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Q’는 이미 나온 뉴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현상의 이면에서 다른 매체가 놓친 본질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팩트와 제도, 현장의 맥락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갑니다.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 교육이 정말 묻고 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더에듀 전영진 기자 | ‘교원능력개발평가’ 제도가 전국 시행 16년 만에 폐지 수순에 들어갔다. 그렇다면 앞으로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 전문성은 누가 어떻게 살펴볼까.
교육부가 지난 11일 ‘교원능력개발평가 실시에 관한 훈령’ 폐지안과 ‘교원 등의 연수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동시에 예고했다.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없애고 ‘교원역량개발지원제도’로 바꾸기 위한 법령 정비다.
교육부는 개정안에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 관련 조항을 삭제하고 새로운 지원제도의 근거 조항을 신설했다. 아직 입법·행정예고 단계다.
겉으로 보면 ‘교원평가 폐지’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교원의 교육활동을 들여다보는 장치가 모두 없어지는 건 아니다. 평가에 참여하던 사람과 질문, 결과의 쓰임새가 달라진다.
동료·학생·학부모가 교사를 평가하던 제도
교원능력개발평가는 2010년 도입됐다. 기존 훈령에 따르면 교원은 ‘동료교원평가’에 참여했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 학생은 의견·만족도 조사에 참여했고, 학부모도 교장과 담임교사 등을 대상으로 만족도조사에 참여했다.
평가 대상은 수업과 생활지도 등 교원의 교육활동이었다. 결과도 단순 참고자료에 그치지 않았다. 평가 결과는 해당 교원에게 제공됐다. 교원은 이를 토대로 능력개발계획서를 작성했고, 교육청과 학교는 결과를 분석해 맞춤형 연수와 다음 학년도 연수계획에 반영했다.
일정 기준에 미달한 경우 능력향상연수도 있었다. 이번에 이 체계를 없앤다.
학생은 남는다…하지만 ‘교사 만족도’는 묻지 않는다
학생의 참여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학생만족도조사 대신 ‘학생인식조사’가 들어온다. 차이는 질문의 방향이다. 기존에는 교원이 제공하는 교육활동에 대해 학생이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물었다. 새 조사에선 교사의 수업과 생활지도를 통해 학생 자신에게 어떤 배움과 변화가 있었는지를 묻는다.
교육부가 제시한 예를 보면 기존의 “선생님은 수업 시간에 활발하게 질의응답을 하십니다” 같은 평가 문항이 “선생님의 질문으로 수업에 호기심이 커졌습니다”처럼 학생 자신의 변화를 살피는 방식으로 바뀐다.
교권침해 문제가 제기됐던 서술형 문항도 폐지한다. 학생이 교사를 직접 ‘평가’하는 성격을 줄이고, 교사가 자신의 교육활동을 돌아볼 정보를 제공하는 쪽으로 바꾸는 셈이다.
학부모의 ‘개별 교사 평가’는 사라진다
학부모는 변화가 더 크다.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는 학부모가 개별 교원에 대한 만족도조사에 참여했다. 새 제도에서는 이 조사가 없어진다. 대신 학부모 의견은 학교·유치원 평가로 옮긴다. 교육과정 운영과 교수·학습방법, 학교 교육활동 등에 대한 의견을 받는 방식이다.
따라서 “학부모 의견이 없어진다”고 하는 것도 정확하지 않다. 다만 학부모가 특정 교사를 직접 평가하는 통로는 사라진다.
동료교원 평가도 없애지만 ‘다면평가’는 남는다
동료교원평가도 없어진다. 그러나 동료에 의한 평가 자체가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존 교원능력개발평가의 동료교원평가는 이미 별도로 존재하는 교원업적평가의 다면평가와 중복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는 별도 동료평가를 없애고, 교원업적평가 다면평가의 정성평가 가운데 학습지도와 생활지도, 전문성 개발 영역을 역량진단에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꾼다. 다면평가는 근무성적평정과 성과상여금 등에 활용되는 별도의 평가제도다.
따라서 교원능력개발평가 폐지가 곧 ‘교원에 대한 모든 평가의 폐지’를 뜻하는 건 아니다.
새로 생기는 건 ‘내가 나를 진단하는 평가’
새 제도에는 자기역량진단이 추가된다. AI·디지털 역량, 교수법, 학부모와의 소통, 학생 이해, 동료교원 협력, 자기개발 등 교원에게 필요한 역량을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다면평가와 학생인식조사, 자기역량진단 결과는 영역별 결과와 변화 추이를 교원 본인에게 누적 제공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이를 AI 기반 맞춤형 연수 추천과 연결하고, 학습연구년제 등의 지원도 확대한다는 게 교육부 구상이다.
기존 제도의 방향이 ‘평가 → 결과 → 연수’였다면 새 제도는 ‘진단 → 자기성찰 → 역량개발 지원’에 가깝다.
그런데 낮은 평가를 받은 교원은?
여기에서 제도의 철학이 가장 선명하게 갈린다. 기존에는 교원능력개발평가 결과가 일정 기준에 미달하면 능력향상연수 대상이 될 수 있었다. 새 제도에서는 이 능력향상연수를 폐지한다.
교육부는 대신 진단정보를 제공하고 스스로 부족한 역량을 확인해 필요한 연수를 선택하도록 지원하는 데 무게를 둔다.
그렇다면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자기주도적 역량개발에 적극적인 교원은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역량개발에 참여하지 않는 교원은 어떻게 할 것인가.
물론 교원업적평가와 근무성적평정 등 다른 평가체계는 그대로 남는다. 따라서 교원의 교육활동에 문제가 있어도 아무 장치가 없어진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교원능력개발평가 안에 있었던 ‘낮은 평가 → 능력향상연수’라는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사라진다.
‘평가 폐지’보다 중요한 건 그다음
교육부는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없애는 이유로 학교의 평가 부담과 중복평가, 학생·학부모 만족도조사의 신뢰도 문제와 교권침해 등을 들어왔다.
새 제도는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비교적 분명하게 내놨다. 동료평가는 다른 평가와 합친다. 학생은 교사를 평가하기보다 자신의 배움과 변화를 돌아본다. 학부모는 개인 교사가 아니라 학교 교육활동에 의견을 낸다. 교사는 자신의 역량을 직접 진단한다.
평가결과에 따라 낮은 점수의 교원을 골라내는 것보다 진단정보를 제공해 스스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데 무게를 옮긴다.
결국 이번 변화는 ‘교원평가’라는 이름 하나를 없애는 문제가 아니다. 누군가 교원을 평가해 부족함을 찾아내던 체제에서, 여러 정보를 교원에게 돌려주고 스스로 전문성을 개발하도록 지원하는 체제로 옮겨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 제도를 판단할 기준도 달라진다. 평가가 사라졌느냐가 아니다. 평가를 없앤 뒤에도 교원의 전문성 향상이 실제로 일어나게 할 수 있느냐. 그 답은 이제 학교 현장에서 확인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