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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AI 시대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간 고유의 역량은 무엇이며, 학습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무엇은 지켜야 하는가?’
AI 시대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들이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AI 기술 자체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총 6회의 연재를 통해 교육학과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AI 시대 교육 담론을 다시 성찰하고,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
생성형 AI는 더 이상 특정 전문가만의 도구가 아니다. 이제 학생도, 교사도, 연구자도, 공무원도, 기업인도 모두 같은 AI를 사용한다. 누구나 몇 초 만에 보고서를 작성하고, 자료를 분석하며, 질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같은 AI를 사용하는데도 결과는 놀라울 만큼 다르다.
어떤 사람은 AI를 활용해 새로운 통찰을 만들어 내고, 어떤 사람은 인터넷 검색보다 조금 나은 수준의 결과에 머문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길까.
많은 사람은 프롬프트의 차이라고 말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은 결과를 설명할 뿐,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차이를 만드는 것은 프롬프트가 아니라 전문성이다.
최근 AI 시대 교육 담론은 하나같이 질문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질문하는 능력이 미래 핵심역량이라고 말하고, 질문 중심 수업을 강조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 역시 또 하나의 교육 담론에 머물 위험이 있다.
우리 교육정책은 오랫동안 슬로건을 앞세우는 방식을 반복해 왔다. 창의성과 인성이 중요하다고 말했고, 역량을 강조했으며, 최근에는 주도성을 포함해 탐구와 질문의 중요성을 말하고 있다. 이렇듯 담론으로 방향을 제시하는 데는 익숙하다.
실제로 슬로건 중심의 담론은 교육 의제를 사회적 이슈로 끌어올리는 데 효과적이다. 담론을 생산하는 능력만 놓고 보면 매우 탁월하다. 그러나 교육은 담론이나 이슈 생산 능력만으로 발전하지 않는다. 교육은 실행 속에서 축적된 전문성으로 발전한다. 더구나 전문성은 구호나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축적을 통해 만들어진다.
문제는 정작 그 교육 담론들이 학생의 배움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교실에서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구체화와 정교화도 부족했다. 더 나아가 그 담론이 학생의 학습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교사의 전문성을 얼마나 성장시켰는지, 공교육의 질을 실제로 얼마나 높였는지에 대한 체계적인 검증 역시 충분하지 않았다.
시대변화를 앞세운 새로운 정책 담론은 끊임없이 생산되었지만, 실행과 효과를 검증하고 이를 현장의 전문성으로 축적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결국 문제는 교육 담론의 부재가 아니라, 담론을 실행으로 전환하고 그 결과를 다시 전문성으로 축적하는 정책 구조의 한계에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AI와 질문 담론 역시 전문성 축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교육 의제를 사회적 이슈로 부각하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의 관습처럼 또 하나의 교육 담론으로 머물 가능성이 크다.
질문은 AI 시대에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교육 의제가 아니다. 교육계는 오래전부터 질문의 중요성을 말해 왔다. 문제는 그 오래된 담론이 학생의 배움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수업 속에서 어떻게 길러지는지에 대한 전문성으로 충분히 축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질문이 중요하다는 담론을 교육 현장에 확산시킨다고 해서 좋은 질문이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물어야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 좋은 질문을 하는가.
질문은 구호로 길러지지 않는다. 교사의 가르침 속에서 학생이 지식을 이해하고, 자신의 앎과 모름을 인식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 질문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다. 사고의 결과이며, 사고는 지식에서 출발한다. 지식이 없는 곳에서 좋은 질문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좋은 질문은 자신의 지식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광합성을 전혀 배우지 않은 학생은 질문을 만들기 어렵다. 그러나 광합성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기 시작한 학생은 “왜 빛이 없으면 광합성이 일어나지 않을까?”, “왜 식물마다 광합성 효율이 다를까?”라는 새로운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낸다.
질문은 단순히 모른다는 무지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무엇을 알고 있으며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순간, 비로소 질문이 시작된다.
그래서 전문성이 중요하다. 우리는 전문성을 흔히 많이 아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AI 시대의 전문성은 조금 다르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전문성은 많이 아는 능력을 넘어,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아는 능력이다. 무엇을 알고 있는 사람만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안다. 무엇을 모르는지를 알아야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도 안다.
교육은 빠르게 등장하고 사라지는 담론 수준의 질문을 반복하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 아니다. 질문을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의 경계를 인식하고, 더 깊고 더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사람을 길러내는 일이다.
우리는 흔히 좋은 질문이 전문성을 만든다고 생각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야기의 절반이다. 좋은 질문은 전문성을 키우기도 하지만, 동시에 전문성이 만들어 낸 결과물이기도 하다. 질문은 지식의 반대편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식의 경계에서 탄생한다.
같은 AI를 사용하는 의사와 의대 신입생을 생각해 보자. AI는 두 사람 모두에게 훌륭한 답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나 의사는 AI의 설명에서 무엇이 부족한지 곧바로 발견한다. 어떤 연구를 더 확인해야 하는지 알고, 어떤 부분은 자신의 임상 경험으로 보완해야 하는지도 안다. 반면 초보자는 AI의 답을 이해하기보다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차이는 AI가 아니다. 더구나 질문 담론도 아니다. 차이는 오랫동안 축적된 전문성이다.
AI는 이제 답도 만들고, 질문도 만들며, 우선순위까지 제안한다. 그러나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지, 다른 관점을 선택할 것인지, 다시 질문을 던질 것인지는 결국 인간이 결정한다. 그리고 그 선택의 기준이 바로 축적된 전문성이다.
AI 시대 교육정책이 정말 고민해야 할 것은 질문이 중요하다는 담론을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질문이 어떻게 형성되고 전문성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명할 수 있는 교육의 실행 과정을 설계하는 일이다.
학생들이 자신의 지식의 경계를 스스로 인식하고,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를 성찰하며, AI가 제시한 답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새로운 질문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성은 바로 그 과정 속에서 길러진다.
기술은 질문을 대신 만들어 줄 수 있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의 경계를 인식하는 전문성은 축적된 배움 속에서만 길러진다.
AI는 전문성을 대체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진짜 전문가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같은 AI를 사용하면서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AI의 성능 때문이 아니다. 인간이 축적해 온 전문성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이다. 결국 AI 시대의 경쟁력은 AI를 얼마나 잘 다루느냐에 있지 않다. 깊이 배우고, 그 배움을 오랫동안 전문성으로 축적해 온 힘에 달려 있다.
다음 글에서는 AI 시대 학생이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그리고 그 배움이 어떻게 전문성으로 축적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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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재 순서 예고
- 제1편.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 AI가 바꾼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 제2편. 왜 같은 AI를 사용하는데 결과는 다른가? • AI 활용 능력의 차이는 결국 인간의 전문성과 지식 수준의 차이인가. - 제3편. AI 시대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지식 교육은 축소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더욱 중요해지는가. - 제4편. 인간 고유 역량이라는 말의 함정 • AI와의 비교 속에서 인간다움을 설명하려는 교육 담론을 비판하다. - 제5편. AI가 인간의 학습 원리까지 바꾸었는가? • 인지과학과 교육학의 관점에서 다시 묻다. - 제6편. AI 시대 교육개혁의 진짜 과제는 무엇인가? • 기술이 아닌 교육의 본질에서 미래교육을 다시 설계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