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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미래교육의 함정] ④'인간다움'을 잘못 묻고 있는 것은 아닐까

더에듀 |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AI 시대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간 고유의 역량은 무엇이며, 학습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무엇은 지켜야 하는가?’

 

AI 시대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들이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AI 기술 자체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총 6회의 연재를 통해 교육학과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AI 시대 교육 담론을 다시 성찰하고,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생성형 AI가 등장한 이후 ‘AI 시대의 인간다움’은 교육계를 넘어 우리 사회의 주요 담론으로 떠올랐다. 그 중심에는 하나의 질문이 있다.


AI 시대,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번역하고, 코딩하고, 문제를 푸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기 시작했다. 창의성, 공감, 비판적 사고, 협업, 윤리의식 등이 인간 고유의 능력으로 제시되고, 미래교육은 이러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논의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는 지금 인간다움을 제대로 묻고 있는가.


AI가 할 수 없는 것이 인간다움인가


인간다움을 AI와 비교하여 정의하는 순간 인간다움은 상대적인 개념이 된다. AI가 하지 못하는 것을 인간다움이라고 부르고, AI가 그 기능을 수행하게 되면 인간다움의 범위를 다시 줄여야 한다.

 

처음에는 계산과 분석이 인간 고유의 능력이라고 했다. AI가 계산하고 분석하자 창의성과 언어가 인간의 영역이라고 했다. AI가 글과 그림을 만들어 내자 이제는 공감과 윤리, 책임이 인간에게 남은 고유한 능력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AI가 새로운 기능을 획득할 때마다 인간다움도 계속 다른 곳으로 물러나야 하는가.

 

과연 인간다움이 그런 개념일까. 더구나 AI가 어떤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서 그 능력이 더 이상 인간다움과 무관하거나 인간에게 불필요해지는 것도 아니다.

 

AI가 계산한다고 인간이 수학을 배울 필요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AI가 글을 쓴다고 인간이 언어와 글쓰기를 익힐 필요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다. AI가 그림을 만들고 자료를 분석하며 창의적인 결과물을 생성한다고 해서 인간의 표현과 창조, 사고의 가치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이러한 능력을 AI와 경쟁하기 위해 배우는 것이 아니다. 계산을 통해 관계와 질서를 이해하고, 언어를 통해 생각을 형성하며, 글과 그림을 통해 경험과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배운다. AI가 같은 기능을 수행한다고 해서, 인간이 그 능력을 지니고 발휘하는 가치까지 낮아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어떤 기능이 인간다움인가를 AI의 수행 가능성에 따라 결정하려는 방식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AI가 할 수 있게 된 능력을 인간다움에서 하나씩 제외한다면, 인간은 자신이 오랫동안 배우고 사용해 온 거의 모든 능력을 인간다움의 바깥으로 밀어내야 한다. 인간다움은 AI가 아직 하지 못하는 기능의 잔여물이 아니다.

 


결과가 비슷하다고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계산기를 만들었지만 인간다움을 다시 정의하지 않았다. 자동차가 인간보다 빠르게 달린다고 인간다움을 다시 묻지 않았다. 비행기가 인간보다 높이 난다고 인간의 고유성을 새롭게 설명하지도 않았다. 청소기가 사람을 대신해 청소한다고 인간다움이 흔들렸던 적도 없다.

 

그런데 생성형 AI가 등장하자 우리는 갑자기 인간다움을 AI와의 차이에서 찾기 시작했다. 왜일까.

 

AI가 인간이 하던 일을 대신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인간처럼 말하고 판단하며 생각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개념의 혼동이 시작된다.

 

AI의 ‘생각’과 인간의 생각은 같은 말로 표현된다고 해서 같은 개념이 아니다.

 

AI는 입력된 정보와 학습된 자료를 토대로 결과를 산출한다. 인간은 자신이 살아온 경험 속에서 의미를 해석하고, 무엇이 옳은지 판단하며, 자신의 선택과 그 결과를 감당한다. AI와 인간이 비슷한 문장을 만들고 동일한 문제에 유사한 답을 내놓는다고 해서 같은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금 결과의 유사성을 존재의 동일성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와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역시 같은 질문이 아니다. 더 나아가 AI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이 그것을 배우거나 수행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인간은 단지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배우는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이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할 수 있게 되는가는 기술적 수행 가능성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존재로 성장하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된다.

 

그런데 지금의 AI 담론은 기술의 수행 능력과 인간의 능력, 인간의 삶과 가치를 하나의 척도 위에 올려놓고 비교한다. 바로 이 잘못된 셈법이 AI를 기준으로 인간다움을 묻게 만든다.


인간다움은 기능의 합이 아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기능 단위로 쪼개어 보면 기계가 대신할 수 있는 일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계산, 기억, 분류, 번역, 요약, 글쓰기, 이미지 생성까지 이미 많은 기능이 기계로 이전되었다. 그러나 인간다움은 이러한 기능을 모두 더한 값이 아니다.

 

인간다움을 인간의 기능으로만 설명한다면 기계가 그 기능을 하나씩 대신할 때마다 인간다움도 하나씩 사라져야 한다. 이것은 인간다움을 지나치게 기능적으로 이해한 결과다.

 

인권을 생각해 보자. 인권은 다른 존재보다 우월한 능력이 있거나, 반대로 약한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기억을 잘해서, 창의적이어서, 공감할 수 있어서 부여되는 것도 아니며, 특정한 지위나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만 인정되는 권리도 아니다. 강자와 약자, 남녀노소, 지위고하를 불문하고 인간이라는 이유로 인정되는 권리다. 인권의 기준은 다른 주체와의 비교가 아니라 인간 그 자체다.

 

인간다움도 마찬가지다. 인간다움은 AI보다 잘하는 능력의 목록도, 인간이 아닌 것과 비교한 뒤 남겨진 기능의 집합도 아니다. 인간이라는 존재와 인간의 삶을 판단하는 기준이다. 배우고 이해하며 사고하고 질문하는 지적 능력, 실천하고 창조하며 문제를 해결하는 역량,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행동에 책임지는 태도는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인간다움을 이루는 전인적 모습이다.

 

따라서 인간다움의 비교 대상은 AI가 아니다. 인간다운가, 비인간적인가를 판단할 때 그 기준은 언제나 인간이어야 한다.

 

AI는 인간다움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될 수는 있지만, 인간다움을 정의하는 기준이 될 수는 없다. 인간이 아닌 존재와의 차이를 통해서만 인간다움을 설명하려 한다면 인간다움의 기준을 인간 바깥에 넘겨주는 셈이 된다.

 


교육은 AI와 다른 인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교육이 길러야 할 인간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시대에 따라 기술과 교육방법은 달라질 수 있지만, 교육이 지향하는 인간다움의 좌표까지 바뀌는 것은 아니다.

 

AI 시대의 교육은 인간을 AI와 다르게 만드는 교육도, AI가 아직 하지 못하는 능력을 학생에게 추가로 장착하는 교육도 아니다. 인간이 배우고 판단하고 관계 맺으며 자신의 선택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일이다.

 

따라서 미래교육의 방향도 AI가 아직 하지 못하는 기능을 찾아가는 방식으로 정해져서는 안 된다. AI의 기능은 계속 달라질 것이고, 그때마다 인간의 교육목표까지 따라 바꿀 수는 없기 때문이다.

 

먼저 세워야 할 것은 기술의 기준이 아니라 인간의 기준이다. 어떤 기술을 사용할 것인가보다 그 기술을 어떤 인간이, 어떤 목적으로, 어떤 책임 아래 사용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AI가 무엇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지나치게 많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는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AI 시대에 인간다움이 무엇인가를 묻기 전에, 왜 우리는 인간다움의 기준을 인간이 아닌 AI에게서 찾기 시작했는가.


인간다움의 기준을 인간에게 돌려놓아야 한다


어쩌면 AI 시대 교육이 가장 먼저 회복해야 할 것은 새로운 교육방법이나 새로운 미래역량이 아니라, 인간을 바라보는 기준인지도 모른다.

 

인간다움은 시대가 만들어 내는 유행어도, AI의 등장으로 비로소 발견되는 가치도 아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등장했다 사라지는 교육정책의 슬로건은 더욱 아니다. 인간다움까지 새로운 정책을 정당화하고 포장하는 언어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은 AI와 다른 인간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인간을 기능으로 쪼개어 기계와 비교하는 시대에도 인간을 인간 그 자체로 존중하고, 인간답게 살아가도록 돕는 일이다. 인간다움은 언제나 인간에게서 시작되었고, 앞으로도 인간에게서 시작되어야 한다.

 

다음 글에서는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지적 행위인 질문을 생각해 보려 한다. 인간은 자신도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질문하며, 세계를 바라보는 질문의 틀은 어떻게 창조하는가를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 연재 순서 예고

 

- 제1편.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 AI가 바꾼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이다.

- 제2편. 왜 같은 AI를 사용하는데 결과는 다른가?

• AI 활용 능력의 차이는 결국 인간의 전문성과 지식 수준의 차이인가.

- 제3편. AI 시대 학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 지식 교육은 축소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더욱 중요해지는가.

- 제4편. 인간 고유 역량이라는 말의 함정

• AI와의 비교 속에서 인간다움을 설명하려는 교육 담론을 비판하다.

- 제5편. AI가 인간의 학습 원리까지 바꾸었는가?

• 인지과학과 교육학의 관점에서 다시 묻다.

- 제6편. AI 시대 교육개혁의 진짜 과제는 무엇인가?

• 기술이 아닌 교육의 본질에서 미래교육을 다시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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