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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서의 회고(回顧)] 이태원 참사, 학교가 답해야 할 ‘안전의 골든타임’으로

더에듀 |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과정이다.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은 과거 없이 현재를 평가할 수 없으며,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손기서 전 서울 강서양천교육장은 38년의 교직 생활을 하며 과거 교육의 변곡점을 현장에서 바라보고 경험했다. <더에듀>는 그의 기억에 존재하는 교육의 길을 다시 찾아보는 기행을 시작한다.

 

 

2022년 가을, 우리는 이태원 골목길에서 참담하고 믿기지 않는 비극을 목격했습니다. 전 국민을 거대한 슬픔과 무력감에 빠뜨렸던 그날 이후, 우리 사회는 큰 숙제를 안게 되었습니다. 위급한 순간에 내 이웃과 가족을 구하는 힘은 형식적인 대피 훈련이 아닌, ‘내 손으로 직접 행하는 실전 응급처치 능력’에서 나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교육 현장이 어떻게 즉각적으로 응답해야 하는지, 그 실천적인 이정표를 보여준 현장이 있습니다.


참사의 슬픔을 행동으로: 나흘 만에 열린 신서중학교의 기적


신서중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지 불과 2개월 만에 마주한 참사의 충격 속에서, ‘소방인들의 공간’ 이희성 대표로부터 뜻깊은 제안이 왔습니다. 슬픔에 주저앉아 있기보다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다지는 실천을 바로 시작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적극 공감해 참사 후 단 나흘 만에 신서중학교 체육관에서 공동 개최로 무료 응급처치 교육을 열었습니다. 주말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서울 시민과 학부모, 지역 주민 등 200여 명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습니다.

 

학교와 소방인들의 공간, 한국안전문화연구소, (사)한국지진재난안전협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 자리는 단순한 민방위식 교육을 넘어 우리 시대 안전 교육이 나아가야 할 세 가지 패러다임의 전환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


교문을 열고 마을을 구하다: 지역사회 안전의 발원지가 된 학교


학교는 교문을 열고 ‘지역사회 안전의 발원지’가 되어야 합니다. 학교가 가진 인프라와 공간을 지역사회로 과감히 공유할 때, 학교는 비로소 마을 전체를 살리는 안전의 최후 보루이자 중심지가 될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보는 안전에서 하는 안전으로: 첨단 시뮬레이터가 바꾼 실전 교육


형식적인 ‘시청각 안전’에서 살아있는 ‘행동 안전’으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합니다. 

 

참가자 전원이 실시간 데이터가 디지털로 표시되는 최첨단 CPR 시뮬레이터와 인형 ‘애니’를 활용해 가슴 압박의 깊이와 속도를 몸으로 기억하도록 도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안전 교육은 단순히 ‘아는 것’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즉시 ‘할 줄 아는 것’이어야 합니다.


심장이 멈춘 4분의 기적: 국가 시스템을 채우는 시민의 연대


국가 시스템의 빈틈을 메우는 것은 결국 ‘깨어있는 시민의 연대’입니다. 심장이 멈춘 직후의 ‘골든타임 4분’ 동안 내 곁에서 손을 뻗어줄 이웃이 없다면 그 어떤 거대한 시스템도 무용지물입니다.

 

“우리 가정과 마을에 제대로 된 응급처치 이수자가 단 한 명씩만 있어도, 미래의 비극은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우리를 움직였습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다짐: 일상에서 증명하는 교육의 위대함


이태원의 눈물이 신서중학교 공동체에 심어놓은 씨앗은 이제 각 가정과 지역사회라는 더 큰 숲으로 자라나고 있습니다.

 

참사 나흘 만에 긴급히 마련된 체육관을 가득 채웠던 뜨거운 숨소리와 가슴 압박의 묵직한 진동은, 참사의 목격자에 머물지 않고 기꺼이 ‘선한 사마리아인’이 되겠다는 주체적 시민들의 엄숙한 다짐이었습니다.

 

교육이 시대의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삶의 현장에서 대안을 신속하게 실천할 때, 교육은 비로소 위대해집니다.

 

생명을 구하는 ‘4분의 기적’은 먼 미래나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닙니다. 바로 오늘, 우리의 학교와 가정, 그리고 골목길에서 매일 준비되고 실천되어야 할 우리 모두의 준엄한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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