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본지는 지난 8 일 미국의 교육 전문지 주간 교육(Education Week)의 보도를 인용해 “미국 교사들, 수학 학습 가장 큰 걸림돌 '분수' 꼽아” 제하의 기사를 보도했다.
미국 주간 교육지는 이를 포함해 지난 4~5일에 걸쳐 중등 수학 관련 기획 특집을 보도했다. 산하 에드위크 연구소(EdWeek Research Center)의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관련 사례를 취재한 이 기획은 미국 중등 수학의 위기를 조명하고 있어 본지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다.
중등에서 수학 더 어려워하고 빈부 격차도 커져
에드위크 연구소는 게이츠 재단의 후원으로 134명의 교육구 선도 교사, 85명의 관리직, 510명의 교사 등 총 729명의 교원을 대상으로 올 1월 28일~3월 5일까지 온라인으로 설문을 시행했다.
설문 결과에 따르면 학생들이 수학에 큰 어려움이나 매우 큰 어려움을 겪는 비율은 중학교(6~8학년, 44%) 단계에서 가장 높았다. 이어 고교(9~12학년, 40%), 초등 고학년(3~5학년, 34%), 초등 저학년(유치원~2학년, 19%) 순이었다.
텍사스대 오스틴의 수학 교육 연구소인 데이너 센터(Dana Center)의 교육체제 개선 디렉터인 케이티 애링턴(Katey Arrington) 박사는 충분히 예견할 만한 결과라고 평했다. 중학교 수학은 초등의 기초적 연산을 벗어나 절차적 유창성과 개념에 대한 이해를 동시에 필요로 하는 더 복잡한 문제 해결이 시작되는 단계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시기에 수학 불안이 자리 잡기 쉬우므로 교사는 학생에게 자신감을 주고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동시에 지금 배우는 내용이 일상에서 하는 의사결정에 관련된다는 걸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빈부 격차도, 성적 향상 압박도 중등 더 높아
중등은 수학이 어려워질 뿐 아니라 수학 성취의 빈부 격차도 더 커지는 시기다. 위 응답을 학생 과반이 급식 지원 대상인 저소득층에 해당하는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로 나눠봤더니 고학년의 격차가 더 컸다.
초등 저학년은 저소득층 학교와 그렇지 않은 학교에서 수학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각각 26%와 9%로 17% 차이에 그쳤지만, 고교에서는 53%와 22%로 격차가 31%까지 벌어졌다.
수학 성취도 향상에 대해 ‘많은’ 압박을 느끼는 교사도 초등 저학년에서는 34%였지만, 초등 고학년(50%), 중학교(51%), 고교(48%)에서는 절반에 가까웠다.
성적 향상에 대한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학교 내부 평가 결과 수학 성취도가 낮기 때문(49%)이었다. 이어 ▲성취도 개선 지지부진(39%) ▲국가수준 성취도 평가에서 낮은 점수(36%) ▲상위 학년 교사들이 기초 기능을 습득하지 못하고 올라온다고 불평해서(33%) ▲교육구 당국의 압박(33%) ▲주 단위 책무성 정책에 대한 우려(30%) ▲관리자가 주는 부담(28%) 등이 뒤를 이었다.
흥미 상실하거나 불안 커지면서 수학 포기
중등 수학 교육에서 경험하는 두드러지는 어려움을 꼽으라는 질문에 교사들은 결석(52%)과 교과 학습에 대한 흥미 상실(52%)을 가장 많이 꼽았다. 수학 불안(49%)이 근소한 차이로 뒤를 이었다.
애링턴 박사는 “학생들이 수학에 그렇게 많은 불안을 느끼는 것은 실생활에 연관성을 느끼지 못해서”라며 “이런 어려움에 대응하기 위해 수학이 규칙과 공식의 더미가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도구라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이런 ‘흥미’와 ‘실생활 연관성’을 제공하기 위해 요즘 교사들이 시도하는 하나의 접근은 AI 챗봇을 활용한 학생 맞춤형 문제 생성이다.
AI 챗봇 이용한 맞춤형 학습 시도...생각보다 효과 안 나타나
캘리포니아주의 풀러턴(Fullerton) 라비스타고(La Vista High School)에 근무하는 알 라바네라(Al Rabanera) 교사는 챗지피티와 제미나이를 이용해 학생들이 관심이 있어 하는 취업 시장에 통계적 개념인 변화율을 적용한 문제를 만들도록 했다. 챗봇은 미국 노동부의 통계를 이용해 학력, 성별, 주급의 중앙값 등의 상관에 관련된 문제를 만들 수 있게 도왔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생성형 AI 챗봇을 일찍부터 학습에 활용한 칸 아카데미는 학생의 개인적 관심사를 학습 지도에 활용하는 기능을 폐기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었는데, 우선 특정 관심사에 관련된 문제를 생성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학생들은 문제 생성에 5초 이상이 걸리면 사용을 중단했다.
시간의 문제는 기술 발전과 시스템 개선을 통해 극복할 수 있지만, 더 큰 문제는 학생들이 관심이 있어 하는 내용으로 문제를 만들어도 학생의 이해나 심지어 참여도 개선에 큰 영향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AI가 만든 ‘실생활’ 문제, 실생활과 너무 동떨어져
또한, 이렇게 생성된 문제가 학생의 관심사와 수학을 연결해도, 실제 상황과 너무 동떨어져 있거나 학생 관심사와 관련된 말만 넣었지 그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티가 나기도 한다는 문제도 생겼다.
아칸소주의 제노아중(Geno Junior High)에 근무하는 레슬리 브라운(Leslie Brown) 교사는 마블 슈퍼히어로를 갖고 문제를 만들었더니 남학생들이 “토르의 망치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아요”라면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캔디스 워킹턴(Candice Walkington) 서던메소디스트대 교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공연 참석자 중 입장 3분 후와 5분 후 시점을 비교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배지를 달고 있는지 계산해 보라는 문제를 만들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그런 것은 파악하지 않는다는 예를 들었다.
주간 교육지는 또 다른 예로 슈퍼스타 올리비아 로드리고(Olivia Rogrigo) 공연에 9명이 참석하는 말도 안 되는 문제를 올리비아 로드리고의 팬인 학생에게 내거나, 매 주말 밴드 공연을 보러 가는 학생에게 음량이 400데시벨이 된다는 불가능한 설정을 내주는 경우를 들었다.
근본 원인은 기초 기능 학습 부실
흥미와 실생활 적용 가능성만 제시해서 학습이 개선되지 않는 큰 이유는 근본적인 원인이 이미 한참 뒤떨어진 기초 학습에 있기 때문이다. 앞선 보도처럼 교사들이 수학 학습 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꼽는 것은 분수(90%) 개념을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분수만이 문제는 아니었다. ▲대수의 기초 개념(85%) ▲기초 연산의 유창성 ▲공간 추론(80%) ▲수 개념(79%) ▲기초 기하학(72%) ▲그래프(70%) 등 다양한 기초 기능 또는 개념 학습이 부실해서 수학 학습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답도 많았다.
주간 교육지와 인터뷰를 통해서도 교사들은 학생들이 분수 연산, 음수 덧셈과 뺄셈, 구구단, 소수점 계산 등 기초적인 기능에서 어려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일부 교사들은 코로나19 팬데믹 학습 손실의 영향을 언급했다. 현재 중학생들이 팬데믹 당시 이런 기초 기능을 익히는 2, 3, 4학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 학계에서는 이전부터 이런 기초 기능 격차를 우려해 왔다고 로빈 코딩(Robin Codding) 노스이스턴대 심리학과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수학은 위계로 구성돼 있어 더 고차원적인 지식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기초 기능의 숙련이 전제돼야 한다”면서 2008년 때 나온 전국 수학 자문위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중등 수학의 난제, 어디까지 기초를 가르쳐야 하나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수학 교육의 위기를 인지하고 주별로 새로운 수학 교수법을 도입하거나 조기 개입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문제는, 이미 중고교에 진학한 학생들은 이런 조기 개입의 도움을 받지 못한 상태인데, 교사들은 당장 해당 학년의 내용을 가르치기도 벅차서 기초를 다시 가르치긴 어렵다는 데 있다.
뉴욕주의 한 학교에서는 5~8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본적인 뺄셈과 곱셈 연습을 15~20분 매일 연습했더니 수학 성적이 개선된 것만 보더라도 기초적인 사칙연산을 능숙하게 못 하는 학생이 많은 실정이다.
반면, 매사추세츠주의 다른 학교는 90분 수업 중 30분을 복습에 할애한다. 이 복습 시간에 연산 유창성 연습도 포함하지만, 앞선 학교와 달리 현재 배우는 과정에 관련된 연습을 한다.
코딩 교수는 “어려움은 사실 두 접근 모두 필요하다는 데 있다”면서 기초 기능이 뒤처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중학교 수학 교육의 어려움을 설명했다.
그는 진단 평가를 통해 학생들이 부족한 기능에 따라 소집단을 만들어 지도하는 방법을 권한다. 곱셈을 못 하는 학생끼리, 음수 개념이 확실하지 않은 학생끼리 묶어서 그 문제에만 집중해서 따라잡도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시적·체계적 교수와 반복 연습 반드시 필요
언제 무엇을 가르칠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가르칠지도 중요하다. 뒤떨어진 수학 기초를 잡는 데 필요한 두 가지는 명시적·체계적 교수와 반복 연습이라고 학계는 말한다.
명시적이고 체계적인 교수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문제를 풀지 한 단계, 한 단계 차근차근 보여주고 따라 하게 하는 방법이다. 학생들이 버거워하거나 혼란스러워하지 않으면서 명료하게 기능을 습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개념을 알았다고 해도, 중등 수학에서 이를 활용하려면 능숙하게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유창성이 있어야 한다. 여기에 필요한 것이 바로 ‘연습’이라고 코딩 교수는 말한다. 그는 심지어 명시적이고 체계적인 교수는 빙산의 일각이고, 그 아래 버티는 것은 연습이라고 표현한다.
제임스 사이츠(James Seitz) 인디애나주 애덤스고(Adams High School) 교장은 “요즘은 학생들에게 문제를 푸는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는데, 그 자체는 좋지만, 그중 한 가지라도 완벽하게 습득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수학은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 어릴 때 충분한 연습을 하는 것 같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너무 연습을 강조하면 깊은 이해를 놓치게 되는 게 아닌지 우려하는 교사도 있지만, 낸시 조던(Nancy Jordan) 델라웨어대 학습과학 교수는 잘 준비된 수업은 두 가지를 다 잡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어 그는 “기초 개념을 배우기 위해 다시 구체적인 예시를 사용하는 것은 좋지만, 특히 중학교 다닐 즈음에는 종종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하기도 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