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철이 산업화를, 반도체가 디지털 시대를 열었듯, 인공지능(AI)은 이제 ‘무한한 두뇌(infinite minds)’라는 새로운 기적의 물질로 우리의 일상과 일터를 다시 쓰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가장 똑똑한 사람’을 시험 점수가 아닌 공감과 통찰, 보이지 않는 문제를 미리 감지하는 능력으로 설명하며, 지능의 의미 자체가 달라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AI가 전통적으로 ‘똑똑함’으로 여겨지던 영역을 빠르게 대체해 가는 시대, 교육은 이제 무엇을 지능이라 부를지, 그리고 어떤 지능을 길러야 할지에 대한 답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
기적의 물질이 바뀌면, 교육의 질문도 바뀐다
아이반 자오 Notion CEO는 “각 시대는 그 시대의 기적의 물질로 정의된다”고 말하며, 철과 반도체를 잇는 새로운 물질로 AI를 지목했다.
산업화 시대를 움직인 것은 철을 다루던 엔지니어였고, 디지털 시대를 이끈 것은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다루는 인재들이었다. 같은 맥락에서 AI 시대에는 ‘지능’을 설계하고 조정하며 책임 있게 다루는 시민이 주인공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학교 교육의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학생들에게 무엇을 얼마나 많이 가르칠 것인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떤 지능을 길러줄 것인가, 그리고 그 지능의 기준은 무엇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젠슨 황이 보여준 ‘지능의 확장된 얼굴’
젠슨 황은 자신이 만난 가장 똑똑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그 사람이 꼭 좋은 입시 성적이나 높은 SAT 점수를 가진 인물은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이 한때 가장 지적인 직업처럼 여겨졌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지능이 가장 먼저 풀어낸 분야 중 하나가 바로 그 프로그래밍이라고 짚는다.
그가 말하는 진짜 지능은 ▲기술과 데이터를 이해하는 능력 ▲타인의 감정과 맥락을 읽어내는 공감 능력 ▲경험과 직관을 바탕으로 ‘모서리 너머’를 미리 보는 통찰력 등 몇 가지 요소가 겹쳐진 모습니다.
그는 이를 “공기를 느끼는 능력”이라고 표현한다. 문제를 맞닥뜨린 뒤 해결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문제가 되기 전에 기미를 읽고 예방하는 힘이 앞으로의 지능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은 점수 중심으로 이해해 온 기존의 ‘똑똑함’ 개념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을 우리 교육에 조용히 묻고 있다.
AI 시대, 교육 목표를 어떻게 다시 세울 것인가
AI를 ‘무한한 두뇌’라는 기초 재료로 본다면, 교육은 그 재료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창의적으로 결합하고, 책임 있게 활용하는 인간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산업화가 ‘기계를 다루는 노동력’을, 디지털 시대가 ‘정보를 다루는 인재’를 길렀다면, 이제 AI 시대 교육의 목표는 ‘지능을 설계·조정·비판적으로 활용하는 시민’을 양성하는 것으로 옮겨가야 한다.
특히 인간과 AI가 함께 문제를 정의하고, 적절한 모델을 선택하고, 결과를 해석하며, 그에 따른 책임을 나누는 공동 지능(co-intelligence) 역량이 중요하다.
학생들이 ‘AI를 잘 쓰는 법’만이 아니라 ‘AI를 어떻게 의심하고, 어떻게 함께 생각할 것인지’를 배우는 것이 핵심이 된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AI 리터러시와 ‘AI가 못하는 능력들’
내용 측면에서 AI 리터러시는 더 이상 선택 과목이 아니라 공통 교양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데이터의 기본 개념,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와 한계, 편향 문제, 생성형 AI의 활용과 검증, AI 윤리·거버넌스 등은 앞으로 시민이라면 누구나 갖춰야 할 소양이다.
동시에, AI가 많은 ‘지식 처리’와 규칙 기반 사고를 대신하는 시대일수록 교육은 AI가 쉽게 대신할 수 없는 능력에 집중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문제 해결, 윤리적 판단, 메타인지, 타인에 대한 공감과 관계 맺기, 경험을 통해 쌓인 직관 등이 그 예이다.
젠슨 황이 말한 “공기를 읽는 힘”은 바로 이런 요소들이 종합된 능력이며, 학교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길러야 할 새로운 교육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수업과 평가: 정답보다 ‘사고의 과정’을 드러내기
현장에서는 이미 AI 튜터, 학습 분석, 지능형 피드백 도구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 도구들을 수업에 잘 녹여내면, 개별 학생의 수준·속도·흥미에 맞춘 개별화 학습(personalized learning) 이 가능해지고, 교실의 시간 배분도 설명 위주에서 토론과 프로젝트, 창작 중심으로 조정할 수 있다.
하지만 과제와 평가가 여전히 요약, 단순 보고서, 서술형 답안 등 AI로 쉽게 대체 가능한 형식에 머문다면, 학습의 동기는 빠르게 약해질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AI 활용을 전제로 한 고차원 과제 설계, 실제 문제 해결 프로젝트, 포트폴리오 중심 평가 등 학생의 사고 과정과 판단, 협력, 책임성을 함께 볼 수 있는 새로운 평가 패러다임이다.
교사의 역할: 지식 전달자에서 ‘지능의 프로듀서’로
AI 시대의 교사는 ‘설명 잘하는 사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교사에게는 AI를 포함한 다양한 도구와 자원을 조합해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러닝 아키텍트(learning architect)로서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진다.
또한 학생이 AI에게 답을 맡겨버리는 대신, 자신의 생각과 AI의 산출물을 구분하고, 다시 통합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을 돕는 디지털·윤리적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젠슨 황이 말한 “공기를 느끼는 힘”은 사실 교사가 오랜 현장에서 축적해 온 교육적 감각과도 맞닿아 있다. 이 감각을 AI 시대의 언어로 해석해 학생들에게 전해주는 것이 앞으로 교사의 중요한 전문성이 될 것이다.
정책과 시스템: AI를 교육 인프라로 바라보기
마지막으로, 정책과 시스템 차원에서 AI를 교육 인프라이자 공공재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AI 접근 격차를 줄이고, 교육 데이터와 학습 분석, 소버린 AI를 포함한 거버넌스를 설계하는 일은 개별 교사나 학교를 넘어 국가와 지역 차원의 과제다.
‘이 시대의 기적의 물질을 누가 통제하느냐’가 산업과 국가의 힘을 갈랐다면, 이제는 ‘AI를 둘러싼 교육 역량(교사·학생·기관·플랫폼)을 누가 먼저 정렬시키느냐’가 교육 경쟁력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AI가 기술을 넘어 지능의 의미까지 바꾸고 있는 지금, 학교는 그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는 곳이 아니라, 지능의 새로운 정의를 먼저 묻고 토론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