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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의 論] 시험문제 판 교사 126명...‘문제 값’보다 교권 신뢰 비용

사교육업체 등에 문항 팔아 징계…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도
‘극소수 일탈’로 넘길 일 아냐…교권보호 힘 ‘사회적 신뢰’서 나와

 

더에듀 | 교사가 시험문제를 팔아 돈을 챙겼다. 그것도 학생을 가르치고 평가해야 할 현직 교사들이 사교육업체 등에 문항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김문수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사교육업체 등에 문항을 판매해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징계를 받은 교원은 126명이다. 이 가운데 18명은 해임·강등·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126명. 전체 교원 규모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한 줌’도 안 된다. 절대다수 교사는 오늘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며 자신의 책임을 다하고 있다. 이들의 일탈을 교직사회 전체의 도덕성 문제로 확대해서도 안 된다. 그렇다고 숫자가 작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도 아니다. 교사가 파는 건 단순한 ‘문제 몇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시험문제에는 학생의 성취를 평가하고 진학과 미래를 가르는 교육의 공적 권한이 담겨 있다. 특히 사교육업체가 돈을 주고 현직 교사의 문항을 사들이는 시장이 형성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돈을 낼 수 있는 사교육시장과 학교 평가를 둘러싼 공정성 사이에 의심의 틈이 생긴다.

 

특히, 학생에게 정직하라고 가르치는 사람이 자신의 전문성과 공적 지위를 이용해 문제를 팔고 돈을 챙겼다면 그건 단순한 겸직이나 부수입 문제가 아니다. 교육의 신뢰에 값을 매긴 일이다.

 

조직의 신뢰가 무너지는 과정은 때로 잔인하다. 최근 검찰 조직을 둘러싼 논란에서도 일부 구성원의 권한 행사가 조직 전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 문제로 번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정치적 평가와 별개로, 여기서 교육계가 돌아볼 것은 조직의 신뢰가 무너지는 방식이다.

 

그 평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별개 문제다. 여기서 교육계가 돌아볼 건 조직의 신뢰가 무너지는 방식이다. 구성원의 절대다수가 묵묵히 제 역할을 하더라도, 강한 권한을 가진 일부가 그 권한을 사적으로 사용하면 사회는 그 조직 전체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대가는 아무 잘못 없는 구성원들까지 함께 치른다.

 

교직사회라고 예외일 수 없다. 최근 학교현장에서는 “교권이 무너졌다”는 절규가 이어지고 있다. 악성 민원과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 수업 방해와 교사 폭행까지 벌어지는 현실에서 교사를 보호해야 한다는 요구는 너무나 정당하다.

 

<더에듀> 역시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칠 수 없는 학교에서 제대로 된 교육이 가능할 리 없다고 본다. 그러나 여기엔 불편한 역설이 있다. 교권은 법으로 보호할 수 있지만 교사의 권위까지 법으로 만들어 줄 수는 없다.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만들 수 있다. 폭력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악성 민원에 대응하는 장치도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믿게 만드는 법은 만들 수 없다.

 

그 신뢰는 교사가 가진 전문성과 책임감, 그리고 무엇보다 높은 직업윤리에서 나온다. 그래서 문항 거래로 징계받은 126명의 문제는 126명으로 끝나지 않는다.

 

이들의 행위가 교권침해를 당하는 교사들의 책임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일부 교사의 일탈을 빌미로 다수 교사의 정당한 교권보호 요구를 깎아내리는 것 역시 부당하다.

 

오히려 그 반대다. 126명의 일탈 때문에 수십만 교사의 정당한 교권 요구가 의심받아서는 안 된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교직사회가 이 문제에 누구보다 엄격해야 한다.

 

“극소수의 일탈”이라는 말로 선을 긋는 데 그쳐서는 부족하다. ▲문항 거래가 왜 가능했는지, ▲사교육업체와 현직 교사의 거래를 왜 더 일찍 걸러내지 못했는지,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어떤 장치를 마련할 것인지 교직사회 스스로 더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교권을 지켜달라는 목소리에 가장 강한 힘을 실어주는 건 교사에 대한 사회의 신뢰다. 시험문제를 팔아 챙긴 돈은 몇몇 교사의 주머니로 들어갔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깎아먹은 신뢰 비용은 아무 잘못 없는 수많은 교사가 함께 치른다.

 

그것이 이 126명의 ‘문항 팔이’를 한 줌도 안 되는 일부의 일탈이라며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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