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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현재 대한민국의 교육계는, 안으로는 교사들 스스로 자신이 행하는 교육적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상실해 가고 있으며 스스로 향상해 가고자 하는 용기를 잃어가고 있다. 밖으로는 교육과 교사에 대한 사회적 신뢰와 평가가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교육활동 계획은 학부모와 학생들로부터 공격까지 받고 있다. 또한 AI의 진화와 보급은 지식과 문화의 전달자로서 교사와 교직의 가치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AI 시대’ 교육의 가치는 더욱 증대될 것이다. 교육을 통하지 않고서는 신뢰와 공화의 사회적 기반의 실현을 더욱 넓고 두텁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AI 시대에는 AI를 신뢰할 수 있어야 공생할 수 있다. 자라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공동체 안에서 존중과 보호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해 함께 가꾸어 가는 공화의 주체로 성장해야 한다.
이에 <더에듀>는 ‘AI 시대, 새로운 교육윤리’를 주제로 연재를 시작, AI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능과 AI 활용으로 발생하는 결과에 대한 책임을 살펴보고자 한다. |
왜 지금 ‘철학적 과제’를 물어야 하는가?
교육 운동은 늘 시대적 조건의 변화에 응답하며 태어난다. 산업화 시대의 교육 운동이 대중교육과 표준화를 향했다면, 민주화 시대의 교육 운동은 억압적 교육 제도의 해체와 학생 인권을 향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AI 시대는 단순히 ‘새로운 도구가 등장한 시대’가 아니라, 지식의 생산·전달·평가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재구성되는 시대다. 생성형 AI는 정보 검색과 요약, 글쓰기와 문제 풀이, 나아가 창작과 판단의 영역까지 인간과 협업할 수 있고, 심지어는 능가하고 대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러한 현실에서 “AI를 수업에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기술적 차원의 질문은 진부하다.
이 글에서는 ‘AI 시대에 인간은 왜, 무엇을, 어떻게 배워야 하는가?’라는 철학적 과제를 제기하고 답해보려 한다. 이 철학적 과제를 네 가지 관점—교육 목적론, 앎과 배움의 존재론, 교사-학생·학부모-AI의 관계, 교직의 존재 이유—으로 구분해 접근한다.
1. 교육 목적론의 재정립: 무엇을 위한 교육인가?
근대 교육은 대체로 지식 습득과 능력 개발을 통해 개인의 사회적 성공과 국가·산업의 인적 자원 양성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았다. 이 시대에는 사회가 필요로 하는 지식을 정확하게 많이 알고, 그것을 활용하여 과제를 해결하는 유능한 인재가 높이 평가되었다.
그런데 AI가 지식의 저장·검색·활용에서 인간을 압도하는 상황에서, ‘많이 알고 빠르게 처리하는 인간’을 기르는 교육의 가치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 운동은 이제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축을 중심으로 새로운 목적론을 정립해야 하는 단계에 있다.
하나는 AI가 대체할 수 없는 역량—비판적 사고, 윤리적 판단, 공감과 협업, 맥락적 의사결정 등—‘인간 고유’의 역량을 새로운 ‘핵심역량’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역량 중심 접근 자체가 인간을 여전히 ‘근대적 및 기능적 산출물’로 환원한다는 성찰로부터 교육의 목적 자체를 ‘인간의 성장과 존엄’ 혹은 ‘좋은 삶(에우다이모니아, Eudaimonia)의 추구’ 등으로 재설정하는 것이다.
교육 운동은 이 두 축의 긴장을 회피하지 말고, ‘AI가 잘할 수 없는 것을 잘하는 인간’과 ‘AI와 무관하게 인간답게 잘사는 인간’을 기르는 교육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아 새로운 교육 운동의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할 것이다.
2. 앎과 배움의 존재론적 재구성: ‘배워 안다는 것’은 무엇인가?
AI 시대의 가장 근본적인 철학적 도전은 ‘지식이란 무엇이며, 도대체 안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라는 인식론적 질문이다.
생성형 AI는 방대한 정보를 통계적으로 재구성해 그 당시의 상황에서 최상의 확률적인 답을 즉각 제시한다. 이때 학생이 AI가 만든 답을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배워서 아는 것인가 아닌가? 이때 배우는 과정은 무엇인가? 답을 산출하는 과정에 대한 경험이나 비판 없이 AI의 결과만 소유하는 앎을 진짜 앎이라고 인정하고, 그것을 배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이러한 질문은 전통적으로 암묵지(暗默知)와 명제적 지식, 절차적 지식과 개념적 이해를 구분해 온 교육 철학의 논의를 새롭게 소환한다.
교육 운동은 ‘정답을 아는 것’에서 ‘질문을 제기하는 것으로, 또 물음에 대한 다양한 답을 검증·비판하여 자신에게 더 적합한 대안을 선택하는 과정’을 배움과 앎의 중심으로 이동시켜야 하지 않을까?
동시에 이는 평가의 근본적 재설계를 요구한다. 결과물 중심의 평가는 AI 활용 여부와 무관하게 무력해지고 있다. 사고 과정과 태도, 다양한 해답에 대한 검증과 비판, 협업과 성찰의 질 등 배움의 과정을 평가하는 새로운 문법이 필요하다. 이는 ‘무엇을 잘함이라 부를 것인가’에 대한 재정의이며, 따라서 철학적 성격을 띤 교육 운동의 과제다.
3. 관계의 재배치: 교사-학생·학부모-AI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
근대의 교육 운동은 대체로 교사와 학생·학부모, 국가(제도) 사이의 권력관계를 조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I 시대에는 여기에 새로운 행위자, 즉 AI 시스템 및 그것을 설계·소유한 플랫폼 기업이라는 ‘제3의 권력’이 개입한다.
학생은 이제 교사의 지도 없이도 AI와 함께 학습할 수 있다. 학부모는 AI 기반 학습 데이터를 통해 자녀의 학습을 실시간 관찰하고 감독할 수 있다. 교육과정과 평가는 AI 기업이 제공하는 알고리즘과 플랫폼의 설계에 은밀히 종속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이는 교육 운동에 다음과 같은 3가지의 새로운 철학적 과제를 부과한다.
첫째, 데이터와 알고리즘의 투명성·공정성이라는 디지털 정의(digital justice) 문제가 제기된다. 둘째, AI로 인한 관계의 재구성—교사의 권위가 ‘정보 전달자’에서 ‘학습의 안내자·조력자’로 이동하는 현상—이 요구된다. 여기에는 요즘 새롭게 제기되는 ‘We co-emerge’의 개념도 참고가 될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교사의 역할 조정이 아니라 교육적 권위(authority)의 본질에 대한 재정의가 요구된다고 본다. 그리고 권위는 신뢰와 관계, 윤리적 모범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셋째, ‘AI와의 협력 격차’가 새로운 교육 불평등의 축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AI 시대의 교육 운동은 그 토대가 달라지고 있다.
4. 교직의 존재 이유: ‘교직’=‘가르치는 일’이란 무엇인가?
마지막으로, 가장 절박한 과제는 교사라는 직업, 즉 교직의 존재론적 정당성을 다시 묻는 일이다.
‘AI가 개인 맞춤형 설명, 즉각적 피드백, 무한한 반복 학습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교사는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손쉬운 답은 “AI가 할 수 없는 정서적 돌봄과 인간관계를 교사가 담당한다”는 안이한 역할 분업론이다. 그러나 이는 교사를 ‘정서 노동자’로 축소할 위험이 있다. 이것으로는 교사의 존재 이유가 약화해 버린다. 가르침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거나 정서를 돌보는 행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르치는 일’은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그 가능성이 실현되도록 함께 시간을 살아내는 관계적·윤리적 실천이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교육 운동은 교직을 ‘지식 전달 기능의 잔여 업무’로 재편하려는 압력에 맞서, ‘관계’와 ‘형성’(formation)의 실천으로 재정의하는 철학적·제도적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교사 양성과 재교육, 교직의 사회적 위상, 노동조건에 관한 구체적 정책 의제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반드시 ‘가르치는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있어야 한다.
맺는말 : 운동으로서의 철학, 철학으로서의 운동
AI 시대의 교육 운동은 기술 도입의 속도전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교육의 목적, 배움과 앎의 본질, 관계와 권력, 가르침의 의미라는 오래된 철학적 질문들을 사회적 논의의 광장으로 다시 불러내야 할 때다.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하나로 고정될 수 없다. 다양한 교육 주체들이 지속해서 토론하고 실험하며 합의를 만들어 가는 과정, 즉 ‘운동’ 그 자체를 통해서만 구성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AI 시대의 교육 운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철학적 실천이며, 철학은 그 운동의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 될 것이다.
이러한 철학적 실천은 과거처럼 교사단체나 학부모 단체가 각자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 이제는 AI 기술을 설계하는 개발자·기업, 교육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가, 인지과학·윤리학 연구자까지 대화의 테이블에 함께 앉아야 한다.
하지만, 역시 교사가 중요하다. 교사들이 스스로 AI 활용의 교육적 원칙을 실험하고 검증하며 공유하는 아래로부터의 실천 공동체(교사 연구회, 오픈소스 교육자료 공유 네트워크 등)로 거듭나야 하며, 운동의 실질적 엔진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학생도 ‘대상’에서 ‘공동 설계자’로 참여해야 한다. 나아가 교육 불평등이 AI 접근성 격차로 이어질 위험이 큰 만큼, 학부모·지역사회·시민단체가 함께 참여하는 공공적 감시와 제안 구조가 있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교육운동의 성공 여부가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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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문헌】 김대석,이의연(2025). 인공지능 시대, 학생 행위주체성을 기르는 교육과정 방향 탐색. 교육방법연구, 37.3 : 219-246. 이승형(2025). AI 시대 교육에서 ‘We co-emerge’ 개념화: 관계적 교육론의 철학적 분석. 교육학연구, 63.6 : 51-77.
Nagma Ishaq(2025). Philosophy of Education in the AI Era: Rethinking Knowledge, Teaching, and Human Purpose. INTERNATIONAL JOURNAL OF INNOVATIVE RESEARCH IN TECHNOLOGY, Volume 12 Issue 8.(https://ijirt.org/publishedpaper/IJIRT190030_PAPER.pdf) UNESCO(2025). AI & The Future Of Education : Disruptions, dilemmas and directions. (https://www.cuso.ch/fileadmin/education/IA_Education_UNESCO_EN.pdf) Dan Fitzpatrick(2024). On AI In Education And Why You Should Read Them, Keynote Speaker on AI, Education & Leadership. (https://www.forbes.com/sites/danfitzpatrick/2024/06/08/5-books-on-ai-in-education-and-why-you-should-read-them/) |
| ◆ 이명희 = 중등학교에서 역사 교사(8년)를 하다, 일본 문부성 초청장학생으로 파견돼 일본 筑波大学(츠쿠바대학) 대학원에서 6년간 유학하였다. 귀국 후 1998년 한국교육과정평가원 개원 시 책임연구원과 부연구위원으로서 참여해 주로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와 교육과정 개발을 연계한 연구를 했다. 2002년 9월부터 2025년 8월까지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역사교육과의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 공주대학교 부설 글로벌인공지능융합연구소의 수석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에 있는 한국공동체문화연구소의 작은 공부 모임 회원으로서 AI와 인간의 공생(共生)·공진(共進)을 위한 길을 모색하는 한편, 한국문명사 연구에도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 연재 예정 ○ 1~4회(도입): 신 민주화 운동과 새로운 교육 운동의 철학적 및 문명사적 배경과 교육적 의의 그리고 방향 ○ 5~14회(전개): AI 시대의 인간상, 새로운 교직 윤리의 구체적 항목과 구축 방안 ○ 15~20회(심화): 교육 현장에서의 신뢰 구축과 소수자 포용을 위한 실천 방안 ○ 21~26회(결론): AI와 공생하는 새로운 학교 공동체의 청사진과 사회적 변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