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윤철순 기자 | 국가교육위원회가 ‘수능 서·논술형 도입’과 ‘전 과목 절대평가’를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최종안은 오는 10월 시안 공개와 함께 국민 숙의를 거쳐 2027년 3월 결정될 전망이다.
전날 전남광주통합특별시에서 열린 국가교육발전계획 현장 토론회에서 수능 개편 논의가 다시 교육계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초 일부 보도를 통해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와 서·논술형 문항 도입이 사실상 확정된 것처럼 알려졌지만, 국가교육위원회는 즉각 선을 그었다.
이광호 국교위 상임위원은 “확정된 결론을 갖고 있지 않다”며 국민 의견을 계속 수렴해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국교위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을 여러 논의와 숙의 과정을 거쳐 마련하고, 내년 3월 공개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요한 건 ‘확정됐느냐’가 아니다. 국교위가 실제로 검토하고 있는 변화의 폭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다.
지난 5일 공개된 하반기 업무계획에 따르면 국교위는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중·고교 서·논술형 평가 확대 ▲대입전형 시기 조정 등을 검토하고 있다.
즉, 아직 결정된 건 없지만 대한민국 대입제도의 기본 틀 자체를 다시 설계하는 논의가 공식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왜 바꾸려고 하나
현재 수능은 국어·수학·탐구 등이 상대평가 방식이다. 상대평가에서는 일정 비율의 학생만 1등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학생 간 경쟁이 성적순으로 이어진다.
반면 절대평가에서는 일정 기준점수를 넘으면 여러 학생이 같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국교위가 절대평가를 검토하는 이유는 단순히 시험 방식을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다.
AI가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정해진 답을 빠르게 찾는 능력보다 문제를 해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는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서·논술형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객관식 중심의 수능이 학교 수업과 학생들의 공부 방식까지 좌우하고 있는 만큼, 수능에서 사고력과 표현력을 평가하면 학교 수업과 평가 역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여기에는 가장 어려운 문제가 있다. ‘공정하게 채점할 수 있느냐’다.
객관식 시험은 같은 답이면 같은 점수를 주기 쉽지만, 서·논술형은 채점자의 판단이 개입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수능처럼 대학입시에 직접 연결되는 고부담 시험에서는 채점의 신뢰도와 이의제기, 지역·학교 간 교육격차 문제가 훨씬 민감해진다.
실제 서·논술형 평가 비중을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조차 여러 안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구체적인 비율 등은 아직 확정된 정책이 아니다.
학생·학부모·학교에 예상되는 변화
학생에게는? 당장 2027학년도 수능을 준비하는 학생의 시험 방식이 바뀌는 건 아니다. 현재 논의는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에 관한 것이다. 따라서 수험생이 “당장 수능이 서술형으로 바뀐다”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앞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에게는 상당한 변화가 될 수 있다. 수능이 서·논술형으로 바뀐다면 단순히 문제집을 많이 풀어 정답을 찾는 공부만으로는 부족해질 가능성이 크다.
즉 ▲학교에서 글을 쓰고 ▲자신의 생각을 설명하고 ▲자료를 분석하고 ▲토론하는 수업의 중요성이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학부모에게는? 사교육 시장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객관식 문제풀이 중심의 입시 사교육이 서·논술형 대비 교육으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변수는 ‘사교육비가 줄어드느냐, 오히려 늘어나느냐’다. 서·논술형 평가가 학교 교육 안에서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다면 새로운 형태의 논술·첨삭·컨설팅 사교육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때문에 “서·논술형 = 사교육 감소”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교사와 학교에는? 가장 큰 변화가 나타날 수 있는 곳은 오히려 학교다. 수능이 사고력 중심으로 바뀐다면 학교 역시 객관식 시험과 정답 암기 중심의 평가에서 벗어나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대입 개편은 ‘시험 하나를 바꾸는 정책’이 아니라 ‘수업과 평가 방식을 바꾸는 정책’이 될 수 있다.
10월 시안...최종안은 내년
앞으로 가장 중요한 일정은 ‘10월 말’이다. 국교위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 시안을 공개할 계획이다. 이후 공청회와 공개포럼, 국민 숙의·공론화 등을 거쳐 2027년 3월 말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세 가지다. 첫째는 ‘서·논술형 평가를 실제 수능에 어느 정도 도입할 것인가’이고, 그 다음은 ‘절대평가를 어느 과목까지 확대할 것인가’다. 마지막은 ‘공정성과 채점 신뢰도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다.
특히 마지막 문제가 관건이다. AI 채점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AI가 채점을 한다고 해서 평가의 공정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건 아니다.
어떤 답을 좋은 답으로 볼 것인지, AI가 사람의 다양한 표현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지, 오류가 발생했을 때 누가 책임질 것인지까지 논의해야 한다.
따라서 앞으로의 공론화 과정에서는 “서술형을 도입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공정하게 평가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관건은 ‘공정한 평가’
지금 당장 수능이 서·논술형으로 바뀌는 건 아니지만, 이번 논의는 단순한 시험제도 변경 논의로 볼 사안도 아니다. AI 시대에 학교가 무엇을 가르치고, 학생의 무엇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체제 전환 논의이기 때문이다.
더에듀가 오늘 이 이슈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능이 바뀌느냐”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수능이 바뀌면 학교 수업과 학생의 공부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다.
‘오늘의 쟁점’은 수능 서·논술형·절대평가 개편 논의가 확정된 게 아니라는 사실 자체보다, 향후 10년의 교육 방향을 결정할 국가교육발전계획과 연결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은 결론보다 공론화 과정에서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를 지켜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