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윤철순 기자 | ‘초등 3시 하교’는 아이들을 오후 3시까지 학교에 남겨두자는 얘기일까. 3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초등 저학년 교육시간 확대와 교육 내실화를 위한 정책 포럼’에서는 그보다 훨씬 큰 변화가 제안됐다.
현재 초등학교 1·2학년의 연간 교육시간은 581시간이다.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학생·학부모연구실장은 이를 1단계에서 초3·4 수준인 657시간으로, 이후 초5·6 수준인 725시간까지 늘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단순한 하교시간 조정이 아니다. 정규 교육시간 자체를 늘리는 방안이다.
필요한 사람과 돈도 적지 않다. 1단계에는 추가 교원 약 5430명과 연간 약 5200억원, 2단계까지 확대하면 약 1만290명의 교원과 연간 약 9800억원의 추가 인건비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확정한 정책이 아니다.
이날 포럼에서 제시된 연구자의 정책 제안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초등학교 입학 뒤 생기는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모든 초1·2 학생의 정규 교육시간을 늘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출발점은 ‘공부 부족’이 아니라 돌봄 공백
교육시간 확대론의 출발점은 아이들이 공부를 적게 한다는 데 있지 않다. 국회미래연구원은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학교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줄면서 돌봄 공백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한국 초1·2의 연간 정규 교육시간은 581시간이다. 연구원이 비교한 OECD 평균 815시간보다 234시간 적다. 그러나 이 숫자는 OECD가 한국 학생에게 수업이 234시간 부족하다고 판정했다는 뜻은 아니다. 국회미래연구원이 OECD 국가를 비교해 산출한 평균치다.
한국교육개발원도 이날 OECD 평균을 바로 목표로 삼기보다는 국내 초등학교 안에서 1·2학년의 공교육 시간이 3·4학년 657시간, 5·6학년 725시간보다 크게 짧은 구조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돌봄 공백은 사교육과도 연결된다. 국회미래연구원 분석에서 초1·2 사교육 참여율은 약 84~86%였다. 초1 학부모가 사교육을 이용하는 목적 가운데 ‘보육’이라고 답한 비율은 일반교과 33.9%, 예체능 42.6%였다.
특히 맞벌이 가구에서 일반교과 사교육을 보육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비율은 약 46%로, 외벌이 가구 약 11%보다 크게 높았다.
연구진이 보는 구조는 이렇다. ▲학교 수업은 일찍 끝난다 ▲그 이후 시간을 가정이 육아휴직이나 사교육 등으로 메운다 ▲가정의 시간과 경제력에 따라 아이가 경험하는 돌봄과 교육도 달라진다. ▲그래서 공교육이 더 긴 시간을 책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수 더 배우는 게 아니라…학교 하루 자체를 다시 짜자는 것
그렇다면 실제 아이들의 하루는 어떻게 달라질까. 이날 제안대로라면 늘어난 시간을 국어·수학 진도를 더 나가는 방식으로 채우지는 않는다. 문화·예술·체육, 탐구, 관계 형성, 놀이와 휴식 등 저학년의 발달에 맞는 활동을 확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담임교사 한 명이 늘어난 시간을 모두 책임지는 방식도 아니다. 전담교사와 협력교사를 확충하는 ‘교육팀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학교 공간도 달라져야 한다. 단순히 같은 교실에서 더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활동과 쉼이 가능한 공간을 함께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3시 하교’라는 표현만으로는 정책의 실체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단순한 돌봄시간 확대도 아니다. 그렇다고 기존 교과수업을 그대로 늘리는 방안도 아니다. 정규 교육시간 안에 교육과 돌봄의 기능을 일부 결합한 새로운 학교 일과를 만들자는 제안에 가깝다.
바로 이 지점에서 반론이 나온다. 돌봄 공백이 문제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일부 학생을 지원하는 대신 모든 초1·2 학생의 정규 교육시간을 늘리는 게 맞느냐는 것이다.
▲저학년 학생에게 긴 학교 체류가 발달상 적절한지, ▲피로를 높이지는 않는지, ▲교육시간 확대가 실제 사교육 감소로 이어질지도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맞벌이 가정에는 분명 돌봄 공백을 줄이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별도 돌봄이 필요하지 않은 학생까지 의무적으로 더 오래 학교에 있어야 하는지는 다른 문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모인다. 모든 학생에게 필요한 교육인가. 아니면 돌봄이 필요한 학생에게 필요한 서비스인가.
교사 1만명과 1조원 가까운 돈…그 전에 답해야 할 것
차정인 국가교육위원장은 이날 교육시간 확대를 단순히 시간의 문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학생의 발달과 교육의 질뿐 아니라 교원의 수업·생활지도 부담, 인력과 공간, 재정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다.
실제 연구안도 이를 보여준다. 581시간을 725시간까지 늘리려면 추가 교원만 약 1만290명이다. 연간 추가 인건비도 약 9800억원으로 추산됐다. 시간표 몇 칸을 늘리는 정책이 아니다. 교육시간, 교육내용, 교원, 학교공간, 재정을 함께 바꾸는 공교육 재설계에 가깝다.
아직 정해진 건 없다. 581시간을 657시간, 다시 725시간으로 늘리는 방안도 제안이다. 교원 증원 규모와 인건비도 그 제안을 전제로 한 추산이다. 국교위가 앞으로 답해야 할 질문은 그래서 ‘3시에 하교시킬 것인가’보다 더 많다.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정규 교육시간을 늘리는 것이 맞는가 ▲늘어난 시간은 수업인가, ▲돌봄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교육인가 ▲아이들은 그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가 ▲누가 아이들을 맡을 것인가 ▲추가 교원과 재정은 실제 확보할 수 있는가. 그리고 ▲모든 학생에게 똑같이 적용해야 하는가.
‘3시 하교’라는 말만 보면 하교 시간을 늦추는 정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날 제시된 방안은 학교의 하루 전체를 다시 짜자는 제안에 가깝다. 출발점은 돌봄 공백이다. 처방은 정규 교육시간 확대다. 결국 먼저 답해야 할 건 아이를 3시에 보내느냐가 아니다. 그때까지 학교에서 무엇을, 왜 해야 하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