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8 (화)

  • 맑음강릉 24.4℃
  • 맑음서울 27.0℃
  • 구름많음울릉도 24.4℃
  • 맑음수원 26.5℃
  • 맑음청주 26.7℃
  • 맑음대전 26.8℃
  • 맑음안동 25.9℃
  • 맑음포항 25.7℃
  • 맑음군산 27.2℃
  • 맑음대구 26.1℃
  • 맑음전주 28.3℃
  • 구름많음울산 25.6℃
  • 맑음창원 26.9℃
  • 맑음광주 28.2℃
  • 맑음부산 29.0℃
  • 맑음목포 27.3℃
  • 맑음고창 28.5℃
  • 맑음제주 28.2℃
  • 맑음강화 26.0℃
  • 맑음보은 24.8℃
  • 맑음천안 25.6℃
  • 맑음금산 26.0℃
  • 맑음김해시 28.9℃
  • 맑음강진군 29.0℃
  • 맑음해남 28.9℃
  • 맑음광양시 28.0℃
  • 구름많음경주시 25.3℃
  • 맑음거제 26.6℃
기상청 제공

[사서교사의 독서교육] ⑪ 공강을 독서의 시간으로, 학교도서관에서 시작된 2학년 윤독 프로젝트

공강을 배움의 시간으로 바꾼 학교도서관
학생마다 다른 시간표, 한 권의 책으로 연결

 

고교학점제 시행으로 학생마다 시간표가 달라지고 ‘공강’이 생기면서 학교는 새로운 교육적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더에듀>는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과 함께 기획연재 ‘사서교사와 미래교육’을 통해 공강을 독서와 탐구의 시간으로 바꾼 사서교사의 실천을 소개한다. 학생의 선택으로 생긴 시간을 배움의 기회로 연결하는 학교도서관의 역할과 함께, 교육과정 설계자로서 사서교사의 가능성과 배치 확대의 필요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고교학점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학교의 시간표도 달라지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해 이수하고, 서로 다른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은 각기 다른 시간표를 갖게 된다. 여기에 수업량 적정화가 더해지면서 학교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강 시간’이 발생한다. 교육부 역시 공강을 학생의 과목 선택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시간이며, 고교학점제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 시간을 학교에서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단순히 수업이 없는 시간, 학생들이 각자 알아서 보내는 시간으로만 남겨 두어야 할까. 고교학점제가 학생의 선택권을 확대하는 제도라면, 그 선택으로 인해 생겨난 시간 역시 학생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서 학교도서관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 고민의 결과로 2학년 학생 전체가 공강 시간을 활용해 한 권의 책을 함께 읽는 ‘윤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특정 학생만 참여하는 독서동아리나 일회성 독서행사가 아니라, 학년 전체가 일정 기간 같은 주제를 공유하며 책을 읽는 프로그램이다. 각 학급마다 공강 시간은 달랐지만, 같은 주제의 책을 통해 흩어져 있는 시간을 하나의 독서 경험으로 연결하고자 했다.

 

 

하나의 주제, 서로 다른 두 권의 책

윤독의 큰 주제는 ‘멸종과 기후위기’로 정했다. 기후변화와 생태 문제는 학생들이 앞으로 살아갈 사회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과학, 사회, 경제, 윤리 등 여러 관점에서 살펴볼 수 있는 주제이기 때문이다.

 

선정한 책은 이정모의 『찬란한 멸종』과 마이클 셸런버거의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이다. 두 책은 같은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문제를 바라보는 방식과 강조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한 권의 책에서 하나의 정답을 찾게 하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진 책을 통해 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다층적으로 바라보게 하고 싶었다.

 

두 도서는 각각 2학년 학생의 절반가량이 동시에 읽을 수 있는 수량을 구입했다. 전반과 후반으로 학생을 나누어 한 학기 동안 한 권을 읽고, 다음 학기에는 책을 서로 교체하도록 구성했다. 한 번 구입한 책을 일부 학생만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학기별 순환을 통해 학년 전체가 두 권의 책을 모두 만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윤독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책을 끝까지 읽었는가’만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해진 시간에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같은 페이지를 읽도록 통제하기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공강 시간을 활용해 스스로 책을 읽어나가도록 했다. 사서교사는 독후활동기록카드를 구성해 매시간 독서 활동을 기록할 수 있도록 기획하고, 학생들은 그 안에서 자신의 속도로 독서를 이어간다. 공강 시간이 자칫 의미 없이 흘러갈 수 있는 상황에서 일정 시간 한 권의 책에 머무르는 경험 자체에도 의미를 두었다.

 

1년간의 윤독, 긴 호흡을 독려하는 독후 활동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을 선정하면서는 한 가지 고민이 있었다. 이 책은 환경 문제에 대한 기존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하고 환경주의자들을 강하게 비판하는 한편,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인 관점을 제시한다. 따라서 책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도록 하기보다는 학생들이 저자의 논리를 검토하고, 이에 동의하거나 반박할 수 있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윤독과 연계해 ‘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저자와 토론하기, 학술 에세이 대회’를 운영했다. 관점이 부딪칠 수 있는 책 속 구절을 발췌해 제시하고, 이에 대한 자신의 관점을 논증할 수 있도록 했다. 책의 저자가 권위 있는 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독자가 질문하고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토론의 상대’가 된 것이다.

 

 

학술 에세이 대회 논제

1. 책 447쪽, ‘가난한 나라의 성장을 가로막는 환경주의자들’을 읽고, 저자의 다음 주장에 동조 또는 비판하는 글을 작성하시오.

 

* 환경주의자들은 부유한 국가에서는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 경제 발전을 가로막을 정도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아 왔다. 하지만 약하고 가난한 나라에 대해서는 지난 50년간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 경제 발전을 가로막기에 충분한 권력을 휘둘러 왔다.

 

2. 책 545쪽, ‘우리에게는 그린 뉴클리어 딜이 필요하다’를 읽고 원자력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요약한 후, 탈원전 정책에 대해 3가지 이상의 근거를 들어 본인의 생각을 논증하시오.

 

이 활동을 통해 독서는 저자의 생각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는 점을 경험하게 하고자 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책일수록 책을 읽지 않거나 배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무엇에 동의하고 무엇에 동의하기 어려운지 따져 보고 그 판단의 근거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양한 관점을 접하고 스스로 판단하는 힘 역시 독서를 통해 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독 프로그램의 주제는 곧 학교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 프로그램의 주제가 되었다. 학생들은 멸종과 기후위기에 관한 여러 자료를 읽고, 각자의 관심 분야를 중심으로 주제를 심화 탐구한 뒤 월드카페 토론으로 서로의 생각을 나누었다. 하나의 질문에 한 가지 답을 내리는 토론이 아니라 여러 테이블을 이동하며 다양한 관점을 만나고, 다른 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생각을 수정하고 확장하는 과정이었다.

 

이어 극한기상을 주제로 전문가 강의를 마련했다. 학생들이 책과 자료를 통해 접한 기후위기 문제를 실제 연구와 연결해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책을 읽으며 생긴 질문이 토론으로 이어지고, 토론에서 해결되지 않은 궁금증이 다시 전문가의 설명과 만나는 구조를 만들고자 했다. 시기별로 흩어진 독서 프로그램은 하나의 주제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었다.

 

고교학점제 시대, 학교도서관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선택을 확대했지만, 동시에 학교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학생별 시간표가 달라지고 공강 시간이 생기는 상황에서 학교는 학생들이 머물며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학교도서관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중요한 교육 공간 가운데 하나다. 특정 교과의 교실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여러 교과와 주제를 넘나들 수 있고, 학생 각자의 시간에 찾아와 배움을 이어갈 수 있다.

 

이번 윤독 프로그램은 공강을 없애거나 학생의 자율적인 시간을 또 하나의 수업으로 채우려는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주어진 시간 속에 책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고, 그 읽기가 생각하고 질문하고 대화하는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교육과정 사이에 생겨난 시간을 비어 있는 시간으로 두지 않고, 학생이 스스로 읽고 생각하며 다른 사람과 지식을 나누는 배움의 가능성으로 연결하는 것. 학교도서관은 그렇게 학생의 선택과 학교의 교육과정을 이어 주는 또 하나의 배움터가 될 수 있다.

 

 

[사서교사 오선지 = 광주 상일여자고등학교 사서교사로 학교도서관을 수업과 독서, 탐구가 연결되는 교육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광주광역시교육감 승인 인정교과서인 [미디어정보리터러시]의 대표집필자로 참여했고, 학교도서관저널에 미디어정보리터러시 수업 사례를 연재하며 학교도서관과 교과 수업을 연결한 실천을 나누고 있다. 학생들이 책을 읽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질문하고 토론하며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도록 윤독, 사회적 독서, 독서 토론, 주제 탐구 등 다양한 독서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한다.]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32명
100%
싫어요
0명
0%

총 32명 참여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