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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Q]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는 왜 ‘교사’일까 – 현재 진행형인 ‘공정성’ 논쟁

“수업해야 교사” 논쟁 뒤집어보니…사서·보건·상담교사 뿌리, 60년 넘어
영양교사는 2003년 학생 건강·식습관 위한 ‘체계적 영양교육’ 목적 신설
법은 ‘교사’로 규정, ‘현장 갈등’은 여전…자격·업무·처우 공정성 문제도
서로 다른 역할을 ‘하나의 교원체계’로…학교에서의 ‘교사’ 기준은 뭘까

 

「‘더에듀 Q’는 이미 나온 뉴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현상의 이면에서 다른 매체가 놓친 본질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팩트와 제도, 현장의 맥락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학교에는 국어·영어·수학을 가르치는 교사만 있는 게 아니다. 아픈 학생을 돌보고 건강을 교육하는 보건교사가 있다. 학교급식을 관리하고 식생활을 지도하는 영양교사가 있다. 학생을 상담하는 전문상담교사와 학교도서관에서 독서교육과 교수·학습을 지원하는 사서교사도 있다.

 

모두 법이 정한 ‘교사’다. 그런데 학교 현장에서는 오래된 질문 하나가 반복된다. 수업을 주된 업무로 하지 않는 사람을 왜 교사라고 부르는가.

 

이 질문 뒤에는 단순한 명칭 이상의 문제가 놓여 있다. 수업시수와 업무분담, 담임과 생활지도, 교원정원과 전문성까지 서로 다른 문제가 얽혀 있다.

 

논쟁은 때로 ‘누가 더 많은 일을 하는가’, ‘같은 교사로 보는 것이 공정한가’ 하는 문제로까지 번진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확인해야 할 게 있다. 국가는 애초 왜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이들을 ‘교사’라는 하나의 체계 안에 넣었을까.

 

더에듀는 법과 제도의 출발점부터 거슬러 올라가 봤다.

 

‘비교과교사’는 하나의 제도가 아니었다

우선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를 하나로 묶어서는 답을 찾기 어렵다. 만들어진 시기도 다르고 이유도 다르다. 사서교사와 보건교사는 최근 학교에 들어온 직종이 아니다.

 

1964년 시행된 교육공무원법을 보면 당시 교사의 종류에는 정교사와 준교사뿐 아니라 교도교사, 사서교사, 실기교사, 양호교사가 포함돼 있었다. 현재 전문상담교사의 전신이 교도교사이고, 보건교사의 전신이 양호교사다.

 

적어도 사서와 보건, 상담 영역의 전문인력을 ‘교사’ 체계 안에 두는 구조는 60년 넘게 이어져 온 셈이다.

 

1997년 제정돼 이듬해 시행된 초·중등교육법에도 전문상담교사와 사서교사, 양호교사는 교사 자격으로 명시됐다. 양호교사는 2002년 보건교사로 이름이 바뀌었다.

 

교육부의 2026년도 교원자격검정 실무편람에 따르면 전문상담교사의 전신인 교도교사는 1964년 도입됐고, 1998년 전문상담교사로 명칭이 변경됐다. 2004년부터는 전문상담교사와 사서교사 자격을 각각 1·2급으로 구분했다.

 

이들과 출발이 다른 직종이 영양교사다.

 

 

영양사를 왜 ‘영양교사’로 만들었을까

영양교사는 2003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신설됐다. 법 개정 이유는 비교적 명확하다. 당시 정부는 아침 결식과 편식 등에 따른 학생들의 영양 불균형을 개선하고, 건강관리와 올바른 식습관을 위한 체계적인 영양교육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에 영양교사 1·2급 자격을 새로 만들었다. 제도 시행은 2006년부터였다. 단순히 급식을 관리할 전문인력을 학교에 두자는 것과는 다른 선택이었다. 현재 학교급식법 시행령에 규정된 영양교사의 직무에서도 이런 성격이 드러난다.

 

식단 작성과 식재료 선정·검수, 위생·안전관리, 조리실 종사자 지도·감독뿐 아니라 식생활 지도와 정보 제공, 영양상담도 영양교사의 업무다. 국가가 급식관리와 함께 학생의 식생활을 교육의 영역으로 본 것이다.

 

보건교사는 ‘치료하는 사람’만이 아니다

보건교사도 마찬가지다. 현행 학교보건법은 학교에 보건교육과 학생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를 두도록 한다. 일정 규모 이하 학교에는 순회 보건교사를 둘 수 있다. 보건교사의 직무에는 학교보건계획 수립, 질병 예방과 보건지도, 건강관찰, 보건교육, 응급처치 등이 포함된다.

 

2002년 ‘양호교사’라는 이름을 ‘보건교사’로 바꾼 것도 이런 역할 변화와 맞닿아 있다. 기존 양호교사 자격증은 법 개정과 함께 보건교사 자격으로 승계됐다. 학교 안의 건강 문제를 단순한 응급처치가 아니라 예방과 보건교육까지 포함한 영역으로 본 것이다.

 

상담교사는 상담하고, 사서교사는 책만 관리할까

전문상담교사의 전신인 교도교사 역시 1964년 교사 자격으로 등장했다. 1998년 전문상담교사로 명칭이 바뀌었고, 2004년에는 학교 또는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전문상담교사나 전문상담순회교사를 두는 근거가 마련됐다.

 

현재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두도록 하고 학교 규모 등에 따라 교육행정기관의 전문상담순회교사가 지원할 수 있도록 한다. 학교폭력예방법에서도 전문상담교사는 피해·가해학생 상담 등 학교폭력 대응에 역할을 맡는다.

 

사서교사 역시 단순히 책을 관리하는 사서와는 법적 자격부터 다르다. 현행 초·중등교육법은 사서교사를 별도의 교사 자격으로 규정한다. 학교도서관진흥법 시행령이 정한 업무에는 도서관 운영뿐 아니라 독서지도와 학교도서관 이용교육, 교사의 교수·학습 지원 등이 포함된다.

 

2018년에는 학교도서관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학교도서관에 사서교사·실기교사 또는 사서를 두도록 배치 규정도 강화됐다.

 

여기서도 구분할 것은 있다. 학교도서관에 배치할 수 있는 사람은 사서교사만이 아니다. 실기교사와 사서도 포함된다. 이들을 모두 같은 법적 신분의 교사라고 볼 수는 없다.

 

 

법은 이미 답했다…그런데 왜 계속 논쟁일까

현재 법만 놓고 보면 답은 명확하다. 초·중등교육법 제21조는 교사를 정교사와 준교사뿐 아니라 전문상담교사, 사서교사, 실기교사, 보건교사, 영양교사로 구분한다. 모두 법률상 교사다. 따라서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가 교사인가’라는 질문에는 이미 법이 답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얘기를 끝내면 정작 중요한 문제가 남는다. 법이 이미 답한 문제를 놓고 학교에서는 왜 갈등이 계속될까.

 

실제 논쟁은 ‘교사인가 아닌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수업시수와 수업 준비, 담임과 생활지도, 학교 공통업무, 고유업무, 교원정원과 처우 등으로 이어진다. 여기에는 법적 신분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문제가 숨어 있다.

 

바로 공정성에 대한 서로 다른 인식이다. 교과교사는 교과수업을 준비하고 실제 수업을 진행한다. 평가와 학생지도, 담임, 행정업무 등도 맡는다.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는 각자의 전문자격을 바탕으로 보건·급식·상담·학교도서관이라는 고유업무를 수행한다. 어느 쪽의 일이 더 힘들다고 단정할 근거는 없다. 업무의 성격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은 자신의 노동을 상대방의 노동과 비교한다.

 

자신이 투입하는 노력과 부담에 비해 상대방이 얻는 지위와 보상이 더 크다고 인식한다면, 실제 차이가 어느 정도인지와 별개로 불공정하다는 감정이 생길 수 있다.

 

반대편에서도 공정성을 말할 수 있다.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 역시 전문성을 갖추고 필요한 자격을 취득했다. 국가가 법률로 교사 지위를 부여했고, 학교가 필요로 하는 고유업무를 수행한다는 것이다.

 

한쪽은 수업과 담임, 생활지도 등의 부담을 중심으로 공정을 판단하고 다른 쪽은 전문성과 고유업무를 중심으로 자신의 역할을 설명할 수 있다. 같은 ‘공정’을 말하지만 무엇을 공정의 기준으로 삼느냐가 다른 셈이다.

 

 

‘인국공 사태’에서도 부딪힌 질문은 ‘공정’이었다

사안의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이런 갈등 구조는 2020년 이른바 ‘인국공 사태’에서도 나타났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정책에 따라 2017년부터 협력업체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공사 자료에 따르면 당시 전환 대상은 협력업체 직원 9785명이었다. 소방대와 보안검색 분야 2940명은 직접고용하고, 공항운영과 시설·시스템 관리 분야 6845명은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안이 추진됐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공사도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구성원 간 이해관계 차이가 있었고 기존 직원과 노조에서는 고용전환에 따른 불이익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기록했다.

 

2020년 보안검색요원 1902명의 직접고용 방침이 발표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이후 인국공 사태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찬반 양측이 모두 ‘공정’을 말했지만 그 의미는 달랐다고 분석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정규직이 되는 과정에서의 자격과 기회, 능력에 따른 보상 등을 중요하게 봤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고용안정과 노동자의 지위를 보다 평등하게 보장하는 것을 중시했다. 같은 ‘공정’을 두고도 판단 기준이 달랐던 것이다.

 

물론 인국공 사태와 학교의 교원 문제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다. 한쪽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다. 다른 한쪽은 이미 법적으로 교원인 서로 다른 직종의 역할과 업무 문제다.

 

그러나 한 가지는 생각해볼 수 있다. 제도의 목적보다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 지위를 얻었는가’, ‘누가 더 많은 부담을 지는가’, ‘그에 비해 지위와 보상은 공정한가’라는 인식이 커지면 갈등의 방향은 제도가 아니라 집단과 집단을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누가 진짜 교사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그렇다면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를 둘러싼 문제 역시 ‘누가 진짜 교사인가’라는 질문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법적 신분이 교사라는 것과 학교에서 실제 어떤 일을 얼마나 담당해야 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누가 몇 시간 수업하는가. 수업을 위해 얼마나 준비하는가. 담임과 생활지도는 누가 맡는가. 학교 공통업무는 어떻게 나누는가. 보건·영양·상담·사서교사의 고유업무는 실제 얼마나 되는가. 각 직종의 정원이 일반 교과교사 정원과 어떤 관계에 있는가.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서 역할은 얼마나 다른가.

 

이 질문에는 법 조문만으로 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수업시수 하나만으로 업무량과 교사로서의 가치를 판단할 수도 없다. 실제 업무와 데이터를 확인해야 한다.

 

 

같은 ‘교원’이라면, 무엇이 공정해야 하나

법과 제도의 역사를 따라가며 확인되는 사실은 있다. 국가는 오랫동안 학교가 책임져야 할 일을 교과수업에만 한정하지 않았다. 학생의 건강과 상담, 독서와 정보활용, 식생활도 학교가 책임질 영역으로 제도화해 왔다.

 

다만 네 직종이 같은 시기, 같은 이유로 만들어진 건 아니다. 보건·상담·사서교사의 제도적 뿌리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양교사는 학생 건강과 식생활교육이라는 구체적인 정책 목적 아래 2000년대 들어 만들어졌다.

 

현재 법은 이들을 모두 ‘교사’라고 부른다. 그러나 법률에 같은 이름을 적는 것만으로 서로 다른 역할과 부담까지 같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전문성과 업무를 가진 사람들을 하나의 교원 체계에서 운영한다면, 왜 같은 교원인지뿐 아니라 역할과 부담을 어떤 기준으로 나누고 평가할 것인지도 설명돼야 한다.

 

그 설명이 충분하지 않을 때 제도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의 문제로 옮겨갈 수 있다. ‘왜 저 사람도 교사인가’, ‘왜 내가 더 많은 일을 해야 하는가’, 반대로 ‘왜 내 전문성과 고유업무는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가’라는 갈등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교사들 사이의 갈등으로만 남겨둘 수 있을까.

 

보건·영양·상담·사서를 교원체계 안에 두고 운영해 온 주체는 국가다. 서로 다른 역할을 하나의 교원체계로 묶었다면 그 역할과 책임, 업무와 정원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 설명하는 것 역시 교육당국의 몫이다.

 

누가 더 힘든지 판정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어느 직종이 ‘진짜 교사’인지 가려달라는 것도 아니다.

 

오늘의 학교에서 ‘교사’란 누구인가. 그리고 서로 다른 교사의 역할과 부담을 어떻게 나누는 게 공정한가.

 

60년 넘게 이어진 교원체계가 지금의 학교에도 적합한지까지 포함해 이제 교육당국이 답해야 할 질문이다.

 

“국가는 어떤 기준으로 이들을 같은 ‘교사’라고 부르고 있는가.” <더에듀>의 질문[Q]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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