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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 대응’ 위해서가 아니라 학생 가르치려고 교사 된 것”

대초협, ‘악성민원 학부모’ 법정구속에 “조기 개입 필요”
반복·폭언성 민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조기 대응 촉구
“정당한 민원과 인격권 침해·교육활동 방해는 구분해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자녀의 학교 문제를 둘러싸고 학교와 교육청 교직원들에게 반복적으로 항의 전화를 하고 폭언·고성을 한 학부모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가운데, 교원단체가 이번 판결을 계기로 반복·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당국의 조기 개입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초등교사협회(대초협)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판결에 대해 “교육현장의 반복·악성 민원에 경종을 울린 의미 있는 판결”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앞서 청주지법 영동지원은 지난 20일 교직원들에게 욕설과 고성을 하는 등 여러 혐의로 기소된 40대 학부모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만원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해당 학부모는 2023년 9월부터 2025년 3월까지 자녀가 다니던 초등학교와 교육지원청, 시·도교육청 소속 교직원 21명에게 모두 274차례 전화를 걸어 욕설하거나 고성을 지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MBC도 해당 사건을 보도하면서 학부모가 학교와 교육청 등에 반복적으로 항의하고 학교를 찾아가 소리를 지르거나 교직원을 상대로 위협적인 행동을 했으며, 피해 교사 가운데 6명이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했다. 이후 교육청의 고발로 재판이 진행됐고, 1심에서 실형과 함께 법정구속 결정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학부모의 요구 정당한 목적이 있더라도 교직원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학교 운영 자체를 방해할 정도의 행위까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취지로 판단한 것으로 보도됐다.

 

“민원 제기 권리, 보장돼야 하지만 모든 행위가 민원은 아냐”

대초협은 이번 사건을 단순히 한 학부모와 학교 사이의 갈등으로 볼 게 아니라, 학교 현장에서 반복되는 민원과 교원 보호 문제를 되짚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학부모가 학교의 교육활동이나 자녀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설명을 요구하는 것은 당연히 보장돼야 할 권리다. 학교 역시 정당한 민원에 대해서는 충분히 설명하고 소통할 책임이 있다.

 

그러나 민원 제기의 방식이 반복적인 폭언이나 협박, 교직원의 인격권 침해, 학교 업무의 정상적인 수행을 방해하는 수준으로 이어진다면 이를 일반적인 민원과 동일하게 취급해서는 안 된다는 게 대초협의 주장이다.

 

대초협은 “274차례의 반복적인 항의 전화가 있었다는 이번 사건은 정당한 민원과 반복·악성 행위를 어디에서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특히 협회는 반복적인 민원이 교사 개인의 감내 수준을 넘어 정신적 피해와 치료로 이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MBC 보도에서도 피해 교사 6명이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사실이 소개됐다.

 

대초협은 “교사가 반복되는 전화와 폭언, 신고와 소명 요구에 대응하느라 교육활동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피해는 교사 개인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며 “교사의 적극적인 생활지도와 교육활동이 위축될 경우 학생들의 교육받을 권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병원에 간 뒤가 아니라, 그 전에 교육청이 개입해야”

협회가 이번 사건에서 특히 문제로 제기하는 부분은 교육당국의 개입 시점이다. 대초협은 반복적인 민원이 일정 수준을 넘어섰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면 교사가 이를 계속 혼자 감당하도록 두기보다 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이 직접 대응하는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 관계자는 “교사가 병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뒤에야 기관 차원의 대응이 시작된다면 실질적인 교원 보호라고 보기 어렵다”며 “반복성과 위험성이 확인되는 초기 단계에서부터 학교와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협회는 개별 신고가 정당한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아동학대 신고제도의 본래 취지인 아동 보호는 보장돼야 하지만,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한 문제 제기와 교사를 압박하기 위한 행위가 구별될 수 있도록 사실관계와 절차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동학대 신고제도와 교원 보호,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 보완해야”

이번 사건에서 학교폭력 문제를 둘러싼 학부모의 문제 제기와 교사에 대한 신고 등이 함께 거론되면서, 교육현장에서는 아동 보호와 교원 보호가 충돌하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초협은 “아동학대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가 이뤄지는 것은 당연히 보장돼야 한다”면서도 “교육활동에 대한 불만 제기와 신고가 교사를 장기간 조사와 소명, 법률 대응에 몰아넣는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교육당국 차원의 절차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핵심은 신고 자체를 제한하는 게 아니라, 신고가 접수된 이후 교사의 교육활동이 불필요하게 위축되지 않도록 객관적인 조사와 지원 절차를 마련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274번째 전화가 아니라 첫 번째 위험신호에서 움직여야”

대초협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에 반복·악성 민원 대응체계를 구체화할 것을 요구했다.

 

협회가 제시한 주요 요구사항은 ▲반복·악성 민원 발생 시 교육지원청 또는 교육청의 직접 대응 ▲폭언·협박·업무방해 등 일정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기관 차원의 법률 대응 ▲교사와 민원인의 조기 분리 ▲교사가 민원인과 직접 대면하거나 반복적으로 응대하지 않아도 되는 보호체계 마련 등이다.

 

대초협 관계자는 “교사에게 민원을 견디라고 요구하는 방식만으로는 교육활동을 보호할 수 없다”며 “민원인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통로는 충분히 보장하되, 반복성과 위험성이 확인되는 경우에는 기관이 책임지고 대응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에서 법원이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한 건 1심 판단이다. 따라서 향후 항소 여부와 상급심 판단에 따라 법적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대초협 역시 사법적 판단과 별개로 이번 사건이 교육현장에서 반복되는 민원 대응 시스템을 점검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학희 대초협 회장은 “274번의 전화가 걸려오고 교사가 치료를 받아야 할 때까지 기다리는 방식은 교원 보호라고 할 수 없다”며 “정당한 민원은 충분히 보장하되 폭언과 협박, 반복적인 업무방해까지 교사가 개인적으로 감당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교사는 민원을 견디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학생을 가르치기 위해 교사가 된 것”이라며 “교사가 한계에 도달하기 전에 국가와 교육청이 먼저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이 학교와 학부모 간 갈등에서 어느 한쪽의 권리만을 강조하는 계기가 아니라, 학부모의 정당한 민원 제기권과 교원의 인격권·교육활동 보호가 함께 보장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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