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우리나라에서 국가교육위원회가 20일 ‘학교시민교육 국가 기본원칙(안)’을 내놓은 이후 찬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미국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행정부에서 건국 가치를 중심으로 한 시민교육을 강조하면서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사회에서는 시민교육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한 우려로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정작 깊이 없는 시민교육이 이뤄지고 있어 문제라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끈다.
애리조나 주립대 공교육 혁신 연구소(Center on Reinventing Public Education )와 미국의 비영리 글로벌 싱크 탱크인 랜드 연구소(RAND)는 6일 두 기관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미국 교육구 설문조사’의 1차 결과 보고서인 ‘폭은 1마일, 깊이는 1인치: 미국 교육구 시민교육 현황(A Mile Wide, an Inch Deep: The State of Civic Learning in U.S. School Districts)’을 발표했다.
기초 지식은 배우지만, 역량과 경험은 못 쌓아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구 중 90%는 필수 교과 수업에 시민교육을 반영해 진행하고 있었다(중복 응답). 주로 역사나 사회, 정치 등의 교과 수업을 말한다. 2025년 봄에 조사했던 81%보다 많이 늘었다. 이어 선택 교과 수업에 반영은 40%, 별도의 필수 시민교육 교과 운영은 38%였다.
수업 외에도 꽤 많은 기회가 제공되고 있었다. 비교과 활동으로 기회가 제공되는 교육구는 68%, 선택형 사회봉사 또는 자원봉사 기회는 61%나 됐다.
다만, 체험 학습이나 실습 등 경험 학습의 기회는 35%, 필수 사회봉사 또는 자원봉사는 23%, 필수 경험 학습은 13%에 불과했다. 또한, 시민교육을 시행하지 않는다는 교육구도 3% 정도 있었다.
연구진은 이런 격차에 대해 “많은 교육구가 기초 지식은 습득할 수 있게 했지만, 시민성을 실천하는 경험은 일관성 있게 반영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시민교육을 정부, 역사, 권리, 책임, 제도 등 ‘기초 지식’과 시사 현안에 배운 지식 적용, 정보 분석, 사회적 쟁점 토론, 지역사회 문제 해결 참여, 시민 참여 실천 등을 포괄하는 ‘역량과 경험’으로 구분하는 틀 안에서 전자는 이뤄지고 있지만, 후자는 잘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교사 연수도 교육과정과 지식 중심
이런 상황은 교육구에서 제공하는 연수 내용에도 드러났다. 연수 주제로 가장 많은 것(50%)은 주 교육부의 시민교육 성취기준이었다. 둘째도 기초 시민교육 지식(36%)이었다. 그다음은 시민 역량(31%)이었지만, 다시 시민교육 학습 평가(27%)가 뒤를 이었다.
정작 경험 학습에 필요한 시민교육 수업 자료 활용(24%)이나 시민교육에서 논란이 될 만한 주제(13%)는 상대적으로 적었다.
연구진은 이런 결과가 “교사들이 심층적인 시민 참여의 핵심이 되는 관련 담론과 토론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공식적인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부분이 중요한 것은 시민성 관련 담론이 많은 공동체서 정치적으로 중립적이지 않기 때문”이라면서 “학부모들이 강하게 반대하는 환경에서 학생들의 토론을 도와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교실 수업 내에서의 토론 촉진이 아니라 학부모와 의사소통을 원활히 하고 논란이 발생할 때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체로 역량과 경험 중시해도 지원에는 격차 존재
이렇게 지원이 부족하다고 교육구에서 시민교육이 지식 교육에 그쳐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었다. 질적 면담에 응한 교육구 관계자들은 역량과 경험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다.
한 교육구 관계자는 “학생들이 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식과 이해를 갖추고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것”이 시민교육의 목표라고 했다. 다른 교육구도 비슷하게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할 준비를 하기 위해 시민교육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라고 했고, “학습은 교실에서 이뤄지지만, 적용은 교실 밖에서 이뤄지는 모든 활동으로 이어진다”고 했다.
이들은 또 교사들이 교육과정과 성취기준을 이해하는 것뿐 아니라 이를 의미 있는 학습 경험으로 변환하는 데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도 실제 지원에서는 격차가 컸다. 우선은 교사들이 학습 자료에 관한 접근성 자체가 부족한 경우가 많았다. 또한, 일부 교육구는 명확한 교육과정이나 공통 학습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 아무래도 교사에 따른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설문조사 결과와 동일하게, 복잡하거나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에 관한 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학생 경험 안 쌓이면 정부 드라이브만으로는 부족”
연구진은 “교육구에서 단순히 시민교육 학습 내용을 추가하거나 성취 기준 일치만 목표로 한다면 지금의 시민교육 강화 기조가 성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학생들이 시민교육 지식을 적용하고 역량을 발휘하기를 바란다면 명확한 목표, 공통 수업자료, 교원 연수, 시민성 역량 실습을 위한 조직적 기회 등 학생들이 심층적인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도록 학생을 준비시키는 것이 목표라면, 시민교육 제공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면서 “시민교육 지식을 적용하고, 역량을 실습하고, 자신이 속한 사회의 쟁점들에 참여하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정부의 관심이 시민교육을 우선순위에 두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다음 과제는 이 동력이 더 심층적인 학생 경험으로 전환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했다.
한편, 미국 교육구 설문조사는 2020년부터 매년 2~3가지 현안을 주제로 설문조사와 면담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지난해 10월 21일~12월 16일 전국 1만 2274개 교육구 중 345개 교육구가 응한 설문조사 결과와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에 시행한 11개 교육구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 반구조화된 질적 패널 면담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