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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의 초점] 드라마 ‘참교육’ 속 교권보호국 조차 ‘잠입수사’를 했던 이유

 

더에듀 | 안민석 경기교육감은 지난 13일 ‘교권보호119팀 현장대응 매뉴얼’을 결재하고, 전담관 50명 모집을 공고했다. 필자는 이 매뉴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동안 학교폭력 및 교육활동 침해 조사 매뉴얼을 일체 비공개해 온 도교육청이 과연 이번에는 투명하게 공개할지 의문이다.

 

교권보호전담관의 업무는 공고문상 ▲중대 교권침해·아동학대 피신고·악성민원 피해 교원 ‘지원’ ▲초기 대응 및 사안 조사 통합 ‘지원’ ▲사안 종료 시까지 1:1 전담 책임 ‘지원’ 등 세 가지이다.

 

핵심은 모두 ‘지원’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교권보호119팀이 학부모 민원을 교사 대신 ‘직접’ 처리한다고 설명한다. 대행이나 직접 처리는 행정학적으로 지원이 아니다. 시작부터 법리적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필자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파주시청 비서팀 소속 시민소통관으로 악성 민원을 전담했었다. 근무 중 민원인이 휘두른 헤머망치에 머리를 맞아 15바늘을 꿰맸고, 이 사건이 지상파 방송 3사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혹독한 대가로 얻어낸 개선책이 바로 공무원의 ‘전화 끊을 권리’다. 최근 지자체 통화 연결음에서 “폭언 등이 지속되면 통화가 종료될 수 있다”는 안내가 나오는 배경이다.

 

시민소통관 근무 전에도 학부모단체 활동가이자 시민으로서 10여 년간 국민신문고 등을 통해 행정과 소통해 왔다. 국민신문고, 문서24, 정보공개포털, 국가법령정보센터 등 법정 사전공시 사이트를 활용해 수많은 문제를 해결해 본 경험이 있다. 일반·교육행정의 최전선에서 민원인과 중재자, 지원자 역할을 모두 겪었기에, 악성 민원의 본질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묻지마 악성 민원’은 없다...숨겨진 ‘원인 사건’과 드러난 ‘과정 사건’


전조증상 없이 처음부터 폭언과 과격한 행동을 일삼는 민원인은 없다. 민원인에게는 문제를 해결하려는 명확한 ‘원인 사건’이 존재한다. 첫 대면부터 과격하다면 과거에 쌓인 또 다른 원인 사건이나 전임자와의 갈등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악성 민원으로 비화하는 ‘과정 사건’은 원인 사건 처리 중 상호 이해관계가 어긋나고 감정이 충돌하면서 시작된다. 이때부터 본질적 원인 해결은 뒷전이 되고, 공무원의 태도나 절차적 불친절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룬다.

 

민원인은 “정당한 요구를 거부당했다”, “태도가 불손하다”며 녹취록을 들이민다. 반면 공무원은 “법적 근거가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한다”, “설명해도 수용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이 시점에 이르면 당초의 원인 사건은 소멸하고, ‘과정 사건’의 감정 싸움과 징계 요구만 남는다.

 

악성 민원은 바로 이 ‘과정 사건’의 변질에서 싹튼다. 공식 절차를 통한 이의제기는 정당한 권리다. 그러나 결과가 불만족스럽거나 기관이 제 식구를 감쌀 것이라는 불신이 팽배해질 때, 민원인은 사적이고 극단적인 방식을 취하며 악성 민원인으로 변모한다. 필자 역시 지난 4년간 50여 건의 형사 사건과 10여 건의 민사 소송을 겪으며 법적 대응을 이어오고 있다.

 

여기서 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의 결정적 차이가 발생한다. 일반행정은 원인 사건이 서면 질의·답변으로 이뤄져 제3자가 시시비비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반면 대면 중심의 과정 사건은 녹음 외에는 증거가 부족하다.

 

그러나 교육행정은 정반대다. 학교에는 민원 공식 접수시스템이 부재해 초기 원인 사건이 구두로만 진행되어 객관적 근거가 안 남는다. 그러다 갈등이 깊어져 과정 사건으로 비화하면 그제야 국민신문고나 녹취록 등 기록이 시작된다.

 

즉, 일반행정에서는 녹음·녹화가 보조 자료에 불과하지만, 교육행정에서는 유일한 증거가 되는 기형적 구조다.

 


교원의 수업권과 보호자의 요구권, 충돌점은 어디인가


드라마 속 황당한 요구는 민원처리법상 정당한 민원에 포함되지 않으므로 단시간 내에 정리되겠지만 이는 극소수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학부모의 요구와 교사의 대응 사이에서 수업에 관한 충돌이 끊이지 않는다. 교육은 교원에게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되는 특수 영역이기에, 명백한 위법이 없는 한 교사의 해석이 존중받는 것이 순리다.

 

문제는 학교 체제가 급변하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데 있다. 교육 역시 막대한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전문적 행정’이다. 그럼에도 지나치게 폐쇄적이고 비공개 성향이 강하다. 교육기본법은 ‘교원의 전문성은 존중되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초중등교육법은 ‘법령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규정할 뿐, 교육 활동을 비밀이나 비공개로 부치라는 조항은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현실에서 수업 중 발생하는 교수방법(언행)은 학교장조차 함부로 개입하기 어려운 ‘신성불가침’의 영역처럼 다뤄진다. 과거에는 시간 단위 교수학습 계획안이 사전 공유되었으나, 최근에는 업무 경감과 교권 보호를 이유로 재량권을 인정하고 주간 단위 진도만 결재할 뿐 이마저도 비공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권보호전담관 제도의 출범을 앞두고 있지만, 과연 이들에게 갈등의 시발점인 ‘수업내용과 교수방식’이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을까? 수업을 들은 학생들을 조사할 권한은 있는가?

 

갈등의 표면인 ‘과정 사건’에는 접근하겠지만, 본질인 ‘원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파악하기란 구조적으로 어렵다. 결국 표면적 갈등만 평가한다면 교육과정 속 근본적인 의구심은 영영 해소할 수 없다.

 


‘증거’의 부재...초법적 드라마조차 잠입수사를 해야 했던 이유


웹툰과 드라마 속 가상의 교권보호국조차 일방적인 신고만으로는 처분하지 못한다. 작품 속 교권보호관이 신분을 위장해 ‘잠입수사’를 감행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확실한 ‘증거’ 확보를 위함이다. 징계나 처벌 수준이 무거울수록 그에 걸맞은 명백한 객관적 증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관련 사안의 처리 결과에 양측 모두가 불만을 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본질적인 ‘원인 사건’은 언제나 ‘증거 불충분’으로 끝나고, 감정 싸움인 ‘과정 사건’은 단편적인 녹음 파일 하나로 성급하게 판단되기 때문이다.

 

교권을 존중하는 방법이 오직 ‘수업 비밀주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믿는 것은 착각이다. 교원단체들은 아동학대 면책권을 강력히 요구하면서도, 정작 교육행위의 정당성을 증명할 객관적 증거 확보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교실 내 CCTV 설치는 차치하더라도, 학교폭력·생활교육·교육활동 침해 조사 과정을 녹화하는 것조차 거부한다. 경찰도 진술조서 작성 시 고소인과 피고소인이 녹화 여부를 결정했음을 기록하는 세상인데 말이다.

 

갈등이 터지면 교사는 주관적 ‘의도’를 앞세우고, 학생과 보호자는 객관적 ‘행동’의 부적절함을 지적한다.

 

수업 중 던진 비속어가 친근감 표시인지 억양, 표정 등이 합쳐져 수치심 유발인지 주관적 의도만으로 재단할 수 있는가. 객관적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교사의 진술이 더 신뢰도가 높다는 주장만으로 학부모를 승복시킬 수는 없다. 교육청 감사 공무원과 임기제인 학생인권옹호관도 학생을 직접 조사할 수 없었던 현실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위촉된 교권보호전담관이 학생을 상대로 실효성 있는 조사를 벌이리라는 기대는 난망하다.

 

더욱이 최근 웹툰 작가 자녀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학부모에 의한 교실 내 임의 녹음·녹화는 법적으로 불가능해졌다. 이에 더해 스마트폰 소지마저 수업 시간에 금지되면서, 학생 스스로 증거를 확보할 통로마저 차단당했다.

 

이제 학생과 학부모는 수업 중 발생하는 부당하다고 추측하는 사항에 대해 ‘불법으로 처벌받고, 증거로 채택되지 않을 각오’를 해야만 간신히 시도해 볼 수 있다. 사방이 막힌 밀실 같은 교실 안에서, 대체 학부모는 어떻게 아이를 지키고 대처해야 한단 말인가.

 

교육방법의 정당성을 입증할 ‘객관적 증거의 부재’야말로 지난 수십 년간 평행선을 달려온 핵심 충돌점이다. 베일에 싸인 상태에서 모든 교육활동은 정당하니, 권한은 행사하되 책임은 면제해 달라는 교원단체들의 요구는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원칙에 위배된다.

 


왜 학교는 민원처리법의 무법지대인가?


공무원은 법령에 의거해 법을 이행하는 주체이며, 이를 규정한 표준절차가 바로 ‘민원처리법’이다.

 

동법 제8조에 따르면 단순 상담을 제외한 공식 요구 사항은 반드시 ‘(전자)문서’로 신청해야 하며, 반복 민원에 대한 보호제도도 이 법에 명시되어 있다. 학교 역시 민원처리법의 적용을 받는 행정기관이다. 교육기본법에 따른 학부모의 학교 운영 참여와 의견 제시권 역시 이 법의 테두리 안에서 정당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학교 현장은 중앙정부의 방치 속에 민원처리법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국민신문고 시스템에서는 일선 학교를 피신청기관으로 직접 지정해 전자문서를 접수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학교에 서면을 제출해도 민원처리법 상의 ‘접수증’조차 받지 못한다. 정보공개포털은 학교 지정이 안 되며, 교육부의 소통창구인 ‘이어드림’ 역시 민원접수 기능을 배제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인력(행정안전부)과 예산(기획재정부)이다. 정부는 예산 효율화를 이유로 학교 증원을 억제하고 있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민원대응팀’을 꾸리라고 요구하지만, 행정절차법, 민원처리법조차 생소하고 수업 부담에 쫓기는 교사들에게 인력 보강도 없이 민원 업무까지 떠넘기는 구조로는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전국 교육감이 해야 할 일...“증상 개선 아닌 원인 해결”


이번 경기교육청의 교권보호전담관 신설 역시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다. 교육청은 학교와 독립된 기관이므로 일선 학교의 민원 처리를 ‘직접 대행’하는 것은 현행법상 월권이자 위법 소지가 있다. 외부기관이 학교 민원 업무를 대행하려면 초중등교육법 상 명확한 ‘업무 위임·위탁’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현재 언급되는 전국 교육감들의 해법은 현행법 테두리 내에서 전담조직 신설, 원스톱 대응, 교육청 책임 강화, 가해자 엄정 조치 및 분리, 교육감 직접 고발 등에 그치고 있다. 이는 이미 크고 작게 시행해 왔던 임시방편일 뿐이다. 학교 불신을 깊어지게 만드는 진짜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검토는 전무하다.

 

결국 해법은 단순하다. 수업은 투명해져야하고, 일선 학교가 독립적인 행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행정인력 구조를 전면 개편하고 증원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학교 민원 처리 체계의 위임·위탁을 합법화하는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동반되어야 한다.

 

제도적 정비 없이 임기응변식 대책만 양산하는 것은 편법으로 모순을 덮으려는 미봉책에 불과하다. 지난 수년간 교권보호 3법이 개정되었어도 현실 효능감이 전혀 없는 이유가 반복될 뿐이다.

 

이제 전국 교육감들이 해야 할 일은 교원단체들의 집회현장에 나타나 증상완화 처방을 특효약처럼 선언하는 것이 아니다. 대통령과 교육부 앞에서 든 피켓에는 “현재의 인력 구조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습니다”, “학교가 독립기관으로 일할 수 있도록 인력 구조 개편 및 증원을 요구합니다”라는 본질적인 외침이 담겨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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