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사회가 어수선하고 혼란의 상태가 지속될수록 동시에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 대한 우려와 염려가 그만큼 증폭되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지면 커질수록 대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는 어쩌면 성인들보다 청소년들이 더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런 사회적 현상을 안정적으로 극복할 정도의 담대한 청소년들은 드물다. 그래서 요즘은 청소년들이 그 해결책을 찾는 방안으로 점차 극단화되어 가고 있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른바 Z세대가 국가와 역사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
그런데도 기득권 세대의 이해관계에 낀 청소년 세대는 자신들의 의견이나 생각을 일반적으로 사회에 토로할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불만이 증폭되어 현실에 대한 왜곡, 불신이 팽배하고 심지어 가짜뉴스에 쉽게 현혹되어 방황하기 쉽다. 이는 ‘친구 따라서 강남 가는’ 현상이 난무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최근 우리 사회의 1020 세대들이 갈수록 극우화 되어간다고 우려하는 현상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연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사회에서 현명하고 지혜로운 어른일수록 청소년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 입장에 서서 역지사지하려는 행동에 나서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공론화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청소년 문제의 대부분이 개인, 또래 친구, 가족 사이에서 해결에 머무는 것이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다. 이는 사회적 격차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어쩌면 사회의 보편적인 문제가 편파적으로 인식되는지도 모른다. 이를 과연 바람직한 사회라 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여기에 필자는 그 한 방안으로 모든 언론이 적극적으로 청소년들의 의견을 모으고 이를 공론화할 것을 제언하고자 한다. 다음에 그 필요성과 중요성을 보다 부각해 보겠다.
어느 언론의 기사 댓글에 “학생이 등장하는 기사인데, 정작 학생의 말은 없더군요”라고 불만을 말하는 고등학생 독자의 짧은 지적은 언론이 오래도록 놓쳐왔던 문제의 핵심을 예리하게 지적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는 교육의 변화는 언제나 교실에서 시작되며, 그 교실의 중심에는 교사도 정책도 아닌 ‘학생’이 엄연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각 언론 매체는 오랫동안 청소년을 취재의 대상이자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아왔고, 스스로 말할 수 있는 주체로 충분히 대우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세대’, 즉 ‘너와 내가 함께 내일을 만드는 세대’를 미래의 중심으로 인정한다면, 적어도 언론은 이들의 목소리를 단순히 소개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수준을 넘어 교육 등 사회 공론장의 핵심으로 끌어올릴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첫째, 청소년을 취재원을 넘어 공동 기획자이자 동료 필자로 대우하는 과감한 역할 재구성이 필요하다. 이미 일부 지역에서는 학생기자단이 단순 취재를 넘어 기획 회의에 참여하고 의제를 직접 제안하는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
한 예로, 한 고교 학생기자가 급식의 채식 선택권 부족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며 취재한 결과, 학생·교사·영양교사가 함께 참여하는 급식 개선 논의가 실제로 열린 바 있다. 이 사례는 청소년이 직접 제기한 의제가 학교 정책 변화를 견인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만약 비중 있는 언론이 이를 공론화한다면 청소년은 기사 속의 ‘등장인물’이 아니라 ‘의제 생산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청소년의 언어를 미성숙한 표현으로 단정하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 담론 방식으로 존중해야 한다. 종종 언론은 학생의 인터뷰 내용을 다듬는 과정에서 어른의 문법으로 재해석한다. 하지만 청소년의 말씨와 표현에는 또래 문화와 감정의 숨결이 그대로 배어 있으며, 이는 교육 현장의 실제 무게감을 정확히 전달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예컨대, 한 중학교 신문 동아리가 ‘시험 기간 멘탈 관리’라는 주제를 다룰 때 “터지기 직전의 마음을 붙잡는 현실형 생존 스킬”이라는 제목을 사용하자 학생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이는 언어의 완성도가 아니라 언어의 진정성이 독자의 마음을 움직인다는 사실을 증명한 사례다. 언론은 청소년의 언어를 가감 없이 담아낼 때, 비로소 그들의 삶이 살아 숨 쉬게 될 것이다.
셋째, 민감한 주제를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편집 윤리 체계 강화가 필수적이다. 학교폭력, 마음 건강, 디지털 성범죄, 성평등 등등 청소년이 절실히 말하고 싶은 의제일수록 신분 노출과 2차 피해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익명성을 보장하는 제보 시스템, 사실 왜곡을 방지하는 교차 검증, 기사 출고 전 청소년 참여 심의 구조 등 다소 번거롭지만 정교한 보호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는 청소년을 과잉보호하려는 조치가 아니라, 그들이 두려움 없이 발언할 수 있는 원초적 토대이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우는 과정이 될 것이다.
넷째,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s)에게 적합한 뉴스 포맷의 혁신이 필요하다. 오늘의 청소년은 텍스트보다 영상과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통해 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현한다. 숏폼 뉴스, 학생 참여형 브이로그 리포트, 댓글 기반 토론, 실시간 투표형 공론장 등 새로운 포맷은 단순한 전달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청소년이 공론장 속으로 들어오는 ‘참여의 문’이 될 수 있다.
구조와 형식이 변해야 참여의 경험도 확장될 수 있다. 이는 언론이 청소년의 순수하고 참신한 미디어 감각을 존중해야 하는 근거라 할 수 있다.
다섯째, 청소년을 정책의 수요자가 아닌 미래 사회의 공동 설계자로 인식하는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언론이 청소년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일은 단순히 세대 간 시각 차이를 좁히는 작업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학생들과 함께 탐색하고, 미래 시민의 감수성과 문제의식을 파악하는 시대적 책무라 할 수 있다.
청소년은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닌 사회를 함께 만들어 갈 ‘동반자’
청소년의 말은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낯설다. 하지만 그 속에는 미래가 요구하는 가치와 감각이 가장 먼저 드러난다. 그들이 이른바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미래 세대의 목소리를 중심에 두는 일은 비중 있는 언론이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부가적 임무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것은 우리가 어떤 미래를 원하는지에 대한 일종의 시금석이며, 다음 세대를 단지 보호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함께 사회를 만들어갈 동반자로 인정하는 실천이라 할 수 있다.
청소년의 언어와 시선이 언론을 통해서라도 공론장의 중심에 놓일 때, 우리 사회는 비로소 시대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변화를 주도하는 매체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언론은 청소년의 내일뿐 아니라, 우리의 내일을 함께 밝히며 이 나라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진정한 ‘사회적 자산’으로 기능할 것이라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