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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세린의 THE교육] 국가교육위원회 대입제도 공론화를 환영하며

 

더에듀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현행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두고 “객관식에 답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건 초보 컴퓨터도 하는 방식”이라며 평가체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도 지난 11일부터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절대평가 전환 등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에 들어간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난항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교육과정과 모순되는 대입 제도였던만큼,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크게 환영한다.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문항 도입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다만 절대평가가 상대평가보다, 서·논술형이 객관식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하거나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평가방식이라는 전제하에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객관식과 서술형은 목적과 장단점이 다른 평가도구일 뿐이며,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입시경쟁이 과열된 것이 수능 오지선다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더 좋은 학벌이 더 나은 직업과 삶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한정된 학벌자본을 선점하려는 욕망이 경쟁의 본질에 가깝다. 인간의 욕망을 무시한 채 제도만 손보는 개혁은 역사적으로 성공했던 적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명심할 필요가 있다.

 

대입 서·논술형 절대평가의 대표적인 사례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다. 그러나 그 제도가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프랑스 언론 「Le Parisien Étudiant」에 따르면 2026년 바칼로레아의 최종 합격률은 91.4%였고, 일반계는 95.9%, 기술계는 90.3%, 직업계도 84.3%에 달했다. 이는 바칼로레아가 지원자를 촘촘하게 줄 세우는 선발시험이라기보다 일정 수준 이상의 학업성취를 확인하는 자격시험에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따라서 실제 대입이 진행될 경우 학생부, 면접 또는 대학별 평가라는 또 다른 변별기준이 생성되고 새로운 경쟁이 과열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대학본고사 부활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프랑스 사례에서 함께 봐야 할 것은 막대한 평가 인프라다.

 

「Le Parisien」이 보도한 2025년 바칼로레아 자료를 보면 필기시험 채점에만 약 7만 9000명의 채점자가 참여했다. 일반·기술과정 4만 124명, 직업과정 2만 8251명, 프랑스어 조기시험 1만 676명에 이른다. 수백만 장의 답안지가 처리되고, 필기 답안 한 부당 5유로, 구술시험에는 시간당 9.60유로의 수당이 지급된다. 프랑스 경제지 「Capital」은 직접적인 시험운영비뿐만 아니라 시험기간의 수업 중단과 학교 운영에 발생하는 간접비용까지 포함하면 그 부담이 훨씬 커진다는 논쟁도 소개하고 있다.

 

우리가 프랑스식 서·논술형 시험을 이야기하려면 문제 형식만 볼 것이 아니라 이러한 인력과 재정까지 함께 봐야 한다.

 

AI가 초벌로 채점하더라도 검수는 어차피 사람이 하기에, 수십만 명의 수능 답안을 누가, 며칠 동안, 몇 차례 교차채점할 것인지부터 답해야 한다. 서·논술형 수능은 문항 몇 개를 바꾸는 일이 아니라 국가적인 평가 인프라를 새로 구축하는 일이다.

 

서·논술형 평가가 모든 학생에게 친절한 시험인지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객관식 시험에서 하위권 학생들이 ‘찍고 잠을 자버리는’ 것이 문제라면, 주관식·서논술형에서는 ‘아예 백지로 내고 자버리는’ 현상이 문제가 된다. ‘부분점수라도 받을 수 있게 뭐라도 쓰는’ 수준이 되려면 생각보다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은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객관식은 학생이 잠만 자지 않는다면 정확한 답을 모르더라도 문항과 선택지를 읽으면서 기억을 떠올리고 답을 추론할 여지라도 있다. 반면 개방형 서술문항은 무엇을 써야 할지 떠올리지 못하는 순간 답안 작성을 아예 포기할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농촌·비학군 지역에서는 슬프게도 서논술형평가 전환시 백지제출이 많아 채점시간이 오히려 한참 줄어드는 웃지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밖에 현실적인 문제도 있다. 논술 지필고사의 경우 답안의 가독성과 글씨체가 문제가 되고 이를 대비한 글씨 교정 사교육이 등장할 수 있다. 컴퓨터 기반 시험이라면 타자속도와 디지털 리터러시가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이미 논술·문해력·글쓰기 사교육 시장이 움직이고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가볍게 볼 수 없는 이유다.

 

이번 대입제도 개편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과도한 입시경쟁의 완화라면, 경쟁의 진짜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부터 물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원팀이 되어 좋은 대학을 향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은 수능이 상대평가이기 때문은 아니다. 현재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임금과 복지 격차,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의 고용안정성과 처우 차이, 전문직과 비전문직 사이에서 체감되는 워라밸의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어느 대학을 나오고 어떤 직업을 선택하느냐가 이후 삶의 조건을 크게 좌우한다고 믿는 사회에서 입시경쟁은 사라지기 어렵다. 대입개편의 목적이 고교학점제와 논리적으로 들어맞는 대입제도 구성이라면 성공한 개혁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대입경쟁완화 자체라면 노동·사회적 개혁이 반드시 동반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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