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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린의 THE교육] 현장체험학습, ‘진짜 교육’이 되려면

 

더에듀 | 현장체험학습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면 안 된다”는 발언에 교직사회의 큰 반발이 있었다. 뒤이어 ‘학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다시 묻고 답할 때’라는 학부모단체의 환영 논평과, ‘미비한 제도를 지적하면서 정작 본질을 회피하고 있지 않은가, 무리한 민원을 다룰 힘과 권위가 상실된 상황을 교사들이 자초한 것은 아닌가’ 하는 모 교수의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나쁜 취지로 이야기하는 사람은 없겠으나 의미 있는 사회적 논의로 발전하고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현장체험학습 필요성의 근거는 ‘학생들이 좋아하고 원한다, 추억을 쌓는다, 새로운 경험을 해 본다’ 정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그것이 오늘날의 교사들에게 ‘애들이 한 번씩 나가서 콧바람도 좀 쐬고’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나 또한, 교육에 대한 고민 없이 학습을 논하는 현 상황에서 도대체 이 사회가 현장체험학습을 통해 무엇을 가르치고 배우게 하고 싶은 것인지가 잘 보이지 않는다.

 

학습이라기보다 여가에 가까운 활동에서 사고라도 나면 직을 잃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책임소지를 면하기 위해 해야 하는 잡무들은 한둘이 아니며, 그 과정에서 민원은 또 개별적으로 감당해야 하니 교사들의 불만이 제기되는 것이다.

 

교사인 나의 관점에서 ‘교육적인 현장체험학습’은, 교과전문가의 관점에서 체험학습과 교과의 지식·기능을 효과적으로 연결해 가르치는 것은 별개로 하더라도,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평소에 어울리지 않았던 친구와 짝꿍이 되어 버스에 앉아보고, 친하지 않은 친구와 한방을 써 보고, 먹지 않았던 것을 먹어보고, 밖에서 불편함을 참으며 질서를 지키는 연습을 하고, 그 과정에서 필요하다면 훈육이 진행될 수 있으며 이것이 교육주체 간에 충분히 양해되는 것. 그럼으로써 더불어 사는 법을 몸으로 익히고 연습해 보는 것.

 

그러나 오늘날의 현장체험학습은 어떠한가? 교육적 시도가 아닌 만족이 목적이다.

 

버스 자리부터 누구랑 앉게 해달라 혹은 바꿔 달라는 요구가 들어오고, 잠자리가 편해야 하니 호텔방 배정 또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조합을 어떻게든 구상해야 하며, 점심 메뉴를 둘러싼 민원이 하도 많으니 학생들이 좋아할 것 같은 메뉴만 선정하거나 프랜차이즈 뷔페를 선택하고 있다. 혹시 모를 안전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버스 연식이나 타이어 마모를 체크하고 운전기사 음주측정기를 들고 다니는 등 여행사 수준의 업무는 덤이다.

 

대체 이 과정의 어느 것이 교육적일 수 있을까. 이러니 교사 입장에서는 ‘시대가 변해 가정에서 여행을 잘 다니는데, 굳이 학교가 현장체험학습을 추진할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팔이 안으로 굽는 것이라면 할 말 없지만, 학교에서 추진하는 체험학습이나 여행사를 통해 가는 여행이나 다를 게 없으니(심지어 여행 서비스의 질은 여행사가 압도적일 수밖에 없다) 어느 교사가 필요성을 느낄 수 있을까.

 

초등교사노조에서 전국 2만 1918명의 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해 지난 4일 발표한 ‘초등학교 현장체험학습 운영 및 개선방안 설문 결과’에 따르면, 현장체험학습의 안전하고 원활한 운영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도입/확대되어야 할 지원으로 92%의 교사가 ‘법적 안전장치(사고 발생 시 교사의 면책권)’를 꼽았다.

 

당장 시급한 현실적인 요구이지만 내가 의문인 것은, 설령 법적 안전장치가 완비되더라도, 예산과 인력이 충분히 지원되더라도, 행정업무가 경감되더라도 지금 같은 구조에서 현장체험학습을 나간다 한들 교육적 의미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에게 정말 시급한 것은 ‘학교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복원이 아닐까 싶다.

 

교육수요자의 만족도가 우선시되는 풍토 속에서, 현장체험학습은 이미 거대한 ‘서비스 상품’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교육이 교육으로 기능할 수 있는 최소한의 권위와 신뢰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더라도 현장체험학습은 공허한 구호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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