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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기서의 회고(回顧)] 아이들의 ‘마음건강’이 피어나다

소리 없는 비명에 답한 선한 영향력

더에듀 |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며 미래의 과정이다. 백년지대계라 불리는 교육은 과거 없이 현재를 평가할 수 없으며, 미래를 논할 수 없다. 손기서 전 서울 강서양천교육장은 38년의 교직 생활을 하며 과거 교육의 변곡점을 현장에서 바라보고 경험했다. <더에듀>는 그의 기억에 존재하는 교육의 길을 다시 찾아보는 기행을 시작한다.

 


소리 없는 비명에 답해야 할 시간


코로나19가 남긴 지독한 고립감, 그리고 일상화된 상대적 박탈감. 지금 우리 아이들의 마음 건강은 소리 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교육장 재임 시절, 가장 무겁고 절박한 숙제가 바로 이것이었다.

 

‘이 깊은 위기 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의 손을 잡아줄 것인가?’

 


따뜻한 제안, 청소년 치유를 위한 첫걸음


고민이 깊던 중 뉴스핌 정태선 기자로부터 안실련 주최, 뉴스핌 주관의 무상 재능기부로 ‘청소년 생명존중·자살예방 힐링토크콘서트’ 개최를 제안받았다.

 

아이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즉시 관내 5개 학교(마포고, 광영고, 양천중, 한가람고, 신정여중)를 선정하고, 청소년을 위한 치유 프로젝트를 힘차게 닻을 올렸다.

 


‘차가운 훈계’에서 ‘따뜻한 치유’로


5개 학교 마음건강 콘서트는 기존 의무 교육의 틀을 깨고 큰 감동을 주었다. 단상 아래로 내려온 이아라 경희의료원 교수는 무한 경쟁에 지친 아이들의 학업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눈높이에서 경청했다. 교실을 채운 것은 차가운 훈계가 아닌, 따뜻한 진단과 위로였다.

 

이 현장은 우리 교육계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청소년 정신건강 위기 속에서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방적 가르침이 아닌 상처를 인정해 주는 소통이다. 이번 변화를 계기로 대한민국 교육이 훈계에서 치유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를 기대한다.

 


무대를 뒤흔든 전율, 음악과 춤으로 통(通)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의 닫힌 마음을 완전히 무장해제 시킨 것은 ‘문화와 예술의 힘’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에이트레인, 조은세, 아이리스킴의 애틋하고 감성적인 멜로디는 지친 아이들의 영혼을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여기에 학생 댄스그룹 ‘어텐션’의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무대가 시작되자, 객석은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같은 고민을 안고 사는 또래들이 무대 위아래에서 음악과 춤으로 격렬하게 교감하는 모습. 그것은 전율이었고, 진정한 ‘치유(Healing)’이자 살아있는 ‘소통’ 그 자체였다.


미래 교육이 응답해야 할 세 가지 과제


이 뜨거웠던 콘서트의 현장은 우리 교육계에 세 가지 강력한 패러다임 시사점을 던진다.

 

첫째, 문화예술 융합형 교육으로 생명의 존엄함을 깨닫게 한다는 것이다.

 

텍스트와 시각 자료에만 의존하는교육은 아이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토크와 토론, 음악과 춤이 심장박동과 함께 어우러지는 ‘문화예술 융합형 프로그램’이야말로 청소년들이 스스로 생명의 존엄함을 깨닫게 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다.

 

둘째, 전방위적인 ‘민·관·학 협력 안전망’ 구축 필요성이다.

 

학교만의 힘으로는 이 거대한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이번 사례처럼 언론사(뉴스핌), 시민단체(안실련), 의료계(경희의료원), 지역사회가 ‘원팀’으로 뭉쳐 역량을 쏟아부을 때, 비로소 단 한 명의 아이도 놓치지 않는 촘촘한 생명 안전망이 완성된다.

 

셋째, 아이들의 ‘표현할 권리’와 ‘공감 광장’을 넓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자신의 박탈감과 아픔을 솔직하게 털어놓아도 결코 비난받지 않는 곳, ‘누군가 내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다’는 연대감을 느낄 수 있는 온·오프라인 소통 공간이 교육 현장에 상설화되어야 한다.


공존과 협력으로 피어날 아이들의 미래


지금도 콘서트 현장에서 터져 나오던 아이들의 함성과 반짝이던 눈빛이 생생하다. 우리 아이들이 서로를 존중하고 공존의 가치를 배우며 자라도록 돕는 것은 교육계의 최우선 과제이다.

 

한 번의 행사로 모든 문제를 풀 순 없지만, 그날 뿌려진 생명 존중의 씨앗은 이미 학교 현장에서 서로를 품어줄 준비를 마쳤다.

 

다행히 서울교육청(교육감 정근식)의 전국 최초 ‘마음치유학교’ 시작으로 전국시도교육청에서 다양한 마음건강 프로젝트가 추진 중이다.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함께 손잡는 이 협력의 걸음이 반드시 성공하여 아이들의 내일을 밝혀주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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