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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5.7% “학폭 당했다”…피해응답 역대 최고인데 사안 접수는 왜 줄었나

전체 피해응답률 2.9%로 조사 이래 최고…초등 5.7%·중학 2.3%·고교 0.8%
피해응답 늘었지만 사안 접수는 3년 연속 감소…심의 결과 ‘학폭 아님’은 22.1%로 상승
초등은 피해 0.7%p 늘 때 가해응답 0.8%p 감소…‘장난과 폭력’ 인식차도 주목

 

더에듀 장덕우 기자 |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한 학생이 늘고 있다. 그런데 실제 학교폭력(학폭) 사안으로 접수되는 건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 특히 초등학생에서는 100명 중 5~6명이 학폭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한쪽 숫자만 보면 학폭이 계속 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숫자만 보면 정반대다. 두 통계가 동시에 움직이는 이유를 보지 않고서는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는 변화를 제대로 읽기 어렵다.

 

교육부가 9일 발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전체 피해응답률은 2.9%로 지난해보다 0.4%포인트(p) 상승했다. 2013년 피해 전수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조사는 지난 4월 14일부터 5월 13일까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재학생 약 39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319만명, 81.9%가 참여했다. 학생들이 응답한 피해 경험 기간은 지난해 2학기부터 조사 시점까지다.

 

초등 5.7%…중학교의 2배, 고교의 7배

학교급별 차이는 크다. 초등생 피해응답률은 5.7%로 지난해 5.0%보다 0.7%p 높아졌다. 중학생은 2.1%에서 2.3%로, 고등학생은 0.7%에서 0.8%로 각각 상승했다. 초등생 피해응답률은 중학생의 2배가 넘고 고등학생의 7배를 웃돈다.

 

그러나 이 수치를 곧바로 ‘초등학교에서 실제 학교폭력이 그만큼 많이 발생한다’는 의미로 읽어서는 안 된다. 학폭 실태조사는 학생이 일정기간 동안 자신이 학폭을 경험했다고 인식했는지를 묻는 조사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변화는 가해응답률에서 나타난다. 전체 가해응답률은 지난해 1.1%에서 올해 0.8%로 0.3%p 떨어졌다. 특히 초등생은 2.4%에서 1.6%로 0.8%p 하락했다. 반대로 같은 기간 초등생 피해응답률은 0.7%p 상승했다. 중학생 가해응답률도 0.9%에서 0.7%로 낮아졌고 고등학생은 0.1%로 같았다.

 

같은 학교생활을 두고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은 늘었는데 ‘내가 가해했다’는 응답은 줄어든 셈이다.

 

교육부는 이런 차이가 학생들의 학폭 인식과도 관련이 있을 가능성을 보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같은 행동에 대해 피해학생은 학폭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행동을 한 학생은 계속된 장난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특히 이런 인식 차이가 초등생에서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고 초등생의 피해 증가를 단순히 ‘민감해졌기 때문’이라고 돌릴 수도 없다. 피해 유형 자체에도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언어폭력 여전히 가장 많지만…신체폭력·따돌림 비중도 커져

올해 피해 유형 가운데 언어폭력이 37.8%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단따돌림 17.1%, 신체폭력 15.7%, 사이버폭력 7.0%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언어폭력은 1.2%p, 사이버폭력은 0.8%p 줄어든 반면 신체폭력은 1.1%p, 집단따돌림은 0.7%p 높아졌다. 학생들의 인식 변화만으로 전체 피해응답률 상승을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다.

 

학교폭력을 목격했다고 답한 학생도 늘었다. 목격응답률은 6.1%에서 6.7%로 0.6%p 상승했다. 초등생은 11.0%, 중학생은 6.8%, 고등학생은 2.6%였다. 초등생은 피해뿐 아니라 학폭을 봤다고 답한 비율도 가장 높았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성윤숙 선임연구위원은 학생들의 대면 관계 경험 감소와 공감 역량, 교우 갈등이 학교폭력으로 이어질 가능성 등을 지적하면서 학생과 학부모의 학폭에 대한 민감도 상승도 함께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결국 초등학교 5.7%를 한 가지 이유로 설명하기보다는 실제 갈등·폭력 양상의 변화와 학생의 학폭 인식 변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는지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피해응답은 최고인데…사안 접수는 6만1445→5만6880건

더 주목할 숫자가 있다. 학생들의 피해응답률은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학폭 사안 접수 건수는 최근 감소하고 있다. 2023학년도 6만1445건이었던 학폭 사안 접수는 2024학년도 5만8502건, 2025학년도 5만6880건으로 줄었다. 2년 사이 4565건, 약 7.4% 감소했다.

 

반면 2025학년도 접수 사안 가운데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 심의로 진행된 비율은 51.7%였다. 심의를 받은 사건 가운데 최종적으로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된 비율도 2023학년도 16.0%에서 2024학년도 18.8%, 2025학년도 22.1%로 높아졌다.

 

여기서 세 숫자는 구분해야 한다. 학생이 설문에서 “학교폭력을 당했다”고 답하는 것과 학폭 사안이 공식 접수되는 것, 다시 심의위원회에서 법과 제도상 학폭으로 판단되는 건 같은 통계가 아니다.

 

실태조사는 학생의 경험과 인식을 측정한다. 반면 사안 접수는 실제 신고와 학교의 사안처리 절차를 거친 건수이고, 심의 결과는 개별 사건에 대해 학폭 해당 여부를 판단한 결과다. 따라서 피해응답률 2.9%와 사안 접수 5만6880건을 서로 맞지 않는 숫자로 단정할 수 없다.

 

오히려 두 숫자 사이에서 지금 학교가 풀어야 할 문제가 드러난다. 학생이 폭력이나 피해로 느끼는 관계 갈등은 적지 않은데, 그 모든 경험이 제도상 학폭으로 판단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학교폭력 아님’ 판단 비율이 높아졌다고 이를 허위신고 증가로 해석해서도 안 된다. 폭력으로 느끼는 학생의 경험과 법·제도가 학폭으로 판단하는 기준 사이에 간극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갈등을 ‘학폭위’로 보낼 것인가

교육부의 대응 방향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올해 학교폭력 시행계획에는 학교 안의 갈등을 줄이고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경미한 사안에 관계회복 프로그램을 먼저 적용하는 ‘관계회복 숙려제도’가 포함됐다. 교육부는 학폭 제로센터의 관계개선 지원단도 지난해 2793명에서 올해 2900명 규모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더에듀>가 앞서 확인한 서울 북부교육지원청 사례도 같은 고민을 보여준다. 북부교육지원청은 올해 3~7월 관계조정을 통해 약 70건의 학폭 관련 사안을 학교장 자체해결이나 심의 요청 취소 등의 방식으로 종결했다. 일부 사안은 조정이 이뤄지지 않아 다시 심의 절차로 넘어갔다.

 

이 사례를 ‘학교폭력을 줄였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학폭으로 신고된 모든 학생 간 갈등을 처분과 심의만으로 해결해야 하는지, 교육적으로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사안과 엄정하게 판단해야 할 폭력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라는 과제를 보여준다.

 

관계회복 역시 피해자의 심의 요청권을 대신할 수 없고 중대한 폭력에 적용할 만능 해법도 아니다. 경미한 갈등에 대한 교육적 개입과 중대한 폭력에 대한 엄정한 대응이 동시에 필요하다.

 

초등 5.7%가 던지는 질문

이번 조사에서 가장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될 숫자는 초등학생 5.7%다. 학생들의 학폭 인식이 예민해졌다는 설명만으로 끝낸다면 실제 피해 증가를 놓칠 수 있다. 반대로 피해응답률만으로 초등학교 폭력이 폭증했다고 단정하면 학생들의 인식 변화와 제도적 통계의 차이를 놓치게 된다.

 

피해응답률은 역대 최고인데 사안 접수는 줄고, 심의에서 ‘학교폭력 아님’으로 판단되는 비율은 높아지고 있다. 이 세 숫자가 함께 던지는 질문은 하나다. 학생이 ‘나는 피해를 입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학폭 사안으로 판단되는 순간까지 학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특히 초등학교에서는 폭력과 장난, 갈등의 경계를 학생에게 더 분명하게 가르치는 예방교육과 함께 갈등이 폭력으로 번지기 전에 개입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동시에 실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이 ‘단순 갈등’이라는 이름 아래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학교폭력 통계를 낮추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은 바로 그 경계를 제대로 가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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