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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교육은 ‘쇼업(Show-up)’하면 폭망(爆亡)한다

 

더에듀 김연재 기자 | 최근 6.3 선거를 치르고 그 결과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언급한 비유의 말 중에 “골프와 선거는 ‘헤드업(Head-up)’하면 폭망(爆亡)한다”는 말이 가슴에 울려온다.

 

실제로 ​골프를 치는 사람들에게 가장 무서운 저주는 단연 “오늘따라 헤드업(Head-up)이 아주 잘 되시네요”라는 말일 것이다. 공을 치기도 전에 마음이 급해 고개를 쳐드는 순간, 정타(正打)는 물 건너가고 공은 엉뚱한 수풀이나 해저드로 날아가 버리기 일쑤다.

 

비단 골프뿐이랴. 선거 역시 유권자의 마음을 읽기도 전에 당선이라는 김칫국부터 마시며 고개를 처들고 오만해지는 ‘헤드업’의 순간, 민심의 매서운 회칙을 맞고 폭망의 길로 접어들기 마련이다.

 

최근 투표용지 부족 사태로 국민적 신뢰를 잃고 국정조사와 특검론까지 도마 위에 오른 선관위 사태나, 민심을 읽지 못하고 일방 독주를 하다가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하는 정치권의 모습들이 모두 이 ‘조기 헤드업’이 불러온 참사들이다.

 


보여주기식 행정·성과주의라는 ‘쇼업(Show-up)’, 공교육 망가뜨리는 주요 원인


​그렇다면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 불리는 우리 교육은 어떠한가? 교육에도 골프의 헤드업처럼 “이것만 하면 무조건 폭망한다”고 단언할 수 있는 절대적 금기어가 존재할까? ​필자는 감히 단언하건대, “교육은 ‘쇼업(Show-up)’하는 순간 폭망한다”고 외치고 싶다.

 

​여기서 말하는 ‘쇼업’이란 교육의 내실이나 아이들의 성취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통계, 정권의 입맛에 맞춘 단기적 성과, 그리고 학부모의 눈을 현혹하는 가시적인 지표에만 매몰되는 모든 ‘보여주기식 행정’과 ‘성과주의’를 의미한다.

 

본질은 텅 비어있는데 겉포장만 화려하게 꾸미는 쇼업 교육은, 골프채를 휘두르기도 전에 고개를 들어버리는 골퍼보다 훨씬 더 치명적이고 획기적으로 공교육을 망가뜨리기 쉽다.

 

​우리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쇼업’의 폐해는 이미 곳곳에서 차가운 숫자의 경고음으로 증명되고 있다. ​

 

첫째, 고1 자퇴생 1만 명 시대와 ‘내신 5등급제’의 쇼업이다.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작년(2025년) 교육계에 거대한 충격을 던진 고1 자퇴생 폭증 사태다. 종로학원이 학교알리미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동안 학업을 중단한 고교생 중 고1 학생의 수가 무려 1만 450명에 달했다. 이는 전체 일반고 학업 중단 학생의 56%를 차지하는 수치였다.

 

교육 당국은 내신 부담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겠다며 기존 9등급제를 5등급제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개혁’을 발표했었다. 겉보기에는 등급 구간이 넓어져 아이들의 입시 지옥을 해방해 준 멋진 ‘정치적 쇼업’이었다.

 

하지만 입시 현장의 본질은 전혀 바뀌지 않았다. 상위 10%인 1등급을 받지 못하면 서울 주요 대학 진학이 불가능하다는 공포가 퍼지자, 경기 비평준화 지역과 서울 강남·서초구의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은 자녀를 첫 중간고사 직후 곧바로 자퇴시켜 검정고시와 수능 올인이라는 입시 다이어트로 내몰았다. 제도의 겉모습만 바꾸는 쇼업 행정이 공교육의 허리를 끊어버린 셈이다.

 

​둘째, ‘디지털 인재 양성’이라는 구호와 박제된 교실이다. ​정부와 교육청이 앞다투어 발표하는 “전 학생 노트북·태블릿 PC 보급 100% 달성”이라는 타이틀 역시 전형적인 쇼업이다.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아이들 손에 디지털 기기를 쥐어주었으나, 정작 교실에서는 기기 관리 부실, 와이파이 먹통 사태, 수업 중 딴짓(게임 및 유튜브 시청) 통제 불능이라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KEDI)의 교육여론조사 보고서들에 따르면, 하드웨어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이를 활용해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소프트웨어적 교육과정과 교사 연수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우리 학교는 스마트 학교입니다”라고 외치는 교육청의 쇼업 뒤에서, 아이들은 디지털 난독증과 기초학력 저하라는 골짜기로 추락하고 있다.

 


위인지학(爲人之學)만을 강조하는 교육, 학생들이 학교 떠나는 원인으로 작용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동양 최고의 교육자 공자의 말씀으로 격조 높은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공자는 ‘논어(論語)’ 헌문(憲問) 편에서 교육의 목적을 명쾌하게 두 갈래로 쪼개어 설명했다. ​“옛날의 학자들은 자신을 위해 공부했고(爲己之學), 오늘날의 학자들은 남에게 보이기 위해 공부한다(爲人之學).”

 

위기지학(爲己之學)은 배움 그 자체를 통해 자신의 인격을 도야하고 지식을 내면화하는 진짜 교육이다. 반면 위인지학(爲人之學)은 남에게 칭찬받고, 스펙을 쌓고, 겉으로 화려하게 뽐내기 위한 허울 좋은 교육이다. 공자가 2500년 전에 지적한 위인지학이 바로 오늘날 대한민국 공교육을 장악한 쇼업 교육의 정체라 할 것이다.

 

​학교가 아이들에게 “네가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성장했는가?”를 묻지 않고, “대입 전형에서 몇 등급을 받았는가?”, “학생부에 적힐 한 줄짜리 스펙이 얼마나 화려한가”라는 위인지학만 강요할 때, 아이들은 첫 시험에서 1등급 고지를 밟지 못하면 미련 없이 학교라는 공간을 배설해 버리는 것이다.

 

공자는 정치의 요체로 백성의 신뢰를 뜻하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강조했다. 교육 역시 마찬가지다. 교육 제도가 현장과의 신뢰를 잃고 오직 겉포장에만 신경 쓸 때, 공교육의 존재 이유는 완전히 상실될 수 있다.

 

골프에서 헤드업을 고치려면 공이 날아간 뒤에도 시선을 끝까지 바닥에 고정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 교육이 쇼업의 늪에서 벗어나 본질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우리의 시선을 ‘화려한 성과’가 아닌 ‘교실 바닥과 아이들의 눈빛’에 고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점에 혁신이 필요하다.

 

첫째, 평가의 패러다임을 ‘정량적 스펙’에서 ‘과정 중심 절대평가’로 전환해야 한다. ​아이들을 학교 밖으로 내모는 상대평가(5등급제)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모든 전문 교과와 일반 교과를 전면 절대평가(성취평가제)로 전환하고, 평가 방식을 논·서술형으로 혁신해야 한다.

 

“옆자리 친구를 밟고 10% 안에 들어야 내가 산다”는 잔인한 상대평가 구조 속에서는 어떤 창의성 교육도 쇼업에 불과하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에서 깊이 있게 탐구하고 실패를 통해 배우는 과정 자체를 대학이 정성적으로 평가하도록 대입 구조를 근본적으로 수술해야 한다.

 

​둘째, 교육청의 ‘실적용 전시 행정’을 전면 폐기하고 교사에게 교실을 돌려주어야 한다. ​학교가 교육청에 보고해야 하는 수많은 ‘실적용 문서’와 ‘보여주기식 행사’를 단호하게 구조 조정해야 한다.

 

예산을 줄 테니 새로운 스마트 사업을 운영해 보고하라는 식의 행정이 지속되는 한, 교사는 수업 연구 대신 보고서 작성용 사진 촬영과 예산 정산에 영혼을 갈아 넣게 된다. 교육 당국은 평가 지표로 학교를 줄 세우는 쇼업을 멈추고, 교사가 오직 아이들의 문해력 향상과 생활지도, 인성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를 완벽하게 제로(Zero)화해야 한다.

 

셋째, 정치가 교육을 흔드는 ‘국가교육위원회’의 인적 쇄신과 독립성 확보가 요구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육과정을 뒤흔들며 자신들의 정치적 성과물로 포장하려는 ‘정치적 쇼업’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초정치적 독립기구로 출범했던 국가교육위원회가 제 역할을 하도록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정당 추천 인사들을 배제하여 현장의 평교사, 교육학자, 학부모 대표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정권의 임기와 상관없이 최소 10년 이상 유지될 대한민국의 교육 표준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때, 교실의 멀미와 쇼업 행정은 비로소 종식될 것이다.

 


굿샷(Good shot)을 위한 길, 쇼업 멈추고 위기지학(爲己之學)의 본질로 돌아가야


골프 매니아들은 안다. 캐디들이 바로 옆에서 ‘굿샷(good shot)’을 외치는 것을 듣고 싶어 하는 조급함에 고개를 드는 순간, 공은 뱀샷이 되어 기어가거나 숲속으로 사라진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 교육 관료들과 입시 설계자들도 이제 그 조급한 고개를 숙여야 한다.

 

정권의 성과를 뽐내고 싶어서, 혹은 학부모들의 단기적인 요구에 영합하고 싶어서 고개를 쳐들고 ‘쇼업’을 연발하는 동안 대한민국 교실은 황폐화됐고, 한 해 1만 명의 고1 아이들이 학교를 탈출하는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민주주의의 신뢰를 무너뜨린 선관위가 특검과 국정조사의 칼날 앞에 선 것처럼, 공교육을 입시 공장과 쇼업의 무대로 방치한 기성세대의 책임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이제 화려한 전광판과 입시 통계학의 숫자에서 시선을 거두고, 교실 바닥에서 신음하는 아이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화려하게 포장된 가짜 성찬 대신, 진보의 따뜻한 다양성과 보수의 단단한 기초학력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맛있는 ‘비빔밥’ 같은 진짜 교육을 차려주어야 한다. 쇼업을 멈추고 위기지학(爲己之學)의 본질로 돌아가는 것, 그것만이 대한민국 교육이 폭망의 궤도를 벗어나 바람직한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는 유일한 굿샷(Good Shot)의 비결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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