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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연의 THE교육] AI 시대, 프롬프트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

 

더에듀 | 지난달 25일, DX교육데이터협회가 주관한 ‘AI 바이브 코딩 기반 업무시스템 실전 워크숍’ 현장을 다녀왔다. 코딩 한 줄 없이도 생성형 AI와 몇 개의 프롬프트만으로 실제 업무에 쓰는 시스템을 만들어 배포하는 시대가 이미 눈앞에 와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끼는 자리였다.

 

많은 참여자들이 ‘이제는 누구나 코딩이 아니라 프롬프팅으로 시스템을 만드는 시대’라는 사실에 놀라워하면서도, 곧 공통된 깨달음을 나눴다.

 

정말 중요한 것은 프롬프트 문장을 예쁘게 쓰는 기술이 아니라, 애초에 무엇을 문제로 삼을 것인지 정확히 알아내고 정의하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AI는 ‘답’을 잘 만든다, 그런데 우리는 ‘질문’을 잘 만들고 있나


지금 학교와 직장에서는 ‘AI 활용 교육’과 ‘프롬프트 작성법’이 빠르게 유행하고 있다. “이렇게 쓰면 보고서가 나온다”, “이렇게 요청하면 코드를 얻는다”는 식의 팁과 노하우도 넘쳐난다.

 

하지만 워크숍에서 가장 많이 나왔던 말은 조금 달랐다.

 

“프롬프트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진짜 풀고 싶은 문제가 뭔지를 잘 모를 때가 너무 많다.”

 

AI는 잘 정의된 문제를 만나면 놀라울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게 답을 만들어 준다. 반대로, 애매하게 정의된 문제를 주면 그럴듯한 오답을 아주 효율적으로 만들어 낸다.

 

AI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문제라고 부르고, 어떤 범위까지를 AI에게 맡길 것인지를 명확히 하지 못하는 데서 많은 혼선이 시작된다.

 

세계경제포럼이나 여러 연구에서는,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인간의 역량으로 문제 찾기(problem-finding)와 문제 정의(problem-framing)를 반복해서 언급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얼마나 많은 도구를 아느냐’보다 ‘무엇이 문제인지 감지하고,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문제 정의·해결 역량’을 네 겹으로 나누어 보면


협회 워크숍을 포함해 여러 현장을 돌아보면, 문제 정의·해결 역량은 크게 네 겹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문제 인식·발견이다.

 

업무나 수업에서 반복되는 지연, 불만, 오류, 낭비를 보면서 “원래 일이 이렇게 느려야 하나?”, “이 불만은 당연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줄 아는 힘이다.

 

많은 조직에서 가장 부족한 역량은 사실 이 첫 걸음, 즉 “이건 그냥 그렇다”로 넘기지 않고 문제 가능성을 감지하는 감각이다.

 

둘째, 문제 정의·구조화(Problem Framing)다.

 

모호한 상황을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 때문에, 얼마나 자주 겪는가’로 구체화하고, 이 문제가 해결되면 어떤 지표와 교육·조직 목표가 좋아지는지 연결해 보는 능력이다.

 

같은 불편이라도 ‘개인의 습관 문제’로 볼 것인지, ‘시스템과 정책의 문제’로 볼 것인지에 따라 해결 방식과 책임의 위치가 달라진다.

 

셋째, 원인 분석·대안 설계다.

 

표면적 증상과 근본 원인을 구분하고, 사람·프로세스·데이터·제도 등의 관점에서 여러 원인 후보를 검토하는 힘이다. 그리고 AI·자동화·교육 설계·정책 변경 등 다양한 수단을 엮어 여러 대안을 만들고, 각각의 비용·효과·리스크를 비교해 보는 능력이다.

 

넷째, 실행·검증·학습이다.

 

작은 실험부터 시작해 실제로 실행해 보고, 데이터와 피드백을 통해 효과를 검증한 뒤, 다시 설계하는 반복 능력이다.

 

이 단계에서 AI는 분석·보고·자동화 도구로 큰 역할을 하지만, 무엇을 성공으로 볼지, 실패에서 무엇을 배웠다고 기록할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프롬프트 이전에 ‘문제 정의서’부터 쓰게 하자


그렇다면 교육과 현장에서 우리는 어떻게 이 역량을 키울 수 있을까. 워크숍 경험과 최근 연구들을 엮어 보면, 몇 가지 현실적인 방향이 보인다.

 

첫째, 프롬프트 교육보다 ‘문제 정의서’ 쓰기를 먼저 시도해 보는 것이다.

 

학생·직장인에게 ‘멋진 AI 서비스 아이디어’를 바로 요구하는 대신, 먼저 각자 일상과 업무에서 느끼는 불편·비효율·불공정을 적게 한다. 그 다음, 그 중 하나를 골라 1~2쪽 분량의 ‘문제 정의서’를 작성하게 한다.

 

어떤 상황에서, 누가, 무엇을 겪고 있는지, 이 문제가 조직·학습·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해결되었을 때 기대되는 변화와 지표는 무엇인지를 담는 것이다.

 

이 정도 틀만 있어도, 참가자들은 ‘AI로 무엇을 할지’보다 먼저 ‘정말 중요한 문제가 무엇인지’를 깊이 생각하게 된다.

 

둘째, AI를 ‘정답 기계’가 아니라 ‘질문 파트너’로 쓰는 것이다.

 

워크숍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중 하나는, 참가자들이 자신이 쓴 문제 정의서를 AI에게 보여주며 이렇게 요청하는 순간이었다.

 

“이 정의를 읽고, 내가 놓치고 있는 관점·질문을 다섯 개만 던져줘.”

 

AI는 “이 문제의 이해관계자는 누구인가?”, “이 문제를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지금까지 어떤 해결 시도가 있었는가?” 등 다양한 질문을 던져주었다. 그 질문들 덕분에 참가자는 자신의 문제 정의를 한 번 더 고쳐 쓰게 되었고, AI를 통해 더 나은 질문을 설계하는 연습을 하게 되었다.

 

분명한 것은, 최종 문제 정의를 결정하고 책임지는 주체는 여전히 당사자라는 점이다. AI는 우리의 사고를 흔들어 주는 파트너이자 거울일 뿐, 문제를 대신 정의해 줄 수는 없다.

 

셋째, 간단하지만 강력한 구조화 도구를 실제 과제에 적용해 보는 것이다.

 

5 Whys, 이슈 트리, IS/IS NOT 분석, 고객·학습자 여정 맵 같은 도구들은 책이나 강의로만 들으면 단순해 보인다. 그러나 자신의 실제 문제에 적용해 보는 순간 난이도가 확 올라간다.

 

교육·연수에서는 각 도구를 하나씩 설명하는 대신, 참여자들이 가져온 현실 문제에 도구를 직접 적용해 보는 워크숍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AI는 “이 이슈 트리를 다른 관점에서 다시 그려달라”, “이 고객 여정 맵에서 놓친 단계가 무엇인지 제안해 달라”고 요청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될 수 있다.

 

넷째, 실제 성과 지표와 연결해 보는 연습이다.

 

문제 정의·해결 교육이 추상적인 사고 훈련에 머물지 않으려면, 학습과 업무의 실제 지표와 연결되어야 한다.

 

학생에게는 학습 시간, 과제 완성도, 협업 경험, 스트레스 수준 같은 지표를, 직장인에게는 처리 시간, 오류율, 고객·학생 만족도, 비용·매출 등 실제 KPI를 가져오게 한다. 그리고 각자가 정의한 문제와 ‘어떤 지표를 얼마나 개선하고 싶은지’를 연결해 보게 한다.

 

이 작업을 통해, 문제 정의·해결은 ‘생각 연습’을 넘어 데이터로 말하고, 성과를 설계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문화로 이어진다.

 


AI와 함께 문제를 푸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워크숍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다시 한 번 교육의 질문을 떠올렸다.

 

‘AI를 어떻게 잘 쓰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 이전에, ‘학생들이 무엇을 문제로 삼고, 어떻게 정의할 줄 아는 사람이 되도록 무엇을 경험하게 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하지 않을까.

 

프롬프트와 도구는 계속 바뀔 것이다. 하지만 문제를 감지하는 눈, 정의하는 언어, 실험하고 배우는 태도는 시대가 바뀌어도 남는 역량이다.

 

AI 시대의 교육과 조직 개발은, 결국 이 질문에 어떻게 답하느냐에 달려 있다. ‘문제 정의·해결 역량’을 중심축으로 놓는다면, 우리는 AI를 잘 쓰는 이용자를 넘어, 문제와 기술을 함께 설계하는 주체를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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