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강경숙 조국혁신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교육감이 매년 특수교육 운영계획을 수립하면서, 특수학교 학급과 각급학교 특수학급 설치에 관한 연차별 계획을 포함하도록 한 법으로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요구한 내용이다. 그만큼 반드시 필요했던 법이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환영하지만 아프다
이 법을 단순히 ‘좋은 법, 필요한 법 하나가 통과됐다’고 정리하기는 어렵다. 이 법은 故학산초 특수교사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 나왔다.
과밀 특수학급, 과도한 수업과 생활지도 부담, 학부모 민원, 중증학생에 대한 지원 미비, 특수교육 여건에 대한 무책임한 방치 등의 여러 문제 중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었던 과밀 특수학급에 대한 응답인 셈이다.
그래서 이 법 앞에서 우리 특수교사들은 마냥 기뻐할 수 없다. 기쁘지만 아프고, 환영하지만 여전히 분노가 남는다.
특수교육 현장은 오래전부터 특수학급이 필요하다는 도움과 요청을 호소해 왔다.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은 늘어나는데 이들의 교육을 위한 학급은 제때 늘지 않았다. 특수학급이 필요한 학교에 학급을 설치하는 일은 너무나 힘들었고, 이미 설치된 학급은 어쩔 수 없이 과밀로 운영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유휴 교실이 없다는 말, 학교 여건상 어렵다는 말, 몇 명의 학생보다 더 많은 학생이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단편적 경제 논리,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이 반복되는 동안 학생과 특수교사는 매일 그 부담을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이 법을 환영하면서도 故학산초 특수교사의 죽음을 떠올리며 더 아플 수밖에 없다.
법 개정의 진짜 의미
과밀 특수학급이란 단순히 학생 수가 조금 많은 학급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가득 찬 그릇에 물을 더 부으면 흘러넘치듯이 특수학급 속 교육권과 학습권이 무너질 수 있는 문제이다.
하나의 특수학급 안에는 서로 다른 장애 유형, 학년, 교육적 요구, 행동중재 필요가 겹쳐 있다. 이 같은 상황은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개별·맞춤 적용해야 할 개별화교육계획을 교사 한 명이 동시에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로 만들어 결국 누구도 만족 못 하는 수업이 된다.
당연히 법령상 정원을 초과하면 특수학급을 설치해야 하지만, 현장에서는 온갖 이유를 들어 특수교사의 개인기와 희생으로 과밀학급을 유지해 왔다.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가르치고 싶은 교사의 교육활동 여건은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법 개정의 진짜 의미는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특수학급 설치와 과밀 해소를 더 이상 학교별 사정이나 교육청의 재량에만 맡기지 않겠다는 것이다.
특수학급은 여건이 되면 설치하는 선택 사항이 아니다. 특수교육대상학생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특수학급이 제때 설치되지 않는다는 것은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환경이 제때 제공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번 법 개정은 악순환의 구조를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최소한의 선언이다.
이제는 책임이 필요하다
이번 법개정으로 인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분명해졌다.
시·도교육감은 매년 특수학급 설치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느 지역에 특수교육대상학생이 늘고 있는지, 어느 학교에 특수학급이 필요한지, 어느 학급이 정원 기준을 초과하고 있는지, 어느 학교부터 신·증설할 것인지, 교실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예산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특수교사 정원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까지 답해야 한다.
이제 교육감은 ‘학교장 재량, 학교 사정’이라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특수학급 설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것은 책무의 방기다.
학교장이 공간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면 교육청이 조정해야 한다. 지역별 수요가 늘고 있다면 교육청이 먼저 예측해야 한다. 과밀학급이 확인되었다면 과밀학급 해소방안을 즉각 제시해야 한다. 특수교사 정원이 부족하다면 교육부와 관계 부처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이제 교육감은 보고받는 사람이 아니라 책임지는 사람이다.
또한 교육감이 수립할 연차계획에는 반드시 이행 가능한 내용이 들어가야 한다. 지역별 특수교육대상학생 수요, 과밀 특수학급 현황, 신·증설 대상 학교, 연도별 설치 목표, 교실 확보 방안, 예산 확보 계획, 특수교사 정원 확보 계획이 구체적으로 담겨야 하고 그 결과는 모두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어느 교육청이 무슨 계획을 세웠는지보다, 어느 교육청이 실제로 학급을 늘렸는지, 어느 교육청이 과밀을 줄였는지, 어느 교육청이 교사를 확보했는지가 중요하다. 법은 계획되어야 하고, 계획은 이행으로 평가되며, 미이행에는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특수학급을 늘린다고 말하면서 특수교사 정원 확보를 함께 말하지 않는 것도 무책임하다. 교실만 만들고 교사를 배치하지 못하면 현장은 또 다른 방식으로 무너진다. 학급 신·증설 계획은 특수교사 정원 확보 계획과 반드시 함께 가야 한다.
교육부와 국회도 책임에서 비켜설 수 없다. 교육부의 역할은 시·도교육청이 제출한 계획을 단순히 모으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된다. 계획의 구체성, 이행 가능성, 과밀 해소 실적, 신·증설 지연 사유를 점검해야 한다.
국회 역시 특수교육 연차보고서를 통해 각 교육청의 이행 상황을 확인하고 그 책무성을 검증하고 확인해야 한다. 통과된 법이 실제 교실까지 닿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 국회의 책임이다.
힘들게 통과된 법, 현장에 닿기를
이 법은 현장의 절실함 끝에서 나왔다.
누군가는 매일 과밀학급에서 학생의 안전과 배움을 동시에 지키려 애쓰고 있다. 누군가는 통합교육을 위해 여러 교실을 오가며 끊임없이 중재와 협력의 과정을 거친다. 누군가는 행동중재와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행정업무까지 떠안으며 하루를 버틴다.
특수교육 현장의 요구는 거창한 특혜가 아니다.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환경을 마련해 달라는 것, 교사가 교육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 법의 통과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故학산초 특수교사의 이름 앞에서, 우리는 이 법이 형식상 남아있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려면 교육감이 움직여야 한다. 계획을 세우고, 교실을 확보하고, 예산을 세우고,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것이 행정의 책임이고, 교육감의 의무다.
통과된 법안이 현장에 닿으려면, 이제 시·도교육감이 답해야 한다.
특수학급 설치를 미룰 것인가, 실행할 것인가. 과밀학급을 알고도 방치할 것인가, 해소할 것인가. 특수교사의 헌신에 기대어 버틸 것인가, 제도로 책임질 것인가.
법은 통과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신속한 이행이다. 그리고 그 이행의 책임은 교육감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