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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슈] 학폭 70건 ‘처벌 대신 대화’로 끝났다…‘관계 회복’이 해법 될까

서울 북부교육청 3~7월 실제 관계조정 뒤 자체해결·심의 취소 약 70건
조정 개입 후에도 8건은 학교폭력심의위원회로…참여 거부 사례도
성공률·재발률 통계 아직 없어…“가능성 확인, 정책 효과는 더 검증해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학교폭력(학폭) 사안이 생기면 신고와 조사,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와 처분으로 이어지는 게 익숙한 경로다. 그런데 서울 북부지역에서는 올해 약 70건의 학폭 사안이 학생 간 대화와 관계조정을 거쳐 학교장 자체해결이나 학폭심의위 심의 취소로 마무리됐다.

 

단순 신청 건수가 아니다.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북부교육청) 관계조정 지원단이 실제 개입해 보호자와 학생들을 만나고 조정을 진행한 뒤 종결된 사안이다. 그렇다고 관계조정이 모든 학교폭력에서 작동한 건 아니다.

 

<더에듀>가 3일 북부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3~7월 관계조정 지원단이 실제 개입했지만 결국 학폭심의위까지 간 사례도 약 8건 있었다. 지원단이 처음 보호자에게 참여 의사를 물었을 때 관계조정 자체를 거부한 경우도 있었다.

 

따라서 70건과 8건을 놓고 단순히 ‘관계조정 성공률’을 계산할 수는 없다. 전체 제안 건수와 참여 동의 건수, 실제 착수 건수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피해·가해 측 모두 동의해야 시작

관계조정은 강제로 진행되지 않는다. 학폭 사안이 발생하면 관계조정 지원단이 피해·가해 관련 학생 측 보호자에게 먼저 참여 의사를 묻는다. 어느 한쪽이라도 원하지 않으면 진행하지 않는다.

 

양측이 동의하면 학생들을 각각 따로 만나는 ‘사전 모임’을 갖는다. 이후 학생들도 동의하면 함께 참여하는 ‘본 모임’을 연다. 본 모임에서는 서로의 입장과 요구를 듣고 앞으로 지킬 내용을 정한다. 합의한 내용은 ‘약속이행문’에 담는다.

 

학생과 보호자가 학교장 자체해결에 동의하면 관련 서류에 서명하고 학교가 교육지원청에 종결 결과를 보낸다.

 

사전 모임까지 진행했다고 해서 반드시 관계조정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다. 피해 측이 심의를 원하면 학폭심의위로 갈 수 있다. 처음부터 관계조정과 심의를 함께 진행하기를 원하는 경우도 있다.

 

북부교육청은 "6월까지 파악한 기준으로 약 5건이 학폭심의위 개최 요청 이후 관계조정을 거쳐 피해 측이 심의 요청을 취소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나머지는 대부분 학교장 자체해결이었다. 다만 이는 70건 전체에 대한 최신 세부통계는 아니다.


 

 

놀림·오해 같은 갈등엔 가능성…중대 사안은 한계

또 어떤 학교폭력까지 관계조정이 가능한지를 유형별로 기계적으로 정해 놓은 건 아니다. 북부교육청 측은 가능하면 당사자 의사를 확인해 관계조정을 시도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진단서가 제출될 정도의 심각한 신체폭력이나 지속·반복된 ‘중대 사안’은 관계조정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반면 놀림이나 언어 갈등, 오해처럼 학교생활 과정에서 발생한 비교적 경미한 갈등은 대화를 통해 해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관계조정이 피해학생에게 가해학생과의 화해를 요구하는 절차는 아니라는 의미다. 피해 측이 원하지 않으면 시작하지 않고, 진행 도중에도 심의를 선택할 수 있다.

 

변호사까지 선임했던 언어 갈등도 대화로 종결

이번에 조정된 사안 가운데는 피해·가해 양측이 모두 법률대리인을 선임한 사례도 있었다. 심각한 신체폭력이 아니라 학생들이 놀다가 말로 서로를 놀리는 과정에서 벌어진 언어 갈등이었다. 하지만 양측 모두 법률대리인을 선임했다.

 

북부교육청은 "학생과 보호자가 학폭 사안을 처음 겪는 경우가 많아 절차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 때문에 법률대리인을 선임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에서는 지원단이 양측 보호자의 의견을 들은 뒤 학생들을 각각 만났다. 이후 함께 대화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학생들은 서로의 오해와 요구를 확인했고 약속이행문을 작성했다. 사안은 관계조정으로 종결됐다. 학생 사이의 비교적 가벼운 갈등도 학폭으로 접수되는 순간 조사와 심의, 법률 대응까지 확대될 수 있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북부교육청도 학생들이 일반적인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갈등 사안이 학폭으로 접수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정동회 교육장은 “최근 늘어나는 학생간 갈등사안은 심의에 의한 처벌보다 관계의 회복과 마음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며 “마음이음 관계조정 프로그램을 활성화하여 평화롭고 건강한 학교문화를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70건은 ‘가능성’…효과 입증하려면 데이터 더 필요

관계조정으로 종결된 70건은 심의와 처분 이외의 방식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은 보여준다. 그러나 이를 관계조정의 정책 효과가 입증됐다고 보기는 이르다.

 

북부교육청은 올해부터 관계조정을 집중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전체 제안 건수와 ▲참여 동의율 ▲조정 성립률 ▲사안 유형별 결과 ▲심의 전환율 ▲재발률 등 장기 성과 자료를 아직 구체적으로 산출하지 않았다.

 

관계조정 이후 다시 학폭이 발생했다는 별도 연락을 현재까지 학교로부터 받은 건 없다는 설명도 있었지만, 이는 체계적인 재발률 조사 결과는 아니다.

 

<더에듀>는 앞서 지난달 31일자 ‘학폭 기록에 대입 불이익까지…처벌 세졌는데 왜 안 줄었나’ 기사를 통해 학폭 처분과 불이익이 강화됐음에도 학교폭력이 줄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이번 사례는 그 질문을 한 단계 더 옮긴다.

 

심의와 처분 이전에 학교가 교육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은 어디까지인가. 70건은 관계회복이 학폭의 새로운 해법임을 입증한 숫자는 아니다. 다만 모든 학생 간 갈등을 심의와 처분으로 가져가는 방식 외에 다른 길이 실제 학교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여준다.

 

그 길이 학교폭력을 줄이고 아이들의 관계까지 회복할 수 있는지는 이제 더 긴 데이터로 확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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