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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나의 THE교육] 서논술형 평가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초중등에 서논술형 평가 100% 전환하겠다는 김대중 교육감에게

"평가 혁신의 본질은 평가 유형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이다"

 

더에듀 |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이 내년부터 초등학교 5·6학년과 중학교 1학년 일부를 대상으로 서·논술형 평가 100% 전환을 추진하고, 2032년까지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한다. 그러나 모든 평가를 하나의 방식으로 일체화하는 순간, 그것은 평가 혁신이 아니라 또 다른 평가 편향이 된다. 교육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특정한 평가 방식을 절대화하는 일이다.

 

과정중심평가 역시 학생의 학습 과정을 살피고 피드백을 통해 성장을 지원하자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의미 있는 시도였다. 그러나 과정이 좋은 평가의 기준이 되고 총괄평가는 낡은 평가처럼 인식되면서, 초등학교에서는 평가의 균형이 흔들렸다. 그 결과 지필평가와 총괄평가는 학생의 성장을 돕지 못하는 평가처럼 오해되기도 했다.

 

하지만 일정 기간 학생이 무엇을 알고 이해했는지를 확인하는 일 역시 교육에 필수적이다. 과정과 결과는 대립하는 개념이 아니라 함께 작동해야 하는 평가의 두 축이다.

 

지금은 비슷한 장면이 서·논술형 평가를 중심으로 반복되고 있다. 학생이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근거를 들어 표현하는 서·논술형 평가는 분명 필요하다. AI 시대에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길러야 한다는 문제의식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과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서·논술형 평가는 중요한 평가 방식이지만, 모든 평가를 대체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평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일체화하는 것은 혁신이 아니라 또 다른 획일화다. 과정중심평가의 전면화가 과정 편향을 낳았다면, 서·논술형 평가의 전면화는 평가 유형의 편향을 낳을 수 있다.

 

평가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평가 방식을 표준화하는 순간,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새로운 편향이 된다. 교육정책이 다양성과 정교화를 외면할수록 그 부담은 결국 학생에게 돌아간다.

 


평가의 본질은 평가 방식이 아니라 평가 목적이다


평가는 학생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이해하며, 어디에서 어려움을 겪고, 다음 학습을 위해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를 파악하는 교육적 행위다. 따라서 좋은 평가는 서술형이냐 선택형이냐, 과정중심이냐 총괄평가냐로 결정되지 않는다. 성취기준과 학습 내용에 가장 적합한 방식인가, 학생의 현재 학습 상태를 정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결과가 다음 수업과 피드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가가 평가의 핵심이다.

 

기초 개념을 확인해야 할 때도 있고, 절차적 기능이나 사실적 지식을 점검해야 할 때도 있다. 반대로 개념 간 관계를 설명하거나 사고 과정과 표현 능력을 확인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어떤 학습은 단답형이나 선택형이, 어떤 학습은 서술형이나 논술형이 더 적합하다.

 

평가 방식은 목적에 따라 선택되어야 한다. 이것이 평가의 기본 원리다.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 초등학생은 지식과 개념, 기능, 표현 능력, 사고력이 함께 발달하는 시기다. 따라서 평가는 학생의 학습 상태를 세밀하게 진단하고 필요한 지원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런데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면 교과 개념의 이해보다 문장 구성력과 표현 능력이 평가 결과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교과 이해와 언어 표현이 뒤섞이는 문제가 발생한다.

 

학생마다 지식 수준과 사고의 깊이는 다르다. 어떤 학생에게는 기초 개념을 확인하는 평가가, 어떤 학생에게는 사고를 설명하는 평가가 필요하다. 또 말하기나 수행, 관찰이 더 적합한 학생도 있다. 그런데 모든 학생을 하나의 평가 방식으로 재겠다는 것은 학생 맞춤형 교육과 모순된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말하면서 평가만 획일화하는 것은 교육적으로 설득력이 약하다. 이는 모든 환자를 하나의 검사 도구만으로 진단하겠다는 것과 같다. 질병의 원인과 증상이 다른데 하나의 검사만으로 판단할 수 없듯, 학생의 발달 단계와 교과 이해 수준이 다른데 하나의 평가 유형으로 모든 학습을 평가할 수는 없다.

 


평가 혁신의 핵심은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다


이 문제는 서·논술형 평가의 찬반을 넘어 교사의 평가 전문성에 관한 문제다.

 

과정중심평가든 서·논술형 평가든 특정 방식을 표준으로 정하고 교사에게 따르도록 요구한다면, 평가는 전문적 판단이 아니라 행정 절차가 된다.

 

평가는 정해진 방식에 학생을 맞추는 일이 아니다. 성취기준, 교과 특성, 학생의 발달 단계와 학습 수준, 수업 맥락을 종합하여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평가 방식을 선택하는 전문적 판단이다. 그 판단이 바로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특정 평가 방식을 전면화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다양한 평가를 설계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성취기준에 맞는 평가 예시를 제공하고, 공동 출제·공동 채점 체계를 마련하며, 채점 기준과 피드백 자료를 정교화해야 한다. 강화해야 할 것은 특정 평가 방식이 아니라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다.


AI는 교사를 대신할 수 있나


서·논술형 평가를 전면화하면서 채점 부담은 AI가 덜어줄 수 있다는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평가를 지나치게 단순하게 이해한 접근이다. 평가의 어려움은 채점량이 아니라 학생의 답안에서 사고 과정을 읽고, 오개념을 찾아내며, 다음 학습을 위한 피드백을 설계하는 데 있다.

 

AI는 평가를 지원할 수는 있다. 그러나 평가의 교육적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학생에게 가장 적절한 평가와 피드백을 판단하는 일, 그리고 그 판단에 따르는 교육적 책임은 결국 교사의 전문성 위에 놓인다.

 

물론 교사의 업무 부담 역시 중요한 정책 조건이다. 서·논술형 평가가 확대되면 출제와 채점, 피드백, 학부모 상담과 민원 대응까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평가의 정당성은 교사의 편의가 아니라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얼마나 정확하게 지원하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업무 부담은 제도 운영의 문제이고, 평가의 타당성은 교육의 문제다. 두 문제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 정책은 ‘교사가 힘들다’가 아니라 ‘학생에게 더 좋은 평가인가’라는 기준으로 검토되어야 한다.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는 것이 학생의 학습 상태를 더 정확하게 진단하는가. 기초 개념과 절차적 기능, 사고 과정과 표현 능력을 균형 있게 평가할 수 있는가. 다양한 발달 수준과 학습 격차를 가진 학생에게 공정한 평가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 교과별 성취기준의 차이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평가 혁신이 아니라 평가 형식의 획일화일 뿐이다.

 


정책은 문제 정의에서 시작된다


정책은 문제를 옳게 정의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

 

학생의 문해력이 문제라면 원인이 평가 유형인지, 수업 설계인지, 독서 경험 부족인지, 기초 어휘와 개념 학습의 결손인지부터 살펴야 한다. 사고력 부족 역시 충분한 지식의 축적과 적절한 수업 경험이 전제되어야 한다.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지 않은 채 평가 방식만 바꾸는 것은 문제 해결이 아니라 문제의 단순화에 가깝다.

 

흔히 ‘평가가 바뀌면 수업이 바뀐다’고 말한다. 그러나 평가가 수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다른 문제다. 수업 개선으로 이어지는 평가는 성취기준과 교과 특성, 학생의 발달 단계에 따라 정교하게 선택될 때 비로소 교육적 의미를 갖는다.

 

객관식과 수능 중심 평가를 약화시키면 학교교육이 살아난다는 주장 역시 오늘의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이미 학교 현장에서는 수행평가와 과정중심평가, 서술형 평가가 오랫동안 확대되어 왔다. 그럼에도 학습 결손과 사교육 의존이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면, 문제의 원인을 평가 유형 하나로 환원하기는 어렵다.

 

수능은 점수로 경쟁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은 기록과 해석으로 경쟁한다. 경쟁의 방식만 달라졌을 뿐 경쟁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평가 기준이 복잡해질수록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 밖 정보와 사교육에 더 의존할 가능성이 커진다.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전환한다면 첨삭, 모범답안, 채점 기준 분석 등 새로운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도 충분하다.

 

공교육 혁신을 위해 추진한 정책이 또 다른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 낸다면 그 역시 정책이 반드시 검토해야 할 결과다.


평가 혁신은 다양성과 전문성 위에서 완성된다


교육에서 편향은 늘 그럴듯한 이름으로 등장한다. 어느 때는 과정중심평가라는 이름으로, 어느 때는 서·논술형 평가라는 이름으로, 또 어느 때는 토의·토론 수업이나 AI 시대 인재 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름이 아무리 그럴듯해도 하나의 방법으로 모든 교육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발상은 경계해야 한다.

 

모든 학습을 토의·토론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향이고, 모든 평가를 서·논술형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도 편향이다. 학습 목표와 성취기준이 다르면 수업도 달라져야 하고 평가도 달라져야 한다. 교육의 전문성은 하나의 방법을 절대화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학생과 학습 목표에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는 데 있다.

 

평가 혁신 역시 마찬가지다. 평가 혁신의 핵심은 특정 평가 유형을 확대하는 데 있지 않다. 학생의 학습 목표와 발달 수준에 맞추어 다양한 평가 방식을 정교하게 활용하는 데 있다. 과정과 결과를 함께 살피고, 지식과 사고를 함께 확인하며, 이해와 표현을 균형 있게 평가할 때 비로소 학생의 성장을 정확하게 지원할 수 있다.

 

평가 혁신이 또 다른 편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서·논술형 평가를 신성시하는 일도, 지필평가와 총괄평가를 악마화하는 일도 아니다. 필요한 것은 평가의 균형을 회복하는 일이다.

 

학생이 다양하다면 평가도 다양해야 한다. 학생 맞춤형 교육을 말한다면 평가 역시 맞춤형이어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는 중요한 평가 방식이지만, 모든 평가를 대신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평가는 정해진 방식에 학생을 맞추는 일이 아니다.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평가 방식을 선택하는 전문적 판단이다. 그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이 교사이며, 그것이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다.

 

교육정책이 해야 할 일은 하나의 평가 방식을 일률적으로 확대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교육과정과 성취기준, 학생의 발달 단계와 학습 수준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평가를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평가 혁신의 출발점은 새로운 평가 유형이 아니다.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신뢰하는 일이다. 그 신뢰 위에서만 평가의 다양성과 학생 맞춤형 교육도 함께 완성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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