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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악성 민원 학부모를 격리·차단하는 교육공동체 혁신이 시급하다

 

더에듀 | 지난 18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철저하게 탐색해 보도하고 사설에서 요약한 한 전북 한 초등학교 사례는 우리 사회에 깊은 충격을 안겼다. 단 한 명의 학부모가 615일 동안 끊임없는 악성 민원을 제기하며 학교 공동체 전체를 붕괴시킨 사건이다.

 

문제의 발단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간식으로 ‘오예스’를 제공하자 “불량식품을 먹였다”고 항의하고, 수학여행 중 자녀가 “목마르다”는 문자를 보내자 득달같이 “물도 인솔자도 없다더라”고 학교에 따졌다. 사실은 학생 전원에게 사전에 물이 지급된 상황이었음에도 막무가내였다.

 

그뿐이랴. 평소 정당한 교육활동에도 “학대 의심 행위”, “선생이 할 짓이냐”라며 끈질기게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이 반의 담임교사는 휴직했고, 그 학급에서는 1년 동안 무려 6명의 교사가 교체됐다.

 

 

피해자는 교사만이 아니었다. 아무 잘못 없는 순수한 학생들의 학습권과 정서적 안정까지 무너졌다. 1명의 악성 민원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학생의 수업권이 침해를 받은 것이다. 이 학교는 올해 1박 2일의 수학여행을 당일치기 현장학습으로 대체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전학생이 늘면서 전교생은 반토막이 나 20여 명이 남았다. 결국 학교는 교육적 기능이 완전히 마비됐고, 존폐를 걱정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분명히 직시해야 한다. 악성 민원은 단순한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교육활동을 파괴하는 사회적 폭력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조직적 괴롭힘과 다를 바 없는 준범죄 행위다.

 

학교는 더 이상 무방비 상태로 당해서는 안 된다. 단 1명의 학부모가 이렇게 학교를 좌지우지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으며 도대체 이 나라의 교육 당국은 이런 학부모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대응책을 강구하고 피해를 보는 소중한 다른 학생들을 보호했는지 그저 의아할 뿐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을 보면서 우리 교육에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첫째, ‘악성 민원 격리 시스템’의 구축이다. 현재 학교는 ‘민원대응팀’이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어떤 민원이 들어오든 교사가 직접 감당하는 구조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제2, 제3의 피해는 반복된다.

 

모든 민원은 교사가 아닌 학교 민원대응팀이 보다 실질적인 운영을 일원화해 접수해야 한다. 여기에 교사는 학생 교육만 담당하고, 민원 대응은 법률·상담 교육을 받은 전담 인력이 맡아야 한다. 병원에서 의료진을 보호하기 위해 폭언 환자를 보안팀이 제지하듯, 학교 역시 교사를 보호하는 방어체계를 갖춰야 한다.

 

둘째, 반복적 악성 민원인에 대한 ‘교육공동체 접근 제한제’를 도입해야 한다. 정당한 문제 제기와 악성 민원은 구별돼야 한다. 그러나 동일 사안을 반복 제기하거나, 허위 주장·폭언·협박·과도한 연락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일정 기간 학교 방문과 직접 연락을 제한해야 한다.

 

현재 공공기관에는 악성 민원 차단 규정이 존재하지만, 학교는 사실상 사각지대다. 학생 교육권 보호를 위해서라도 학교도 명확한 보호 장치를 구축해야 한다.

 

셋째, 모든 학부모 상담은 ‘기록 의무화’를 해야 한다. 전화·대면 상담은 반드시 녹취 또는 회의록으로 남기고, 교사 개인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해야 한다. 악성 민원인의 가장 큰 무기는 왜곡과 반복이다. 기록은 교사를 보호하는 최소한의 방패다.

 

특히 야간·주말 연락 금지 원칙을 법제화하고 현재 ‘교권 5법’의 실행도 현장 교사들의 개선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신속하게 보완해야 한다. 교사는 24시간 감정노동자가 아니다.

 

넷째, 악성 민원으로 교육활동이 중단될 경우 학부모에게 민형사상 책임을 묻는 제도도 필요하다. 반복 민원으로 교사가 병가 또는 휴직하거나 학생 수업이 파행될 경우, 단순한 ‘의견’이 아니라 교육권 침해 행위로 판단해야 한다. 교사 개인뿐 아니라 학생 전체의 권리가 침해됐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일부 학교처럼 교육 방해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방안도 검토할 시점이다.

 

 

그러나 제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침묵하는 다수의 선량한 학부모들도 이제 행동해야 한다. 대다수 학부모는 교사를 존중하고 아이들의 성장을 바란다. 하지만 극소수 악성 민원인이 학교를 흔들 때, 다수는 침묵한다. 그 결과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우리 아이들이다. 교사가 무너진 교실에서 정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 착한 학부모들의 침묵은 결과적으로 악성 민원인을 더욱 대담하게 만든다.

 

학교는 서비스업이 아니다. 교사는 더더구나 감정 쓰레기통이 아니다. 교육은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다. 단 한 사람의 비상식적 행동이 교실 전체 나아가 학교를 무너뜨리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교사를 지키는 것은 결국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한 교권 보호 구호가 아니다. 악성 민원인을 실질적으로 격리·차단할 수 있는 강력한 시스템 혁신이다. 교육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에는 분명한 책임이 따른다는 강력한 사회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도 수많은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아이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정말 이 말도 안 되는 악성 민원의 끈을 과감하게 끊고 다수의 깨어있는 학부모가 나서 자체 정화 작용과 함께 국가의 적극적인 정책과 대응으로 모든 교사가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악성 민원에서 완전 자유로운 교육 환경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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