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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안민석의 교육장 공모제, 극복 과제는?

‘지역의 힘’을 키우는 제도로 성공하려며

 

더에듀 | 조선 왕조 500년 역사에서 ​영조는 탕평책을 펼치며 인사권의 독점을 막고자 조정을 흔들던 이조전랑의 권한을 약화시켰다. 이는 권력이 한곳에 고이면 썩고, 인사가 만사(萬事)가 아닌 망사(亡事)가 된다는 역사의 교훈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6년 7월 새로운 교육감들의 임기가 정식으로 시작되면서 대한민국 최대의 교육 지자체인 경기도에서 이와 유사한 획기적인 실험을 계획하고 있다. 안민석 경기교육감이 교육 자치 실현과 교육격차 해소를 기치로 내걸고 전국 최초로 도입을 선언한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가 바로 그것이다.

 

​인사권을 쥔 교육감이 스스로 그 권한을 내려놓고 지역사회에 위임하겠다는 이 선언은 가히 교육계의 ‘신선한 충격’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지역 사정을 가장 잘 아는 현장의 리더를 발굴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세상에는 공짜 점심이 없듯이, 제아무리 그럴듯한 개혁안이라도 양날의 검이기 마련이다. 안민석표 교육장 공모제가 경기도 교육의 토양을 살리는 명약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정치적 셈법의 덫이 될지 그 손익계산서를 냉정하게 따져볼 때다.

 

먼저 장점을 살펴보자. ​

 

기존의 교육장 임용 방식은 도 교육청 본청의 관료적 심사와 교육감의 낙점이라는 전형적인 하향식(Top-down) 구조였다. 이 구조 속에서 교육장들은 지역 주민이나 학교 현장보다는 임명권자인 교육감의 눈치를 보기에 급급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타 시·도 사례의 경우를 보면, 서울교육청과 전남교육청 등에서 앞서 시도했던 ‘주민추천 교육장 공모제’는 상당한 가능성을 증명한 바 있다.

 

주민과 학부모, 교원이 참여하는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발된 교육장들은 지자체와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혁신교육지구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거나, 농산어촌 유학 사업을 연계해 ‘작은 학교 살리기’라는 지역 소멸 대응책을 만들어냈다. 현장을 직접 발로 뛰는 ‘현장 밀착형 행정’이 정착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지역 맞춤형 교육의 실현을 위해서 안민석 교육감의 안(案)은 이를 한 단계 발전시켜 지역교육 공헌 성과 기술서와 지역 특성 반영 정책 대안 능력을 면접 평가에 70%를 반영하겠다고 한다.

 

예컨대, 수원에는 수원의, 연천에는 연천의 교육적 문맥이 있다. 지역을 가장 잘 아는 리더가 최대 4년의 임기 동안 소신껏 지역 맞춤형 교육 청사진을 그릴 수 있다는 점은 명백한 장점이다. 여기에 동료평가 30%를 더해 조직 내 신뢰도까지 검증하겠다니 겉보기엔 매우 촘촘하다.

 

​그러나 그 이면의 단점을 살펴보면, 장밋빛 미래만 꿈꾸기엔 현실의 벽이 너무도 높고 단단하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권한 없는 책임’과 ‘인기투표로의 전락’이다. 특히 ​인사와 예산 없는 무늬만 최고 책임자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현재 교육지원청은 지역 교육을 총괄하는 기관처럼 보이지만, 교장·교감은 물론 전문직과 행정 직원의 인사권, 그리고 핵심 예산 편성권은 모두 도 교육청 본청과 교육감에게 집중되어 있다.

 

제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법규와 조례의 정비 없이 지역에서 교육장을 추천해 본들, 그 교육장이 쓸 수 있는 유용한 ‘패’가 없다면 결국 본청의 지시를 하달하는 ‘상급 전달자’에 그칠 확률이 높다. 권한은 없는데 중간평가를 통해 성과와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지독한 모순이라 할 것이다.

 

또한 ​지역 교육계의 정치화와 논공행상 우려가 염려된다. 추천위원회라는 공적 기구가 자칫 지역 내 유력 인사들이나 특정 교원 단체의 입김에 휘둘리는 ‘정치적 야합의 장’이 될 수 있다. 교육적 전문성보다는 지역 인맥 관리와 선거 공신들을 위한 ‘위인설관(爲人設官)’의 통로로 변질될 위험성 말이다.

 

동료평가 역시 자칫 소신 있는 개혁가보다는 무색무취하고 좋은 게 좋은 식의 ‘인기 영합주의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맹점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 제도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고 경기 교육의 체질을 바꾸는 혁신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 실정에 맞는 과감한 보완책이 필요하다.

 

 

​첫째, ‘교육장 예산·인사 쿼터제’의 과감한 도입이다.

 

무늬만 교육장이 아닌 ‘실세 교육장’을 만들어야 한다. 도 교육청은 총액 예산 중 일정 비율을 지역 교육지원청에 ‘블록 펀드(Block Fund)’ 형태로 무조건 배정하고, 관내 교원 인사의 최소 30%에 대한 실질적 전보권을 교육장에게 이양해야 한다. 돈과 칼(인사권)을 쥐여주지 않고 지역교육을 책임지라는 것은, 요리사에게 칼과 재료 없이 최고의 만찬을 차려내라는 요구와 하등의 차이가 없을 것이다.

 

둘째, 블라인드 ‘역량 평가’와 외부 전문가 위원회의 구성이다.

 

학연과 지연, 정치적 배경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1차 서류와 기획서 평가는 철저히 블라인드로 진행해야 한다. 또한 추천위원회 구성 시 지역 내 이해관계자를 철저히 배제하고, 타 지역의 교육 전문가와 시민사회 활동가로 구성된 ‘교차 평가단’을 암행어사처럼 투입해 지역 내 카르텔이 특정 후보를 밀어주는 야합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셋째, ‘낙제점 스트라이크 아웃제’와 주민 소환권의 결합이다.

 

최대 4년의 임기를 보장하되, 임기 중 2년마다 치러지는 중간평가에 주민과 학부모 참여 비율을 50% 이상으로 대폭 확대해야 한다. 공약 이행률이 미진하거나 지역교육 만족도가 불만족스럽다면 언제든 임기 중이라도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는 ‘강력한 회수권’을 주민에게 부여해야 교육장이 본청이 아닌 ‘주민’을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단순히 좋은 사람을 뽑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좋은 사람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딴맘을 먹지 못하도록 감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까지가 인사의 완성이다.

 

​안민석 교육감의 ‘지역추천 교육장 공모제’는 분명 대한민국 교육 자치의 역사를 새로 쓸 만한 매력적인 카드다. 다만 이 카드가 승부수가 될지 악수가 될지는 향후 얼마나 촘촘하고 과감하게 제도의 허점을 메우느냐에 달려 있다.

 

경기도의 지역 교육장 자리가 교육감의 선거 전리품이나 관료들의 퇴임 전 거쳐 가는 간이역이 아니라, 지역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지는 진짜 ‘교육 사령관’의 자리가 되어야 한다.

 

경기 교육의 ‘지역의 힘’은 이제 막 시험대에 올랐다. 부디 좋은 점들이 많이 작용하여 이상과 현실이 조화롭게 기능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기대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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