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면으로 답할 의무가 없다.”
대한민국 교육정책을 총괄하는 교육부의 '5급 공무원'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틀린 말은 아닐 수 있다. "기자가 묻는 모든 질문에 공무원이 반드시 답해야 한다"는 법 조항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교육부 공무원은 국민에게 정책을 설명할 의무도 없는가.
지난 2일 교육부에 '교원 정원 산정 구조'를 물었다. '비교과교사'의 정원이 교과교사 정원과 어떤 관계로 결정되는지, 비교과교사가 늘면 교과교사가 줄어드는 이른바 ‘제로섬’ 구조인지 등에 대해서다.
느닷없이 공문부터 들이민 것도 아니었다. 기자가 질의를 위해 교육부에 처음 연락했을 때 담당 공무원은 "대변인실에 문의하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러더니 이내 다시 전화해 "장·차관 관련 대응이 아닌, 정책 답변은 실무부서에서 하면 된다고 한다"며 질의서를 이메일로 보내라고 했다.
그러나 "답변이 늦어진다면 가능한 회신 일정이라도 알려달라"는 문구까지 덧붙인 질의서에 교육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기다리다 못해 재차 연락한 기자에게 담당자는 '보건은 이 부서, 사서는 저 부서, 상담은 또 다른 부서에 물어보라'는 식으로 떠넘기며 회피에 급급했다.
급기야 해당 부서 실무 사무관은 '서면으로 답할 의무가 없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었다. “하나하나 답변 드리는 건 적절치 않은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쯤 되면 궁금해진다. 질의서를 보내달라고 한 것도 교육부고, 받은 곳도 교육부다. 그런데 답을 받으려면 기자가 다시 교육부 조직도를 들고 담당자를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는 것인가. 이게 꼭 '정보공개청구' 절차를 거쳐야만 확인 될 수 있는 기밀 사항인가.
교육부 내 실무부서가 네 곳이든 열 곳이든 그건 교육부 사정이다. 국민에게 교육부는 하나일 뿐이다. 더군다나 질문은 장관의 사생활을 물은 것도, 공개할 수 없는 인사자료를 요구한 것도 아니다. 국가가 교원 정원을 어떤 원리로 배분하는지를 물었을 뿐이다.
교과교사와 비교과교사 간 갈등까지 낳고 있는 교육정책의 작동 원리를 설명해 달라는 거였다. 그런데도 답할 의무가 없단다. 너무도 당당하게.
그러나 국가공무원법은 조금 다르게 말한다. "공무원은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친절하고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국민 한 사람의 민원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면, 다수 국민에게 정책을 전달하기 위해 묻는 언론의 정당한 질문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언론이라고 특권이 있는 건 아니다. 기자가 시간을 정해놓고 답을 내놓으라 강요할 권리도 없다. 자료가 없으면 없다고 하면 된다. 공개할 수 없다면 이유를 밝히면 된다. 확인에 시간이 걸리면 기다려 달라고 하면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만 빼고는 다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교육부는 답변도, 늦어진다는 연락도 하지 않았다. 재차 묻자 다른 부서로 떠넘기기 바빴다. 책임 있는 사무관은 아예 답할 의무가 없다고까지 한다.
이 정도면 ‘직무유기’라 공격받아도 '억울하다'고 항변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형법이 말하는 '직무유기죄'를 따지자는 게 아니다. 국민이 맡긴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의 자세를 묻는 것이다.
더 황당한 건 그다음이다. 서면으로는 답할 만한 내용이 없다던 교육부가 전화 통화에선 “교과와 비교과는 별도로 산정한다”, “제로섬 구조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결국 답이 없었던 게 아니다. 답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정책을 만드는 건 권한이다. 그 정책을 국민에게 설명하는 건 책임이다. 교육부는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컨트롤타워다. 수백만 학생과 학부모, 수십만 교원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든다.
그런 중앙부처의 공무원이 정책에 대한 질문 앞에서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이 ‘답할 의무가 없다’는 식이라면, 국민은 교육부의 무엇을 믿어야 하나. 법에 ‘기자에게 답하라’고 쓰여 있어야만 대응하는 게 공직이라면 국가공무원법에 왜 굳이 '성실’과 ‘국민 전체의 봉사자’라는 말을 적어 놨겠는가.
교육부에 필요한 건 거창한 소통, 혁신이 아니다. 물으면 답하면 된다. 늦으면 늦는다고 하면 된다. 모르면 확인하면 된다. 부서가 다르면 교육부 안에서 찾으면 된다.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답할 법적 의무가 없다'는 말 뒤에 숨는 순간, 교육부는 국민에게 설명해야 할 공적 책임까지 함께 내려놓는 게 된다. 교육부가 국민의 질문에 답하지 않아도 되는 곳이라면, 대체 누구를 위한 조직이란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