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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교사의 독서교육] ④'낭독', 공감·표현·소통을 이끄는 독서교육의 출발점이 되다

더에듀 | ‘독서 국가 선포식'으로 독서 진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학교 독서 교육의 핵심인 사서교사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에듀>는 사서교사들의 생생한 교육 실천 사례를 공유해 현장의 독서 교육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 문화를 확산하고자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소속 사서교사들의 수업 이야기를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AI가 일상이 된 시대다. 학생들은 이전보다 훨씬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지만, 한 권의 책을 깊이 읽고 타인의 마음에 귀 기울이는 시간은 줄어들고 있다. 디지털 기기 사용 증가와 독서 시간 감소는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이 같은 시기에 학교도서관이 함께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나누는 배움터가 되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 지난해부터 낭독을 중심으로 한 독서프로젝트를 운영해 오고 있다. 낭독은 책을 소리 내어 읽는 활동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게 하는 힘을 지닌다.

 

특히 낭독은 읽기 능력이 뛰어난 학생만을 위한 활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혼자 책 읽기를 어려워하는 학생도 누군가의 목소리를 통해 이야기를 만나고, 함께 읽으며 책에 대한 흥미를 키울 수 있다. 책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과정은 학생들에게 독서의 즐거움을 새롭게 발견하게 한다.

 

 

대표적인 활동이 ‘책 읽어주는 선배’ 프로그램이다. 5학년 독서동아리 학생들이 1~2학년 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독서 멘토링 활동이다.

 

동아리 학생들은 백희나 작가의 ‘알사탕’을 비롯한 여러 권의 책을 함께 읽으며 문장의 의미를 살려 읽는 방법과 적절한 속도, 호흡을 연습한다. 그리고 교실로 직접 찾아가 동생들에게 그림책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독서 경험을 나눈다. 책 한 권이 선·후배를 연결하고, 독서가 사람과 사람을 잇는 매개가 되는 순간이다.

 

 

올해부터는 ‘아침 낭독 프로젝트, 낭랑한 아침’도 운영하고 있다. 등교 후 학교도서관에 모여 20분 동안 사서교사와 참여를 희망한 학생들이 김혜정 작가의 ‘열세 살의 걷기 클럽’을 함께 소리 내어 읽는다.

 

빠르게 흘러가는 학교생활 속에서 독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시작한 활동이다. 짧지만 같은 책을 함께 읽고 인상 깊은 부분을 나누는 경험은 하루를 여는 특별한 시간이 된다. 틈새 시간을 활용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을 만들고, 무엇보다 한 공간에서 같은 문장을 함께 읽는 시간은 공동체적 독서 문화를 만들어 간다.

 

 

낭독은 독서와 표현 활동을 연결하는 프로젝트로도 확장된다. 이지은 작가의 그림책 ‘친구의 전설’을 함께 읽은 뒤, 장면별로 역할을 나누고 그림자 인형을 활용해 이야기를 무대 위에 올린다.

 

단순히 대사를 읽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마음을 상상하고, 그 감정이 전달되도록 목소리에 담아 표현한다. ‘호랑이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친한 친구와 헤어진다면 어떤 마음일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이해하게 된다.

 

작은 무대이지만 그림자 낭독극을 통해 학생들은 한 명 한 명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다. 학생들은 ‘혼자 읽는 것보다 함께 읽으니 더 재미있었어요’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낭독은 학생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로 책을 표현하는 자신감을 길러 주었다. 처음에는 작은 목소리로 책을 읽던 학생들도 여러 차례 낭독 활동에 참여하면서 점차 목소리를 내는 것에 자신감을 보였다.

 

책 읽어주는 선배 활동에 참여했던 학생들은 스스로 그림책을 고르고 동생들에게 읽어줄 부분을 연습하며 책임감을 배웠고, 낭독극에 참여한 학생들은 친구들과 역할을 나누고 장면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협력의 가치를 경험했다.

 

낭독의 교육적 가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은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며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고, 이는 문해력 향상으로 이어진다. 또한 등장인물의 감정을 이해하고 목소리에 담아 표현하는 과정은 공감 능력을 키운다. 친구의 낭독을 듣고 자신의 생각을 나누는 경험은 경청과 의사소통 능력까지 확장시킨다.

 

화면 속 짧은 정보에 익숙한 학생들에게 낭독은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사고를 깊게 만드는 경험이 된다.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생각하기가 통합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낭독은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핵심 역량을 기르는 독서교육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낭독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그림책 원화 전시와 연계한 ‘시 그림책 함께 읽고 함께 듣기’, 책 속 인물의 고민을 시로 위로하는 ‘시로 전하는 고민 처방전’ 등 낭독을 기반으로 한 독서 활동들이 학생들의 독서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고 있다.

 

낭독은 하나의 프로그램에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의 공감과 표현, 소통을 이끄는 독서교육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낭독은 단순히 소리 내어 읽는 일이 아니다. 마음을 담아 책 이야기를 다정히 건네는 일이다. 오늘도 학교도서관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따라 이야기가 흐른다. 그 이야기 속에서 학생들은 책과 사람, 세상과 연결되는 힘을 키워 간다. 학교도서관은 오늘도 그렇게 학생들의 삶에 책을 잇는 공간이 되고 있다.

 

구혜진 = 초등학교 사서교사. 학교도서관에서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낭독의 시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낭독이 책과 사람,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을 믿는다. 동료 사서교사들과 배우고 나누며, 매일 조금씩 성장하고 싶은 사서교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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