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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미래교육의 함정] ①지식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더에듀 |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AI 시대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간 고유의 역량은 무엇이며, 학습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무엇은 지켜야 하는가?’

 

AI 시대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들이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AI 기술 자체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총 6회의 연재를 통해 교육학과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AI 시대 교육 담론을 다시 성찰하고,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지난 18일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와 서울교육청, 한국교육개발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AI 시대, 우리 교육의 방향’ 토론회에서는 인공지능 시대 교육의 미래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

 

차정인 국교위 위원장은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인간의 사고 과정을 기계에 의존하는 ‘사고의 외주화’와 인지능력 위축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이광호 국교위 상임위원은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 역량으로 직업을 구하던 공식이 깨지고 있다”며 AI가 가져올 교육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지적했다.

 

실제로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가 일하고 배우는 방식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교과 지식을 설명하고, 문서를 작성하며, 정보를 탐색하고 정리하는 능력만 놓고 보면 AI는 이미 상당수 인간을 능가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교육계는 중요한 질문들과 마주하고 있다.

 

‘AI와 구별되는 인간 고유의 역량은 무엇인가? 학교는 앞으로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AI가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시대에 지식 교육은 여전히 필요한가?’

 

그러나 이러한 논의에 앞서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이 있다.

 

과연 AI는 지식을 대체하고 있는가?

 

최근 교육계에서는 AI가 교육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이야기가 넘쳐난다. 더 이상 지식을 가르칠 필요가 없다거나, 지식 습득 자체의 중요성이 사라졌다는 주장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심지어 AI가 모든 답을 제공하는 시대에 학교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느냐는 근본적 회의까지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담론에는 한 가지 중요한 전제가 빠져 있다.

 

AI 시대에 많은 것이 바뀌고 있다는 말은 맞다. 그러나 모든 것이 바뀌고 있다는 말은 틀리다.

 

AI는 정보 탐색 방식을 바꾸었다. 문서 작성 방식을 바꾸었고, 번역과 자료 분석의 효율성을 높였으며, 다양한 지식노동의 수행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AI는 분명 거대한 기술적 전환을 이끌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배우는 방식까지 바꾸지는 못했다.

 

교육정책 논의에서 자주 놓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변화의 과정이다. 학습은 단순한 정보 수집이 아니라 의미를 형성하는 과정이다. 새로운 정보는 기존 지식과 연결되고 재구성될 때 비로소 이해가 된다. 이 과정은 AI가 등장하기 전에도 존재했고, AI가 발전한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학생이 생성형 AI에게 광합성의 원리를 묻는다면 AI는 몇 초 만에 훌륭한 설명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설명을 이해하는 주체는 학생이다. 설명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것도 학생이다. 다른 개념과 연결하여 자신의 지식 체계 속에 통합하는 것도 역시 학생의 몫이다. 즉 학습은 AI가 대신 수행하는 외부 작업이 아니라, 학생 내부에서 일어나는 인지적 구성 과정이다.

 

만약 학생이 광합성에 대한 기초 개념조차 갖추고 있지 않다면, AI가 제시한 설명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하기 어렵다. 결국 AI는 지식을 대신 이해해 주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대신 제공해 주는 것이다.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곳에 있을 수 있다. AI가 지식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학습과 사고의 과정을 AI에 위탁하는 현상이다.

 

국가교육위원회 토론회에서 제기된 ‘사고의 외주화’ 우려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사고의 외주화는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학습의 외주화가 드러나는 대표적 징후에 가깝다.

 

학습은 단순히 정보를 받아들이는 행위가 아니다. 이해하고, 비교하고, 연결하고, 적용하고, 판단하는 사고 과정 전체를 포함한다.

 

따라서 학생이 스스로 이해하고 판단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AI가 제시한 결과만 소비하게 된다면, 정보 접근은 쉬워질 수 있어도 학습은 일어나지 않는다. AI가 답을 제공하는 것과 인간이 이해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진짜 위험은 지식의 종말이 아니다. 학습의 외주화다. 그리고 사고의 외주화는 그 결과가 교육 현장에서 드러나는 가장 분명한 신호다.

 

오늘날 교육계 일각에서는 AI를 근거로 지식 교육의 축소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AI가 발전할수록 오히려 기초지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 AI가 제시한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려면 기준이 되는 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의 오류를 발견하기 위해서도, 다양한 관점을 비교하기 위해서도,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도 인간 스스로의 개념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실제로 같은 AI를 사용하더라도 결과물의 수준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그 차이는 AI 사용 능력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 수준, 배경지식, 개념 체계, 판단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AI가 평준화시키는 것은 정보 접근의 기회이지 인간의 이해 수준이 아니다. 이 지점에서 교육정책은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AI 시대 교육의 과제는 지식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초개념과 핵심지식을 재정의하고, 이를 바탕으로 AI가 제공하는 정보를 검증·비교·판단할 수 있는 역량을 길러주는 데 있다.

 

AI는 학습의 원리를 바꾸지 않았다. 바뀐 것은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방식, 그리고 그것을 활용하는 환경이다.

 

그런데 오늘날 교육 담론은 종종 이 둘을 혼동한다.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고 활용하는 방식의 변화를 학습 원리의 변화로 착각하고, 기술 환경의 변화를 교육의 본질 변화로 과장하기도 한다.

 

교육정책은 유행하는 기술 담론 위에서 출발할 수 없다. 인간이 어떻게 배우고 성장하는지에 대한 이해 위에서 출발해야 한다.

 

AI 시대에도 학생은 여전히 이해해야 하고, 기억해야 하며, 연결해야 하고, 적용해야 한다. 인간의 뇌에 지식을 대신 저장해 주는 기술이 등장하지 않는 한, 학습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하다.

 

따라서 AI 시대 교육의 핵심 질문은 ‘무엇을 없앨 것인가’가 아니다. ‘학생들이 AI의 답을 스스로 검증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이다.

 


지식의 종말은 오지 않았다


AI가 발전할수록 지식의 필요성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은 지식을 더 깊이 이해하고, 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가 다시 물어야 할 질문은 ‘지식을 가르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지식을 통해 인간의 사고력을 키울 것인가’이다.

 

다음 글에서는 같은 AI를 사용하면서도 사람마다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이유, 그리고 그 차이가 왜 교육에서 더욱 중요해지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 연재 순서 예고

 

- 제1편.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 AI가 바꾼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 제2편. 왜 같은 AI를 사용하는데 결과는 다른가?

• AI 활용 능력의 차이는 결국 인간의 전문성과 지식 수준의 차이인가.

- 제3편. AI 시대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지식 교육은 축소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더욱 중요해지는가.

- 제4편. 인간 고유 역량이라는 말의 함정

• AI와의 비교 속에서 인간다움을 설명하려는 교육 담론을 비판하다.

- 제5편. AI가 인간의 학습 원리까지 바꾸었는가?

• 인지과학과 교육학의 관점에서 다시 묻다.

- 제6편. AI 시대 교육개혁의 진짜 과제는 무엇인가?

• 기술이 아닌 교육의 본질에서 미래교육을 다시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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