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Q’는 이미 나온 뉴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현상의 이면에서 다른 매체가 놓친 본질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팩트와 제도, 현장의 맥락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갑니다. /편집자 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교사가 학생을 지도한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이를 아동학대라고 판단해 신고한다. 교육청은 해당 행위를 살펴본 뒤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낸다. 사건은 이후 경찰과 검찰의 판단을 거친다. 그리고 상당수는 결국 아동학대 혐의가 인정되지 않은 채 끝난다.
그렇다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뭘까. 애초 아동학대 신고를 어렵게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신고할 길은 열어 두되 신고된 행위가 실제 아동학대인지 정당한 교육활동인지 더 빠르고 정확하게 가려내야 할까.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교원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가 잇따라 만들어졌지만 교육현장에서 아동학대 신고를 둘러싼 논란은 끝나지 않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노동조합연맹 등 교원 3단체가 지난달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 다시 아동학대관련법 개정을 요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해 법을 다시 바꾼다면 또 하나의 질문을 피할 수 없다. 교사를 보호하는 제도가 실제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의 신고까지 어렵게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신고 1870건…교육감은 72%에 ‘정당한 교육활동’ 의견
교육부가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가 도입된 2023년 9월부터 2026년 2월까지 전국 유·초·중·고 교원을 대상으로 접수된 아동학대 신고는 1870건이다. 이 가운데 교육청이 정당한 교육활동 또는 생활지도라고 판단해 교육감 의견서를 제출한 사건은 1352건으로 약 72%다.
1352건 가운데 처리가 끝난 사건은 993건이다. 이 중 898건인 90.4%가 경찰의 수사개시 전 종결 또는 검찰 불기소로 마무리됐다. 숫자만 보면 교원단체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여기에는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게 있다. ‘90.4%’는 전체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의 90.4%가 허위 또는 무고였다는 의미가 아니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제출했고 처리가 끝난 사건 가운데 경찰 수사개시 전 종결 또는 검찰 불기소로 끝난 사건의 비율이다.
사건이 수사개시 전 종결되거나 검찰에서 불기소됐다는 것과 신고자가 고의로 허위 신고를 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다. 따라서 이 숫자만으로 ‘교원 아동학대 신고 10건 중 9건은 무고’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1870건 가운데 1352건에서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질문을 남긴다. “정당한 교육활동과 실제 아동학대를 신고 이후 더 빨리 구분할 방법은 없을까.”
법은 이미 '정당한 교육활동은 아동학대가 아니다'고 했다
법적 원칙이 없는 건 아니다. 현행 유아교육법과 초·중등교육법은 법령과 학칙에 따른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아동학대로 보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초·중등교육법은 학교장과 교원이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교육활동을 위해 필요한 경우 법령과 학칙에 따라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시행령은 학업·진로, 보건·안전, 인성·대인관계 등과 관련해 조언, 상담, 주의, 훈육·훈계 등의 방법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3년 서이초 사건 이후에는 또 하나의 장치가 만들어졌다. 교원지위법에 따라 교원이 정당한 생활지도 행위로 아동학대 신고를 받아 조사나 수사를 받으면 교육감이 해당 사안에 대한 의견을 제출하는 제도다. 교육감은 조사·수사기관으로부터 사안을 공유받으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신속하게 의견을 제출한다.
즉 현 제도에는 이미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로 보지 않는다’는 원칙과 이를 수사 과정에서 판단하기 위한 절차가 함께 존재한다. 그런데 ‘정당하다’는 의견만으로 사건이 끝나는 건 아니다. 여기에서 법과 현실 사이의 틈이 생긴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사건이 자동 종결되는 건 아니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는 사법경찰관이 아동학대범죄를 신속히 수사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도록 규정한다. 교육감 의견 역시 경찰과 검찰이 ‘참고’하도록 돼 있다.
이 때문에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판단하고 경찰도 혐의가 없다고 본 사건을 경찰 단계에서 끝낼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국회입법조사처도 2024년 12월 발간한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감 의견 제출 제도의 성과와 과제’에서 이 문제를 짚었다. 당시 조사에서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의견을 제출한 사안 가운데 경찰 수사개시 전 종결 또는 검찰 불기소 비율은 85.4%였다. 그러나 경찰 수사개시 전 종결 비율은 28.2%에 그쳤다.
입법조사처는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는 의견을 냈고 경찰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안은 경찰 단계에서 종결할 수 있도록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법이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실제 조사·수사 절차에서 이를 조기에 걸러내는 건 별개의 문제인 셈이다.
교원 3단체 "경찰에서 혐의 없으면 끝낼 수 있어야"
교총·전교조·교사노조연맹도 지난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만나 아동학대 관련 법률 개정을 공동 요구했다. 핵심 요구 가운데 하나가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 개정이다. 경찰 단계에서 혐의가 없다고 판단된 사건까지 검찰로 송치하는 현행 구조를 바꿔 불송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의 구성 요건을 보다 명확하게 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교원단체들은 이 개념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학생을 훈육하거나 생활지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까지 아동학대 신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부에서는 한발 더 나아가 교원의 정당한 생활지도에는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와 방임 조항을 적용하지 않고, 대신 교육관계법에 교사가 해서는 안 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방안도 제시한다.
여기까지 보면 답은 간단해 보인다. 교사를 상대로 한 아동학대 신고 요건을 강화하거나, 교육활동에는 아동학대 관련 법률의 적용 범위를 좁히면 될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신고를 어렵게 만들면 정말 문제가 해결될까
아동학대 신고제도가 보호하려는 대상은 아동이다. 특히 정서적 학대는 신체적 폭력처럼 외부에서 흔적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교사의 행위를 아동학대 적용 대상에서 폭넓게 제외하거나 신고 단계에서 높은 문턱을 만들 경우 정당한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효과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실제 피해를 입은 학생이나 이를 발견한 보호자의 신고까지 위축시킬 가능성도 함께 따져야 한다.
최근 법원의 판단은 ‘아동 보호’라는 목적 역시 모든 수단을 허용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는 초등학생 자녀와 담임교사의 비공개 면담을 전화로 몰래 듣고 녹음한 학부모에게 지난 25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학부모는 아동학대를 막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부모와 자녀는 별개의 인격체이고, 학부모가 대화 당사자가 아닌 이상 제3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는 해당 사건의 구체적 사실관계에 대한 1심 판단이다. 이를 모든 교사와 학생의 대화 녹음에 적용되는 일반적인 법칙으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이 판결이 보여주는 것은 오히려 학생 보호와 교사의 권리 가운데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를 무조건 압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신고’와 ‘판별’은 같은 문제일까
결국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간다. 정당한 교육활동을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보호하려면 신고 자체를 어렵게 만들어야 할까. 아니면 누구든 학대가 의심되면 신고할 수 있도록 하되 신고 이후 정당한 교육활동인지 실제 아동학대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가려내는 장치를 강화해야 할까.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접근이다. 첫 번째 방법은 신고의 문턱을 움직인다. 두 번째 방법은 신고 이후 판단 시스템을 바꾼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제안한 경찰 단계 종결 확대는 두 번째 접근에 가깝다.
교육감이 정당한 교육활동이라고 판단하고 경찰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한 사건까지 검찰로 넘겨야 하는지를 다시 따져보자는 것이다.
반면 정서적 학대 구성요건을 좁히거나 교원의 생활지도를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은 아동학대가 성립하는 법적 범위 자체를 바꾸는 문제다. 두 방법은 교사의 교육활동 보호라는 같은 목표를 갖고 있더라도 실제 피해 아동의 권리에 미치는 영향은 다를 수 있다.
결국 필요한 건 ‘신고를 막을 것인가’라는 하나의 선택지만은 아니다. 실제 학대가 의심되는 아이에게 신고할 길은 열어 두면서도, 신고된 행위가 정당한 교육활동인지 아동학대인지 조기에 가려내 교사가 불필요한 조사와 수사에 장기간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방법도 함께 찾아야 한다.
교권과 아동의 권리를 어느 하나 포기하지 않고 어디에서, 누가, 얼마나 빨리 판단할 것인가. 아동학대 신고를 둘러싼 논쟁이 이제 답해야 할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