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지구가 조울증에 걸렸나요?”
몇 해 전 고교생과의 대화에서 한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이상기후의 본질을 너무나 직관적이고 정곡을 찌르게 표현해 주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뭄으로 땅이 바짝 갈라져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집중호우와 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잠겨버렸다.
중간이라곤 없는 이 극단적인 ‘날씨 널뛰기’는 단연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가장 지독한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스펀지처럼 대량으로 머금었다가 메마른 땅 위에 한꺼번에 쏟아붓고는 다시 혹독한 건조함을 부르는 열역학적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오늘의 학교 현장을 둘러보면 어떠한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터전인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교과서 속 “에어컨을 적정 온도로 틀자”,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 수준의 한가로운 도덕관념에 머물러 있다. 지구가 당장 숨이 넘어가는 재난 상황인데, 아이들에게 시험 문제용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 3가지를 쓰시오”라는 지식 암기식 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웃지 못할 코미디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설픈 수식어나 교과서 속 관념이 아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 위기 앞에서 지구를 살릴 진짜 대응책은 바로 ‘교육의 전면적 대전환’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이제는 “북극곰만 불쌍하다”는 타성적인 환경교육의 한계에 직면한 것이다.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이루어진 환경교육의 가장 큰 허점은 ‘감성적 시혜’에 치중했다는 점이다. 국가교육위원회의 국민 의견 소통 플랫폼에 제안된 현장의 목소리에서도 지적하듯, 범교과 학습이라는 명목 아래 분산된 환경교육은 체계적인 시수나 책임 주체도 없이 단발성 행사나 시청각 자료 교육으로 때우기 일쑤였다.
“북극곰이 사는 빙하가 녹고 있으니 불쌍하지?”라는 훈계조의 교육은 아이들에게 공감보다는 피로감을 안겨주고 있다. 아이들은 정작 “당장 내가 폭우로 등교를 못 하고, 폭염 때문에 운동장에 나가지도 못하는데 왜 멀리 있는 북극곰 타령만 하느냐?”라는 현실적인 회의감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유엔 사무총장이 지구온난화 시대를 넘어 ‘지구 열화(Global Boiling)’의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표현했듯, 기후 위기는 단순한 자연 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와 아이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국가 안보’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임기응변식 단축수업이나 수동적인 지식 전달만으로는 절대로 다가올 재난에 대응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제는 지구를 구하는 획기적인 대응책과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급선무다. 여기에는 교육이 지식을 가르치는 일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을 줄이고 기후 재난에 능동적으로 맞서는 ‘실천형 기후시민’을 육성하는 진지하고도 냉정한 대반전을 이뤄내야 한다. 그 방안을 강구해 보자.
첫째, 교실 전체를 ‘탄소 제로 실험실(Living Lab)’로 바꾸기다.
아이들에게 “전기를 아껴라”라고 백날 말하는 것보다, 자신이 속한 학교가 전기를 얼마나 쓰는지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는 모든 학교에 디지털 에너지 전광판을 설치하고, 각 학급이 사용하는 실시간 에너지 사용량과 탄소 배출량을 데이터로 시각화해야 한다.
학생회가 주관해 “오늘 우리 학교 탄소 배출 10% 줄이기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절감된 예산으로 아이들이 원하는 복지시설이나 간식 등을 확충해 주는 ‘탄소 리워드 제도’를 도입해 보자. 아이들에게 환경 보호가 재미있는 게임이자 실질적인 이득이 되는 순간, 아이들의 눈빛은 달라질 것이다.
둘째, ‘환경 교과’의 독립 및 필수 이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더 이상 환경교육을 미술 시간이나 도덕 시간에 얹어 가는 ‘얹혀살기식 교육’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초·중·고 교육과정에서 환경·생태 교육을 독립된 필수 교과로 전환하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생태 감수성과 기후과학, 환경정의를 종합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봉사활동을 넘어, 지역사회의 환경오염 문제를 조사하고 구청이나 국회에 직접 환경정책을 제안하는 ‘학생 기후 의회’ 활동을 정규 수업으로 만드는 획기적인 시도가 필요하다.
셋째, 학교 건축의 ‘그린 스마트화’와 기후 적응형 인프라를 완성하는 것이다.
학교 건물 자체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거대한 생태계이자 교육재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실행 방안으로 학교 옥상에 태양광 발전시설과 옥상정원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폭우 시 빗물을 저장해 화장실 용수나 잔디밭 용수로 재활용하는 ‘빗물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학생들이 옥상정원에서 채소를 재배하고, 빗물 재활용 시설을 눈으로 확인하며 “인간과 자연은 어떻게 선순환하는가?”라는 질문을 통해 일상에서 몸소 체득하도록 만드는 환경이 필요하다.
서두에서 학생이 지적한 것처럼 지구가 조울증에 걸린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가뭄과 폭우를 번갈아 쏟아내는 지구의 경고가 역설적으로 우리가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교육학자인 존 듀이가 “교육은 미래를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라고 했듯이, 지구온난화를 예방하고 이상기후에 맞서는 일은 먼 미래의 과제가 아니다. 오늘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밥을 먹고, 전기를 쓰고, 친구들과 토론하며 실천해야 할 ‘진짜 삶의 공부’이어야 한다.
이제는 지금까지의 화려한 구호만 난무하던 환경교육의 거품을 빼자. 어느 가정이든 아이를 키울 때 ‘체온계’를 반드시 가정 상비품으로 구비하듯, 이제 교실과 학교에 탄소 측정기를 비치해 아이들의 손에 피켓 대신 데이터를 들려주자. 교실과 학교가 지구를 구하는 가장 역동적인 기후혁신의 현장으로 탈바꿈하도록 만들자.
학교가 먼저 탄소를 줄이고, 아이들이 기후변화에 맞서는 주체적인 시민으로 자라날 때 지구의 열병도 비로소 가라앉기 시작할 것이다. 지금처럼 지옥 같은 가뭄과 폭우의 극단적 고리를 끊어낼 솔로몬의 지혜는 우리 교실 안에서부터 싹트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