생의 이익을 주는 방향으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우리는 노동력을 불렀으나, 온 것은 사람이었다.”
독일의 작가 막스 프리쉬(Max Frisch)는 1960년대 유럽의 이주 노동자 상황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지방의 농촌, 3D 업종의 공장, 건설 현장은 이들 없이는 단 하루도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이 나라 현실이다. 그런데 이들이 겪는 피눈물을 외면하는 것은 결국 우리 경제의 기초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며, 인류 보편의 가치를 저버리는 국가적 자살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결론적으로 이주 노동자의 인권은 우리 자신의 거울이라 할 것이다. 이주 노동자가 맞지 않고 일할 권리,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요구하며 거리로 나서는 것은 그들이 특별한 혜택을 달라는 것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존엄을 지켜달라는 처절한 몸부림이다.
우리가 이들의 목소리에 응답할 때, 대한민국은 진정한 선진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이주 노동자의 안전이 곧 우리 이웃의 안전이며, 그들의 인권 수치가 곧 우리 민주주의의 성적표라 할 수 있다. 5월, 모든 생명이 생동하는 이 계절에 이주 노동자들의 삶에도 따뜻한 인권의 봄볕이 들기를 기대한다.
이제 국가는 더 이상 방관자가 아닌, 가장 낮은 곳에서 일하는 이들의 든든한 방패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노동의 참가치를 교육하고 이주 노동자가 웃으며 일할 수 있는 나라, 그곳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정의로운 대한민국임을 어려서부터 학교 교육 과정에 반영해 더욱 철저하게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 인간에 대한 존엄을 가르치는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