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8.11 (화)

  • 흐림강릉 24.9℃
  • 구름많음서울 28.3℃
  • 맑음울릉도 25.5℃
  • 구름많음수원 27.9℃
  • 흐림청주 26.6℃
  • 구름많음대전 25.1℃
  • 구름많음안동 26.8℃
  • 구름많음포항 26.5℃
  • 흐림군산 25.2℃
  • 구름많음대구 26.6℃
  • 흐림전주 27.1℃
  • 구름많음울산 26.1℃
  • 흐림창원 25.9℃
  • 흐림광주 27.6℃
  • 흐림부산 28.4℃
  • 구름많음목포 26.7℃
  • 흐림고창 26.4℃
  • 흐림제주 28.3℃
  • 구름많음강화 26.0℃
  • 구름많음보은 24.8℃
  • 구름많음천안 25.3℃
  • 구름많음금산 24.5℃
  • 구름많음김해시 28.0℃
  • 흐림강진군 26.3℃
  • 흐림해남 26.2℃
  • 구름많음광양시 25.7℃
  • 흐림경주시 27.1℃
  • 흐림거제 25.7℃
기상청 제공

[송미나의 THE교육] 정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시선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보는가, 정책 집행자로 보는가

전남광주교육청 인수위의 '전 과목 서논술형 평가 100%' 전환 추진에 부쳐

 

더에듀 |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이 시작된다. 교육과정 개혁, 수업 혁신, 평가 혁신, 미래교육, AI 교육까지 이름과 방향도 달라진다. 그러나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교원의 전문성을 대하는 교육행정의 태도다.

 

교육정책은 늘 교사의 전문성과 학교의 자율성을 말한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 이르면 교사는 교육적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이 정한 방법을 수행하는 집행자로 돌아간다.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의 방식, 평가의 형식, 기록의 문구와 절차까지 행정이 정하려 한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전 과목 서·논술형 평가 100%’ 구상도 이 오래된 관습 위에 놓여 있다.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사고과정과 문제해결력, 논리적 표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의 교육적 가치와 모든 교과의 평가를 100%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평가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다양해야 할 평가를 하나의 방법으로 통일하겠다는 명령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서·논술형 평가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라는 구도로 다루는 순간 본질은 가려진다.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교육행정은 교사를 학생과 교과, 성취기준에 따라 평가방법을 결정하는 교육전문가로 보는가. 아니면 행정이 정한 방법을 실행하는 정책 집행자로 보는가.


평가는 수업 뒤에 붙는 행정 절차가 아니다


평가는 교육과정과 수업으로부터 분리된 사후 절차가 아니다. 교육목표와 성취기준을 분석하고, 학생에게 적합한 교수·학습을 설계하며, 배움의 과정과 결과를 확인하는 전문적 활동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 무엇을 근거로 성취를 판단할 것인지는 서로 연결되어 있다.

 

평가방법 역시 유행이나 정책 구호가 아니라 교과의 성격, 성취기준, 학생의 발달 수준과 평가목적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어떤 성취기준은 서술형 평가가 적합하지만, 어떤 성취기준은 선택형이나 단답형이 더 정확할 수 있다. 기초 지식과 개념의 이해 여부를 신속하고 폭넓게 진단해야 할 때에는 객관식을 포함한 선택형 평가도 유효하다.

 

평가의 전문성은 특정 방법을 신봉하는 데 있지 않다. 평가목적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고 조합하는 판단능력에 있다. 그런데 행정이 먼저 ‘100%’를 정하면 이 판단은 사라진다. 성취기준이 평가방법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책이 정한 평가형식에 성취기준을 끼워 맞추게 된다. 평가가 교육과정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이 평가형식에 종속되는 역전이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다.

 


헌법은 교육의 전문성을 장식어로 두지 않았다


헌법 제31조 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교육기본법 역시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을 존중하고, 교원의 전문성을 보장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명시한다. 교원의 전문성은 정책 문서에 넣는 수사가 아니라 교육행정이 지켜야 할 원칙이다.

 

헌법과 법률에 ‘교사의 평가권’이 독립된 권리로 명시된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평가가 전적으로 행정의 권한이라는 뜻도 아니다. 교사의 평가에 관한 판단은 헌법상 교육의 전문성, 교육기본법상 교원의 전문성, 교육과정 운영과 학생평가에 관한 교원의 직무와 책임을 종합해 이해해야 한다.

 

특정 평가방법의 의무화가 곧바로 위헌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모든 교과와 학생에게 하나의 평가방법만을 사실상 강제해 교사의 선택 가능성을 제거한다면, 그것이 교육의 전문성을 얼마나 존중한 것인지는 엄격하게 따져야 한다.

 

행정이 정책을 수립할 권한과 교사의 교육적 판단을 대신할 권한은 같은 것이 아니다. 교육행정은 교육의 공공성과 책임성을 관리하도록 권한을 위임받았을 뿐, 교수·학습과 평가방법의 정답까지 결정하도록 위임받은 것은 아니다.


표준화할 것은 원칙이지 판단 그 자체가 아니다


이 문제를 제기하면 “그렇다면 교사의 전문성은 관리할 수 없다는 말인가”라는 반문이 나온다.

 

그렇지 않다. 평가가 성취기준에 근거해야 한다는 원칙, 공정성과 타당성, 채점기준의 명료성, 절차적 투명성, 평가계획을 안내할 책임은 공통 기준으로 관리되어야 한다. 교사의 평가 역시 자의적이어서는 안 되며 교육과정과 법령, 평가윤리를 따라야 한다.

 

그러나 원칙과 기준을 표준화하는 것과 방법과 판단을 획일화하는 것은 다르다. 표준화할 것은 평가의 공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는 기준이지, 모든 교과와 학생에게 적용할 하나의 평가방법이 아니다.

 

기준은 공통으로 세울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준을 학생과 교과, 성취기준에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는 전문적 판단의 영역이다. 기준의 표준화는 필요하지만 판단의 획일화는 전문성의 제거다.

 


특정 수업을 법으로, 특정 평가를 정책으로


이러한 발상은 일회성이 아니다. 제21대 국회에 이어 제22대 국회에서도 특정 교수·학습방법인 ‘토론식 수업’을 초·중등교육법에 명시하려는 입법 시도가 반복됐다.

 

당시 필자는 좋은 수업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특정 교수법을 법률에 넣는 것은 교육과정과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대한 몰이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그리고 지금은 교육행정이 특정 평가방법을 사실상 하나의 기준으로 만들려 한다.

 

어제는 특정 수업유형을 법으로 정하려 했고, 오늘은 특정 평가유형을 정책으로 정하려 한다. 형식과 추진 주체는 달라도, 교사가 판단하기 전에 정치와 행정이 먼저 교육방법의 정답을 결정할 수 있다고 보는 교육관은 같다. 정부는 바뀌고 교육감은 바뀌어도, 교원의 전문성을 바라보는 정치와 행정의 렌즈는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토의·토론 수업은 좋은 교수·학습방법 가운데 하나다. 서·논술형 평가 역시 중요한 평가방법이다. 그러나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이 모든 교과, 모든 학생, 모든 상황에 적용할 유일한 방법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교육방법의 가치는 이름이 아니라 맥락에서 결정된다. 교육과정은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는 것이지, 교수·학습과 평가방법의 정답을 하나로 규정하는 체계가 아니다.

 

국가교육과정은 이미 교수·학습과 평가의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그 원칙 안에서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지, 국가교육과정에도 없는 평가방법을 새로운 표준으로 만드는 일이 아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은 ‘학교는 교과목의 성격과 학습자 특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평가 방법을 활용한다’고 규정하고, 이어 하위지침으로 ‘수행평가를 내실화하고 서술형과 논술형 평가의 비중을 확대한다’고 명시한다.

 

여기서 ‘비중 확대’는 여러 평가방법의 공존을 전제로 그 비율을 높인다는 의미다. 100%가 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비중의 조정이 아니라 특정 평가방법으로의 전면 대체다. 국가교육과정이 요구한 것은 확대다. 100% 대체가 아니다. 확대와 대체는 교육학적으로도, 정책적으로도 전혀 다른 의미다. 국가교육과정에도 없는 새로운 기준을 행정이 정책으로 제시하려면, 최소한 그것이 국가교육과정이 제시한 평가 원칙과 어떻게 정합성을 갖는지부터 설명해야 한다.

 

특히 모든 교과와 학생에게 하나의 평가방법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총론이 제시한 ‘교과목의 성격과 학습자 특성을 고려한 적합한 평가’와 ‘학생 맞춤형 평가 활성화’의 취지와 어떻게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국가교육과정에도 없는 ‘100%’를 교육행정이 정책으로 만들어 내는 순간, 교육행정은 국가교육과정을 집행하는 기관을 넘어 사실상 다시 쓰는 기관이 된다.

 

주요 교육선진국도 평가 기준은 제시하지만 학교 내부의 모든 교과평가를 하나의 유형으로 100% 획일화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기준을 세우는 것과 모든 교사에게 하나의 방법을 명령하는 것은 다르다. 그 경계를 지키는 것이 교육행정의 전문성이다.

 

입법이든 행정이든 수업과 평가의 방법을 하나로 정해 교사에게 내려보내는 것은 교육과정과 교수·학습·평가의 관계, 그리고 교육전문직의 본질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발상이다.

 

이를 알면서도 정책의 속도나 정치적 상징성을 위해 밀어붙인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교육을 모르는 것은 무지일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의 원리를 알면서도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정치와 행정이 대신하려 한다면, 그것은 교육전문성의 경계를 침범하는 월권이다.


교사를 신뢰하지 않는 개혁은 지침만 늘린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교사를 둘러싼 정책 언어는 달라졌다. 열린교육, 창의·인성교육, 참여형 수업, 과정중심평가, 역량 중심 교육과정, 디지털교육, AI 교육으로 이름은 계속 바뀌었다.

 

그러나 실행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책이 목표를 정하고, 행정이 방법을 만들고, 교사는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실행한다. 현장에서 문제가 생기면 정책 설계보다 교사의 실행 역량 부족을 탓한다. 다시 연수와 매뉴얼이 늘어나고 점검표와 보고서가 추가된다. 이 구조에서 교사는 전문직으로 호명되지만 실제로는 관리의 대상이 된다.

 

교육행정은 교사가 서로 다른 판단을 하는 것을 전문성의 발현보다 정책의 불완전한 집행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학교마다, 교사마다 다르면 불안해하고 동일한 형식과 수치를 제시해야 정책이 실행됐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교육의 질은 모든 교사가 같은 방법을 사용하는 데서 나오지 않는다. 공통의 교육목표와 성취기준을 바탕으로 각 교사가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하고, 그 판단에 책임을 지는 데서 나온다.

 

전문직에게 필요한 것은 무제한의 자유가 아니라 근거 있는 판단권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다. 교사에게 책임만 묻고 판단권은 행정이 가져가는 구조는 전문직 체계가 아니다. 교육행정이 해야 할 일은 교사의 판단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판단의 질을 높일 기준과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평가를 바꾸기 전에 행정의 시선을 바꿔야 한다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할 수 있다. 시범학교를 운영하고, 교과별 적합성을 검토하며, 채점의 신뢰성과 교사의 업무 부담, 학생 발달 단계, 사교육과 교육격차에 미칠 영향을 연구할 수 있다. 교사들이 다양한 평가방법을 설계하고 공동으로 검토할 시간과 지원체계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과정 없이 ‘100%’부터 선언하는 것은 교육개혁이 아니다. 숫자로 정책 의지를 과시하는 전시성 행정이다. 100%라는 숫자는 단호해 보인다. 그러나 교육에서는 단호함이 정교함을 대신할 수 없다. 모든 교과와 모든 학생에게 하나의 방법을 적용하겠다는 선언은 정책의 자신감이라기보다 교육의 복잡성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낸다.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은 교사에게 어떤 평가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명령하는 것이 아니다. 교사가 왜 그 방법을 선택했는지 설명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기르고, 학교가 평가의 타당성과 공정성을 공동으로 검토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교사는 정책을 거부할 자유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적 판단을 할 권한과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정부와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의 이름은 달라진다. 그러나 교사를 믿지 못해 방법까지 정해 주려는 행정의 논리가 변하지 않는다면 교육개혁도 달라질 수 없다. 서·논술형 평가 100% 논란은 그 오래된 문제를 드러낸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이제 교육행정이 답해야 한다.

 

교사를 교육전문가로 볼 것인가, 정책을 전달받아 실행하는 행정의 말단으로 볼 것인가.

 

교육개혁은 새로운 평가방법을 선언하는 데서 시작되지 않는다. 교사의 전문적 판단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 결정하는 데서 시작된다.

 

평가를 바꾸기 전에, 교사를 바라보는 교육행정의 시선부터 바뀌어야 한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4명
80%
싫어요
1명
20%

총 5명 참여


배너
2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