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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의 THE교육] 응징의 '참교육', 역사 속 ‘함무라비 학교’가 지금의 교육 현실을 구할 수 있을까?

 

더에듀 | 어느 날 지인이 개인적인 고백을 했다. 특정 정소에서 우연히 학교 현실을 반영한 드라마를 보게 되었는데 너무 자극적이고 불편해 채널을 돌렸다는 것이다.

 

최근 안방극장을 뜨겁게 달구며 논란의 중심에 선 네이버 웹툰 원작의 드라마 ‘참교육’이 연일 화제다. 무너진 교권을 바로잡기 위해 교육부 직속 ‘교권보호국’의 현장감독관들이 학교에 파견되어, 선을 넘은 불량 학생들과 막장 학부모들을 말 그대로 ‘참교육(물리적·심리적 응징)’하는 내용이다.

 

현실을 반영하듯 드라마를 보며 ‘속이 다 시원하다’며 청량 음료를 들이켠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도 많다. 오죽하면 저런 드라마가 나왔을까 싶을 정도로 최근 우리 교육 현장의 교권 추락과 학교폭력 실태가 아주 심각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시청자 게시판과 SNS에는 ‘충격적이다’, ‘우리 교육이 정말 이 지경까지 왔단 말이냐?’라는 우려와 의혹의 목소리와 함께 ‘도저히 끝까지 못 보겠다’며 채널을 돌렸다는 중도 하차 경험도 쏟아지고 있다.

 

​구체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극 중 교권보호국 감독관들이 휘두르는 정의의 주먹과 가혹한 사적 제재가 언뜻 통쾌해 보이지만, 정신을 차리고 보면 그것은 교육이 아니라 그저 세련되게 포장된 ‘학교판 범죄도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 속 세계관을 관통하는 철학은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의 함무라비 법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사상으로 학생이 때렸으니 선생도 때리고, 학부모가 갑질했으니 감독관도 똑같이 응징하는 원리다.

 

​하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교육(Education)의 어원은 라틴어 ‘Educere’로, ‘내면의 가능성을 밖으로 이끌어내다’ 즉, 인출(引出)이라는 뜻이다. 때려주고 윽박질러서 겉모습만 얌전하게 만드는 것은 교육이 아니라 이는 전형적인 ‘길들이기(Training)’이자 ‘통제’일 뿐이다.

 

​만약 매 타작과 물리적 억압이 최고의 교육적 해법이라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교육자는 공자나 페스탈로치, 방정환 선생이 아니라 과거 신군부 독재 시절의 삼청교육대 교관들이었을 것이다.

 

​불량 부품을 때려 맞추는 공장식 해법으로는 아이들의 깨진 인성을 절대로 복구할 수 없다. ‘이에는 이’라는 식의 폭력적 악순환은 단기적으로는 침묵을 조성할지 몰라도, 결국 더 정교하고 악랄한 변종 폭력을 낳을 뿐이다.

 

​국내 교육계 전문가들이 “드라마의 허구성과 카타르시스는 인정하되, 그것이 현실 교육의 대안이 되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입을 모아 경고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한국대학신문 2026. 6. 29.자 전문가 기고).

 

이 글에서는 ​드라마가 주는 후유증을 극복하고, 진짜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해서 학교 현장에서는 말뿐인 정서 치유가 아닌, 시스템적이고 획기적인 대응책이 도입되어야 함을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가상현실(VR) 기반 역지사지 프로그램의 도입이다. ​

 

교권 침해 학생이나 악성 민원 학부모에게 무조건적인 징계나 반성문 작성을 요구하는 대신, 고도화된 VR 기술을 활용한 ‘역지사지 교육 프로그램‘을 의무화해야 한다.

 

학생은 교사 관점에서 자신의 무례한 언행이 교사의 정신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 생생하게 체험하고, 학부모는 25~30명의 아이들을 혼자 감당하는 교사의 하루를 VR로 직접 겪어보게 하는 것이다.

 

뇌 과학계에 따르면 인간의 공감 능력은 ‘처벌’이 아니라 ‘체험’을 통해 활성화된다고 한다. 이는 주먹 대신 ‘공감 의식’을 적용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시도라 할 것이다.

 

둘째, 교내 ‘갈등 해결 기구’의 실질적 권한 부여다.

 

​드라마처럼 외부에서 무소불위의 감독관이 내려와 해결하는 구조는 학교의 자정 능력을 상실하게 만든다. 대신 학교 내에 교사, 학생, 학부모가 동등하게 참여하는 ’자치 사법 위원회‘를 구성하고, 갈등이 발생했을 때 서면 경고 수준이 아닌 ’사회봉사‘나 ’피해 교사에 대한 정서적 보상 행위‘를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을 법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스스로 만든 규칙을 스스로 집행할 때, 집행하는 룰은 더욱 힘을 발휘할 것이다.

 

셋째, 교사-학부모 간의 AI 소통 프로그램의 적용이다.

 

​최근 교권 추락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퇴근 후나 주말을 가리지 않는 악성 민원과 갑질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모든 학부모의 민원과 상담 요청을 1차적으로 필터링하는 ’학교 전용 AI 소통 비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감정적인 폭언이나 비합리적인 요구는 AI가 정중한 교육적 언어로 자동 순화하여 교사에게 전달하고, 도를 넘은 악성 민원은 시스템이 알아서 차단 및 법적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이처럼 교사의 감정 노동을 기술적으로 방어해 줄 때, 교사는 교실 안에서 아이들에게 온전히 집중할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의 교실은 드라마처럼 슬로우 모션이 걸리는 멋진 액션 신도 없고, 주인공의 독설 뒤에 깔리는 통쾌한 배경음악도 없다. 현실의 교육은 지루할 정도로 길고, 눈물겹도록 인내해야 하며, 때로는 아무런 성과가 보이지 않아 좌절하는 지난한 과정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교육에 몽둥이 대신 기다림’과 ‘존중’을 적용해야 하는 이유는, 우리가 키워내야 할 존재들이 폐기 처분할 쓰레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사람’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참교육이 던진 충격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당신은 정말 법과 주먹으로 통제되는 삭막한 교실을 원하는가?”

 

​이제 감정적 카타르시스 유발의 드라마 채널을 돌리고, 우리 교실의 맨얼굴을 차분하고 냉정하게 마주해야 할 시간이다.

 

진짜 참교육은 드라마 속처럼 어두운 골목길에서의 매 타작이 아니라, 밝고 부드러운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고귀한 인간으로 존중하며 대화하고 공감을 나누며, 가슴으로 느끼는 소통이 있을 때만 비로소 시작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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