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6월 3일, 투표소의 불이 꺼졌다. 유권자들은 집으로 돌아갔고, 당선자들은 꽃다발을 받았다. 그들의 잔치는 끝났다. 그런데 나는 그날 밤 한 장면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개표 방송 화면 한편에 조용히 흘러간 숫자, 교육감 선거 무효표 108만 7120표. 전체 투표수의 4.0%, 직전 선거보다 20.4% 증가한 수치, 시도지사 선거 무효표의 2.5배.
누군가 투표용지를 받아 들고 한참을 망설이다 결국 아무것도 쓰지 못한 채 접어 넣었을 그 장면들이 겹쳐 보였다.
그들의 잔치는 끝났지만, 그 숫자는 끝나지 않은 질문을 우리에게 남겼다.
‘교육감 선거는 과연 우리 모두의 선거였는가.’
선거가 보여준 가능성
이번 선거에는 분명 희망의 신호가 있었다. 전체 지방선거 투표율은 61%로 역대 지선 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투표율은 2022년 50.9%보다 무려 10.1% 상승했다. 이는 유권자들이 지방 정치에 더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더 주목할 만한 것은 유권자들의 선택 방식이다. 2018년 현직 교육감 12명 전원 당선, 2022년 출마 현직 13명 중 9명 당선으로 이어져 온 현직 프리미엄은 이번에도 전반적으로 유지됐다. 현직 출마자 10명 중 7명이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경기에서는 보수 진영 현직 교육감이 진보 진영 도전자에게 패배했고, 강원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안은 현직 교육감이 낙선했으며, 제주에서는 보수 진영 현직 교육감이 교체되었다. 사례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이름값과 조직력만으로는 유권자의 신뢰를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 이번 선거에서 분명해졌다.
언론 분류 기준에 따르면, 진보 성향 후보 10명, 보수 성향 후보 5~6명이 교육감에 당선됐다. 2022년 진보 9곳·보수 7곳·중도 1곳에 비해 진보 우위 구도가 강화된 결과다. 그러나 이 결과를 단순한 이념 대결의 산물로만 읽어서는 안 된다.
지역 소멸과 작은 학교 문제, 학력 격차, 돌봄, 다문화 교육 등 생활 밀착형 교육 의제가 표심을 움직인 지역들이 적지 않았다. 유권자들은 진영이 아닌 지역 교육 현실에 더 가까이 다가선 후보를 선택했다. 교육감 선거가 이념 대결보다 정책 경쟁의 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조심스러운 희망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선거가 드러낸 한계
그러나 희망만큼이나 큰 과제도 남았다. 108만 7120표의 무효표는 단순히 유권자의 무관심으로 해석하기 어렵다. 물론 기표 실수나 의도적 항의 투표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상당 부분은 후보 인지도 한계와 정보 부족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선거에서도 미디어의 관심은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재보선에 집중되었고, 교육감 선거는 상대적으로 외면받았다. 후보가 누구인지, 어떤 교육 철학을 가졌는지, 공약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투표용지를 받아 든 유권자들이 한 선택의 결과가 바로 그 숫자다. 정당 기호도 없고, 언론 조명도 없고, 토론 기회도 부족한 ‘깜깜이 선거’의 오명은 이번에도 반복되었다.
또 다른 문제는 교육 현장의 목소리가 철저히 소외됐다는 점이다. 교육감 선거가 그들만의 잔치로 반복되는 근본 원인이 여기에 있다.
교사와 교직원은 누구보다 교육 현장의 문제를 생생하게 아는 전문가들이다. 그러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명목 아래 이들의 공적 참여 범위는 지나치게 제한돼 있다.
교육 현안에 대한 정책 토론이나 공약 검증 같은 전문가적 발언조차 선거운동으로 오해받을 수 있는 구조 속에서, 교육 정책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교육감을 뽑는 선거에서 가장 소극적일 수밖에 없는 역설, 이것이 지금 교육감 선거의 현실이다.
제도 변경론의 함정
이런 문제들을 빌미로 교육감 임명제나 광역단체장 러닝메이트제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주장은 문제의 원인을 잘못 짚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답이 있다. 1991년까지의 대통령 임명제 시절, 교육감 선임은 정치권력의 하위 변수였다. 1991년 간선제가 도입된 이후에도 교육위원회 간선, 선거인단 방식, 학교운영위원 전원 투표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부정 시비, 학교별 편 가르기, 주민 대표성 미흡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그 실패의 역사를 딛고 2007년 주민직선제가 도입되었고, 교육감 선거는 2010년부터 지방선거와 동시 실시로 안착했다.
미국의 경험도 참고할 만하다. 1989년 샬러츠빌(Charlottesville) 교육 정상회의 이후 주지사 주도 교육개혁이 확산됐으나 국가 주도 교육 목표가 학교 현장과 괴리를 낳았다는 비판이 30여 년간 이어졌다. 임명권 강화가 교육 성과 향상을 자동적으로 보장한다는 일관된 실증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
헌법재판소 역시 지방교육자치의 독자성과 교육의 자주성을 중요한 헌법적 가치로 인정해 왔다. 교육감 선임 방식의 변경은 민주주의·지방자치·교육자주라는 헌법적 가치의 조화를 충분히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개헌 없이 법 개정만으로 제도 변경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합헌적 설계의 어려움은 결코 작지 않다.
교육감 주민직선제의 한계를 이유로 교육 자치를 포기하는 것은 해법이 아니다. 대통령 선거에서 폐해가 발생한다고 해서 그 제도를 폐기하지 않듯이, 민주주의는 불완전함을 숙의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성숙한다.
잔치 이후의 과제: 세 가지 제언
그렇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제도가 아니라 제도를 채우는 내용을 바꿔야 한다. 교육감 선거를 다시 우리 모두의 선거로 되돌리는 것, 그것이 출발점이다.
첫째, 선거공영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교육적 비전과 전문성을 갖춘 후보가 재정 부담 때문에 출마를 포기하는 구조를 해소해야 한다. 선거비용 보전 기준 완화와 공영 선거운동 지원 확대를 통해 돈이 아닌 교육 철학으로 경쟁하는 판을 만들어야 한다.
둘째, 언론과 미디어는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무효표 108만 표는 유권자를 탓할 문제가 아니다. 후보자 정책 비교 플랫폼 구축, TV 토론 의무화, 선관위의 적극적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나아가 정당 선거 중심의 현행 교육감 선거 관련 법을 미디어 선거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도 광역단체장 선거만큼 다뤄야 할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한다.
셋째, 지역 교육 공동체가 공약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지역 소멸, 작은 학교, 학력 격차, 다문화 교육, 돌봄 등 각 지역의 절박한 교육 현안이 선거의 중심 의제가 되어야 한다. 교직원·학부모·학생·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공약 점검 숙의 거버넌스를 선거 과정에서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선거 공약은 당선자의 것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 모두의 것이어야 한다.
우리가 남아야 하는 이유
그들의 잔치는 끝났다. 그러나 교육은 끝나지 않는다. 우리가 떠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년 후 다음 잔치가 열릴 때, 108만 명의 유권자가 다시 무효표를 던지지 않도록, 교육 현장의 전문가들이 침묵을 강요받지 않도록, 후보의 교육 철학을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우리가 준비해야 한다.
임명제와 러닝메이트제로의 전환은 수십 년에 걸쳐 쌓아온 교육 자치의 성과를 후퇴시키는 것이다. 교육의 자주성과 정치적 중립성은 어떤 정치적 편의에 의해서도 훼손될 수 없다. 주민직선제는 그들만의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지키고 가꿔야 할 교육 민주주의의 토대다.
다음 잔치는 그들만의 잔치가 아니라 교육 공동체 모두가 축제처럼 즐기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지금 이 자리를 떠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