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이 모든 병폐를 해결하기 위한 학교 인력구조 재설계의 기조는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교과지도교사 대폭 확충, 비교과 생활지도교사 전면 배치, 그리고 교사-교육전문직 순환근무제 제도화가 그것이다. 이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학교는 비로소 살아있는 유기체로 기능할 수 있다.
새로운 학교 인력구조의 기조 — 세 축의 혁신
학교에서 가장 절박하게 필요한 것은 수업 현장에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교과지도교사다. 특히 1수업 2교사제를 실질화하기 위해서는 기초부진 학생 곁에서 도움을 줄 전문 지도 인력이 교실마다 상주해야 한다.
영국의 경험이 이를 확인해 준다. 2010~2012년 영국 초등학교 저학년 교실에는 한 학급당 세 명의 교사가 함께 있었다. 학교 교육이 시작되는 만 5세부터 단 한 명의 낙오자도 만들지 않기 위해 한 교실에 세 명의 교사를 배치하는 것, 이것이 행정이 교실을 '관리'하는 대신 교실 속으로 '침투'해 있음을 보여주는 가장 강력한 증거다. 교육청에 앉아 있는 교육전문직 한 명을 줄이면 교실에 교과지도 보조교사 한 명을 늘릴 수 있다.
교과지도교사 확충은 기초학력 미달 문제 해소와 직결된다. 지금 학교는 기초부진 학생들에게 개별적으로 개입할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담임교사 한 명이 30명을 상대하면서 동시에 학습 부진 학생을 개별 지도하는 것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1수업 2교사제를 전면 시행하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교과지도 인력이 필요하며, 그 재원은 비대화된 행정직 인력을 줄이는 방식으로 마련할 수 있다.
현재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교과 지도 못지않게 소진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은 생활지도다. 학교폭력·스마트폰 중독·관계 갈등·가정환경 문제 등 복잡한 생활 문제들이 교과 교사에게 고스란히 쏟아지고 있다.
비교과 생활지도 전문 교사의 전면 배치는 이러한 구조적 과부하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 방안이다. 거칠게 분출되는 아이들의 에너지를 폭력이나 일탈 대신 창조적인 힘으로 전환해 줄 수 있는 전담 인력이 학교의 중심을 잡아야 한다.
현재 중학교 이상에는 전문상담교사가 배치되어 있으나 1명이 수백 명을 담당하는 구조는 유명무실하다. 비교과 생활지도교사와 전문상담교사가 팀으로 작동할 때, 교과 교사는 비로소 수업에 집중할 수 있다.
교육청에 앉아 있는 교육전문직보다 상담교사와 생활지도 교사가 훨씬 더 많이 배치된다면, 우리 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인 학교폭력과 기초학력 미달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행정 전문가는 줄이고, 학생지도 전문가는 늘려야 한다. 이것이 학교 인력 재편의 최우선 원칙이다.
학교 인력 구조 개혁의 세 번째 핵심 축은 교사와 교육전문직 간의 순환근무제다. 지금처럼 교육전문직이 고정된 별개 직군으로 운영되는 한, 보신행정의 구조는 깨지지 않는다.
순환근무제의 구체적 방식은 다음과 같다. 행정업무를 하던 이가 다시 아이들의 서툰 글쓰기를 돕고, 수업에 헌신하던 이가 잠시 행정의 자리에 앉아 현장에 필요한 도구를 조달하는 방식이다.
행정을 경험한 교사가 다시 교실로 돌아왔을 때 그는 행정의 문법을 아는 더 유능한 수업 전문가가 되고, 수업을 진행하러 돌아온 장학사는 더 이상 현장 현실로부터 괴리된 공허한 보신 행정에 매몰되지 않는다.
일본의 사례는 이 방향의 실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일본은 우리와 유사한 직군 구조를 가졌음에도 전문직(지도주임)의 정기적 현장 복귀와 유연한 순환을 통해 행정 동맥경화를 막고 있다.
교사-장학사 순환 보직 논의가 이미 교육부 내에서도 거론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검토가 아닌 전면 시행이 필요하다. 미온적 대처로는 학교 현장의 피로 누적과 교육혁신 기회의 상실만을 초래할 뿐이다.
제도 개혁의 구체적 로드맵
성과상여금 제도의 근본적 개혁 혹은 폐지가 필요하다. 현행 성과급 제도를 폐지하고 그 재원을 모든 교사에게 균등하게 지급되는 ‘교육활동 지원 수당’ 또는 수업 시수에 비례한 ‘수업수당’으로 전환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수업시수에 대한 수당 신설이다. 1시간 수업당 일정 단가를 책정하여 지급함으로써, 수업 노동의 가치를 임금 체계에 반영해야 한다.
만약 성과급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면, 평가 지표는 수업 노동량·학급 담임·생활 지도 등 교사의 본질적 교육활동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도록 전면 재설계돼야 한다. 승진 위주의 가산점 항목은 과감히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하며, 단위 학교별 성과심사위원회의 평가 기준은 모든 교사의 의견을 수렴하여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전문직 선발 과정에서 ‘승진 점수 계산기’를 치워야 한다. 점수가 아닌, 교실에서 아이들과 부대끼며 얻은 생명의 지혜가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교실 현장에서의 실질적 성과와 혁신이 전문직 임용의 핵심 요소가 되어야 한다.
‘전문직-교장-교감’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사다리도 해체돼야 한다. 행정 지원은 직위의 상승이 아니라 역할의 분담이 되어야 한다. 이 수직 사다리가 존재하는 한, 교육전문직은 지원자가 아닌 지배자로 머물 수밖에 없다. 순환근무제 하에서는 전문직 경험이 수업 경력과 등가의 가치를 가지며, 어느 쪽도 위계적으로 우월하지 않은 수평적 역할 분담 체계가 구현되어야 한다.
현재 직무연수 체계는 ‘연수원 간판’이라는 형식 요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를 학습의 내용과 질을 바탕으로 한 체계로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전공 관련 대학 학점의 직무연수 전환 인정, 출석 수업 시 공가 인정 등 행정·재정적 지원을 실질화하고, 자기주도적으로 전공 역량을 강화한 교사에 대한 연수 실적 가점을 부여해 배움을 이끌어내야 한다.
문서 행정의 간소화도 병행돼야 한다. 교수학습 및 평가 운영 계획서는 과거처럼 핵심 진도와 일정만 담은 간소화된 양식으로 회귀해야 한다. 대단원 또는 중단원 제목과 예상 진도 일정만 작성하는 1쪽짜리 진도표 수준으로 충분하다.
교육청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하나다. "이 서류는 교사의 수업을 돕기 위한 것인가, 행정적 관리를 위한 것인가?" 만약 후자라면, 그 비용을 치르는 사람은 교사이고, 그 피해는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교수학습 및 평가 계획서는 수업의 주인이 교사임을 전제로 설계돼야 한다. 교육청 교육전문직의 업무지시 공문 발송 체계 전반이 재검토되어야 하며, 지금처럼 교사를 서류 편집자로 만드는 방식으로는 그 어떤 교육 혁신도 현장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학교 문턱을 넘어서는 배움의 공간—동네 도서관, 각종 방과후 교육기관—을 교육청·지자체·중앙 정부가 책임지고 구축해야 한다. 현장의 필요를 온몸으로 느끼는 ‘순환하는 행정가’만이 각종 방과후 교육기관을 제대로 설계할 수 있다.
교실 현장을 경험한 사람이 행정을 맡을 때, 비로소 현장 친화적 정책이 나온다. 이는 단순히 교육청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학교 밖 교육 생태계 전체의 설계 원리다.
결론 - 흐르는 생명만이 교실을 구원한다
교육학자 존 듀이는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말했다. 교육은 정지된 화석이 아니라 흐르는 강물이어야 하며, 그 강물을 관리하는 이들 또한 결코 강물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된다.
교육전문직이 고정된 권력이 되어 교실 위에 군림할 때 우리 교육은 서서히 사멸한다. 그러나 행정과 현장이 벽을 허물고 서로의 자리를 오가며 순환할 때, 교실은 비로소 아름다운 것들이 우후죽순 돋아나는 곳이 된다.
내가 30년 가까이 수학 교단에서 실천해온 글쓰기 수학 수업은 죽어 있던 공식을 아이들의 살아있는 언어로 되살리는 과정이었다. 기초부진 학생이 지필 100점 학생보다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는 것, 그것이 가능한 교실은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는 구조에서만 탄생한다.
교과지도교사, 생활지도교사, 상담교사가 충분히 배치되고, 행정 인력이 현장을 순환하며 살아있는 정책을 만들고, 교사가 122쪽짜리 서류 편집이 아닌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 그것이 내가 꿈꾸는 학교다.
승진 계산기와 계급 상승 사다리를 던져버리고 다시 아이들의 눈동자를 응시하라. 교실이라는 교육의 흙바닥을 밟아라. 교육의 미래는 고립된 회의실도, 방대한 한글 문서도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읽고 쓰는 소리로 가득 찬 교실 속에 있다. 순환하는 생명만이 우리 교육을 구원할 유일한 길이다.<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