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대한민국 청년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고교생의 3분의 2가 대학이란 좁은 문을 향해 돌진하고, 대학에서는 온갖 스펙을 쌓아 역사상 전대미문의 실력을 갖춰도 고용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청년 실업은 제어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고 있다. 이는 우리 산업이 최첨단화하면서 실질적인 고용이 줄면서 오랫동안 고용 절벽이란 정형화된 틀 위에 놓이기 때문이다.
여기엔 고정된 공식이 존재한다. ‘초·중·고교에서의 치열한 내신·수능 경쟁 → 대학 진학 → 대기업 또는 공공기관 취업’으로 이어지는 병목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고교 졸업생의 70% 가깝게 대학 문을 두드리는 세계적으로도 경이로운 진학률은 이러한 한국 사회의 학벌 신화와 안정적인 고용에 대한 갈망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거시경제의 현실은 이 오래된 공식이 파산했음을 선언하고 있다. 좀 더 부연하자면 인공지능(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기술 중심으로 국가 산업 구조가 급격히 재편되면서 이른바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막대한 부를 창출하지만, 기술 집약적 산업의 특성상 과거처럼 수만 명의 신입사원을 공채로 뽑지 않는다. 따라서 청년들이 그토록 갈망하는 ‘안정적인 고용’의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애써 외면하고 싶지만 거스를 수 없는 서글픈 현실이다.
계속 줄 세울 것인가, 새로운 문을 스스로 만들도록 도울 것인가
대안은 ‘창업(Entrepreneurship)’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교육 환경에서 무턱대고 ‘취업이 안 되니 창업하라’고 떠미는 것은 아무런 장비도 없이 청년들을 거친 야생으로 내모는 방임에 불과하다.
대학 진학이 기본값(디폴트)이 된 교실에서 어떻게 창업을 유도하고 이끌 것인가? 교육 당국과 우리 사회는 이제 지식의 수동적 소비자를 양성하던 교실을, 세상의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비즈니스로 구현하는 ‘창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의 인큐베이터’로 완전히 리부팅해야 한다.
창업의 본질이 무엇인가? 기술이나 자본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불편함을 포착하는 시선’과 ‘위험을 감수하고도 도전하는 뚝심’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 초·중·고 교실은 정확히 이 두 가지 역량을 일찍부터 거세하는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오지선다형 시험지 안에서 남이 정해놓은 ‘단 하나의 정답’을 가장 빠른 시간 내에 찾아내는 훈련만 반복한 청소년들은 정답이 없는 현실 세계의 문제 앞에 서면 무력해질 수밖에 없다.
실패하면 곧 낙오라는 공포 마케팅에 노출되어 자란 탓이다. 리스크를 감수하기보다 극단적인 안정(공무원이나 전문직)만을 좇게 된다.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창업 DNA는 지극히 정상적인 공교육 과정을 밟는 동안 서서히 사멸해 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교육 혁신의 아이콘인 핀란드는 이미 2016년 교육개혁을 통해 ‘창업가 정신과 실무 역량(Entrepreneurial skills and work life competence)’을 초·중·고교 전 과정의 필수 횡단형 역량(Transversal Competences)으로 지정했다.
핀란드 교육이 정의하는 창업은 단순히 ‘회사를 차리는 기술’이 아니다. 학생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패를 관리하며, 타인과 협력해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내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공교육의 토양 위에서 인구 550만 명의 소국인 핀란드가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 축제인 ‘슬러시(Slush)’를 개최하고, 노키아의 몰락 이후 수많은 혁신 스타트업을 탄생시키며 경제를 부흥시킨 원동력을 얻게 되었다.
우리 교육이 평생의 이정표로 삼아야 할 모델이 바로 여기에 있다. 고교생의 70%가 대학에 진학하는 현실을 당장 바꿀 수 없다면, 그 대학 진학의 과정과 공교육의 내용 자체에 ‘창업가 정신’의 진수를 주입해야 한다.
대학 입시 위주의 척박한 공교육 환경에서 창업 교육을 활성화하고 초·중·고 교육을 혁신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획기적인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해 본다.
첫째, 고교학점제와 연계하여 ‘실전형 기업가 교과’를 필수적으로 지정해야 한다.
학생들이 조를 짜서 학교나 지역사회의 실제 불편함을 찾아내고, 이를 해결할 제품이나 서비스의 비즈니스 모델을 캔버스로 작성해 보며, 모의 크라우드 펀딩까지 진행해 보는 프로젝트 수업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코딩, 디자인, 회계 등 교과서 속 죽은 지식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실용적 도구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둘째, ‘실패에 장학금을 주는’ 혁신적 평가 제도가 필요하다.
국내 교육 성공 사례로는 중소벤처기업부 및 교육부 주관 ‘청소년 비즈쿨(BizCool)’ 프로그램이다. ‘비즈니스로 학교에서 배운다’는 뜻의 비즈쿨 프로그램은 국내 유수의 초·중·고교에서 동아리 형태로 운영되며 놀라운 교육적 효과를 입증했다.
학생들이 직접 마켓을 열어 물건을 팔고 사업자등록 과정을 시뮬레이션하는 과정에서 학업 성취도뿐만 아니라 자아존중감과 문제해결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특히 시골의 작은 학교 아이들이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6차 산업 아이디어로 창업 경진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도농 간의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소멸을 막는 대안으로도 주목받고 있다.(창업진흥원 청소년 비즈쿨 운영 성과 보고서)
이제 이러한 비즈쿨 모델을 공교육의 주류 제도로 편입시켜야 한다. 모의 창업 과정에서 보기 좋게 실패한 조라 할지라도, ‘왜 실패했는가?’를 정교하게 분석한 피드백 보고서를 제출하면 오답 노트처럼 인정해 최고점을 주는 ‘실패의 자산화’ 교육이 교실에 정착되어야 청소년들이 비로소 리스크를 감수할 용기를 얻게 될 것이다.
셋째, 대도시의 스타트업 인프라와 농산어촌의 로컬 문제를 연결하는 ‘도농 상생형 창업 주간’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도시의 청소년들이 가진 IT·마케팅 지식과 농촌 청소년들이 가진 로컬 생태계 자원을 결합해 ‘지역 재생 스타트업’을 공동 기획하는 이동 수업이다. 청년 창업가를 키워내는 동시에 지방 소멸의 공포를 교육의 힘으로 돌파하는 가장 획기적인 나비효과가 될 것이다.
고교생 70%의 대학 진학률을 창업의 걸림돌로 볼 필요는 전혀 없다. 오히려 이를 훌륭한 ‘인프라’로 역이용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등학교 때 공교육을 통해 창업가 정신의 씨앗을 품은 청소년들이 대학에 진학한다면, 대학은 고스란히 그들의 ‘아이디어 고도화 캠퍼스’이자 ‘R&D 센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를 이끄는 수많은 혁신 기업의 창업가들은 대학이라는 플랫폼 안에서 동료를 만나고 교수진의 기술 자문을 받아 창업했다.
이제 대학을 졸업장 따기 위한 정거장이 아니라, 내 사업의 스케일 업(up)을 위한 테스트베드로 인식하도록 고등학교 시절부터 생태계를 연결해 주어야 한다.
‘좋은 대학 가야 대기업 간다’가 아니라, ‘내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저 대학의 연구실과 인프라가 필요하다’로 교육의 내재적 동기를 바꾸어 주는 것, 그것이 진짜 교육개혁이라 할 것이다.
“바다로 가고 싶다면 배 만드는 법을 가르치기 전에, 끝없이 펼쳐진 바다에 대한 동경을 심어주어라.”
프랑스의 유명한 작가 생텍쥐페리가 한 명언이다. 지금 우리 교육 당국과 기성세대는 아이들에게 대기업이라는 낡고 좁은 배의 승선 티켓을 딸 것을 채찍질만 하고 있다. 그 배들이 더 이상 새로운 선원을 태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첨단 산업의 시대에, 이제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청소년 각자의 가슴속에 자신만의 바다를 품게 하는 일이다.
창업 교육은 단순히 백수 청년들을 구제하기 위한 고용 대책이 아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의 불편함에 당당히 맞서며, 나와 타인의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위대한 주체’를 길러내는 가장 고도화된 전인 교육이라 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 공교육을 짓눌러 온 학벌 지상주의와 무한 경쟁의 카르텔을 과감히 걷어내자. 정답이 없는 운동장에서 청소년들이 마음껏 실패하고, 마음껏 부딪치며, 스스로 미래를 창조해 나갈 수 있도록 교육의 문을 열어주자.
안정 또는 철밥통이라는 환상 뒤에 숨어 시들어가는 교실을 깨우고, 도전하는 모험가들이 가득한 역동적인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교육 당국과 학교의 과감하고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강력히 촉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