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제헌절인 17일, 전국의 교사들과 교육감들이 ‘아동복지법 개정’ 요구 집회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 주말, 거대한 ‘검은 파도’로 뒤덮인 서이초 교사 3주기 추모식을 겸해 광화문 광장의 집회에 이어진 것이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수만 명의 초·중·고 교사들이 뜨거운 지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외친 슬로건은 단 하나, 헌법에 기초한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제헌절 집회는 여느 노동조합의 이익 투쟁과는 공기부터 달랐다. 현장에는 경기교육감과 인천교육감 등 수도권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들이 나란히 참석해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이라는 팻말을 들고 교사들과 함께 아스팔트 위에 앉았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파적 이념을 넘어, 교육감들이 현직 교사들의 거대 집회에 동참해 한목소리로 법 개정을 촉구한 것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로 기억된다.
그들이 정장의 체면을 내려놓고 뜨거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무능하거나 무도해서가 아니라, ‘아동학대 처벌’이라는 학교의 사법화가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린 ‘제도적 질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절박한 투쟁의 이면을 짚어보고, 멈춰버린 교실을 살릴 획기적인 법적·제도적 처방전을 제시하고자 한다.
현재 교사들이 목숨을 걸고 개정을 요구하는 핵심 법안은 바로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처벌법’, 그리고 이를 보완할 ‘교원지위법’이다. 특히 모든 문제의 근원으로 지목되는 것은 아동복지법 제17조 제5호이다.
해당 조항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본래 취지는 가정 내 아동학대나 잔혹한 폭력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신성한 법적 장치였다. 그러나 이 조항이 학교 교실이라는 특수한 교육 공간에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면서 이 땅의 교육에 참사가 시작되었다. ‘정서적 학대’라는 마법의 단어가 학교 현장을 초토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먼저 기준이 극도로 모호하다.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깨우거나,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방해하는 아이를 교실 뒤편으로 격리하는 지극히 정당한 교육적 조치조차, 학생이나 학부모가 “기분이 나빴다”, “수치심을 느꼈다”고 주장하면 단숨에 ‘정서적 아동학대’ 피의자가 되는 현실이다.
더불어 유죄 추정의 늪과 직위해제도 문제다.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는 순간, 해당 교사는 아동학대처벌법에 따라 지자체와 경찰의 조사를 받아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는 진위 여부와 관계없이 피해 아동과의 ‘즉시 분리’ 원칙에 따라 교사를 지레 직위 해제하거나 담임을 교체해 버린다. 교사에게는 무죄 입증 전까지 범죄자 낙인이 찍히는 가혹한 형벌이 된 것이다.
도종환 시인은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라고 노래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교사들은 바람과 비를 맞기도 전에, 아이의 흔들림을 바로잡으려다 법적 파도에 휩쓸려 교단에서 쫓겨날 공포에 떨고 있다.
이육사 시인이 무더운 여름, 알알이 익어가는 7월의 청포도를 바라보며 기다렸던 ‘손님’은 배려와 환대의 대상이었지만, 오늘날 교사들이 마주하는 교실은 언제 나를 무참히 파괴할지 모르는 ‘사법적 지뢰밭’이 되었다.
사상 초유로 교육감들이 교사들과 연대해 거리로 나온 것은, 이 문제가 단순히 교사 개인의 권익 보호를 넘어 ‘국가 교육 시스템의 붕괴’와 직결되어 있음을 직시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최후의 수단은 바로 ‘방어적 교육’이다. 칭찬도, 꾸중도 하지 않는 기계적인 지식 전달자로 전락하는 것이다. 예컨대, 뒤에서 친구를 때리는 아이가 있어도 큰소리로 제지했다가 정서적 학대로 몰릴까 두려워, 그저 조용히 서면으로 기록만 남기는 서글픈 풍경이 오늘날 대한민국 교실의 자화상이다.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교실에 앉아 있는 나머지 90%의 평범하고 착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와 안전 위협으로 돌아간다. 아동을 복지하게 만들겠다는 법이, 역설적으로 학교 안의 모든 아동을 위험과 방임으로 몰아넣는 ‘입법의 역설’이라 아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아스팔트 위의 수많은 교사들의 눈물과 분노를 멈추고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국가가 즉각 실행해야 할 대안은 무엇인가?
첫째, 아동복지법 내 ‘교원의 정서적 학대 면책 조항’ 신설이다. 이는 가장 시급한 과제다.
아동복지법 제17조에 ‘초·중등교육법 및 유아교육법에 따른 교원의 정서적·신체적 생활지도는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보아 아동학대로 처벌하지 아니한다’는 명확한 예외 조항을 특별법 형태로 삽입해야 한다.
의사가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메스를 대는 행위를 상해죄로 처벌하지 않듯, 교사의 교육적 조치에 사법적 면죄부를 주는 실효성 있는 방패를 쥐여주어야 한다는 것은 이제 다른 어떤 사유보다도 시급한 상황이 되었다.
둘째, 아동학대 신고 시 ‘교육청 사전 심의제’의 법제화다.
경찰과 지자체의 전문성 없는 아동학대 조사관이 교실의 맥락을 모른 채 기계적으로 교사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는 관행을 깨부수어야 한다. 교원에 대한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반드시 해당 지역 교육청의 ‘교원교육활동전문위원회’의 1차 실질 심의와 승인을 거치도록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해야 한다.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한 스크리닝 장치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셋째, 악성·보복성 아동학대 신고에 대한 ‘무고죄 처벌 및 피해보상’의 의무화다.
교사를 괴롭히거나 징계에 불복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악의적 아동학대 허위 신고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무고함이 밝혀질 경우 해당 학부모에게 학교 차원의 엄중한 서면 사과 요구는 물론, 교사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치료비와 소송 비용을 강제 환수할 수 있도록 교원지위법을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 시청률(64.4%)을 기록했던 드라마 <허준>에서 스승 유의태는 제자 허준에게 기술보다 사람을 살리는 마음인 ‘심의(心醫)’가 되라고 가르쳤다. 오늘날 우리의 교사들도 아이들의 마음을 고치는 ‘심사(心師)’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지금의 법 제도는 교사들에게 심사가 되기는커녕, 아이들과 눈도 마주치지 말고 서류 양식만 맞추는 ‘교육 행정 공무원’이 되라고 강요하고 있다.
경기교육감과 인천교육감이 교사들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에 앉아 팻말을 든 것은, 더 이상 이 서글픈 현실을 방치할 수 없다는 교육계 전체의 마지막 경고다.
국회와 정부는 7월 아스팔트 위에서 타들어 가는 교사들의 절규를 엄중히 받아들여야 한다. 아동복지법의 독소 조항을 개정해 교사들에게 빼앗긴 ‘가르칠 권리’를 돌려주는 것, 그것이 붕괴한 공교육을 재건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진정한 배움의 안전망을 제공하는 유일한 길이다.
이는 단지 교사만을 편들기 위한 것이 아니며 이 나라 교육이 지금과 같이 수렁에서 허위적 거리는 것을 하루라도 시급하게 구제하기 위한 것이다.
교육이 살아야 국가가 산다. 국가 백년대계인 교육이 지금과 같이 출혈이 낭자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교육이 이루어지길 바라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국가의 직무 유기이자 범법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거친 포화가 걷힌 교실에, 다시금 참된 스승과 제자의 따뜻한 교감이 피어나는 그날을 고대하고 소망하는 마음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