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Q’는 이미 나온 뉴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현상의 이면에서 다른 매체가 놓친 본질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팩트와 제도, 현장의 맥락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갑니다.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 교육이 정말 묻고 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더에듀 윤철순 기자 | 2027학년도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을 10분 앞두고 시스템이 멈췄다. 원서를 저장하거나 전형료를 결제하려던 일부 수험생은 접수를 끝내지 못했다. 마감은 한 시간 연장됐고, 교육부는 접수를 완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수험생을 최대 1200여명으로 추산했다.
사고는 원서접수 시스템을 누가 운영해야 하느냐는 문제로 번졌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전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교육부나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원서접수 시스템을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원서접수는 ‘유웨이어플라이’와 ‘진학어플라이’ 등 민간업체가 대학과 개별 계약을 맺어 대행한다. 그렇다면 국가가 직접 관리하면 같은 ‘먹통’을 막을 수 있을까. 답을 찾으려면 이번 사고에서 ‘누가 운영했는가’와 ‘왜 멈췄는가’를 먼저 나눠봐야 한다.
마감 10분 전 멈춘 원서접수
지금까지 확인된 교육부 등의 발표를 종합하면, 장애는 지난 11일 오후 5시50분께 유웨이어플라이 원서접수 시스템에서 발생했다. 당시 오후 6시 원서접수를 마칠 예정이던 대학은 140곳이었다.
일부 수험생은 원서를 저장하거나 전형료를 결제하는 과정에서 접수를 끝내지 못했다. 시스템은 오후 6시20분께 정상화됐다. 대교협은 접수 마감을 오후 7시까지 한 시간 연장했다.
그러나 연장 사실을 확인하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접수를 완료하지 못한 수험생이 발생했다. 교육부가 밝힌 2027학년도 수시 원서접수는 모두 261만여건이다. 이 가운데 장애로 접수를 완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는 수험생을 최대 1200여명으로 추산했다.
1200명이 모두 피해자로 확정된 건 아니다. 교육부와 대교협은 장애 당시 로그인과 원서 작성·저장, 결제 시도 등의 전산기록을 확인해 실제 구제 대상을 가리고 있다. 최 장관도 국회에서 실제 구제 대상은 1200명보다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민간이라서’ 멈췄나
이번 사고의 원인이 민간업체 운영 자체였다고 볼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유웨이 측이 전날 대교협에서 밝힌 설명은 조금 다르다. 보안관리 등을 위해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한 뒤 버그가 발생했고, 마감 당시 트래픽도 전년보다 약 30% 증가했다는 것이다.
유웨이 측은 장애 전날 발생한 문제에 대한 대응도 충분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육부와 대교협의 최종 조사가 끝난 건 아니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원인은 운영주체의 민간·공공 여부보단 시스템 변경과 오류, 접속량 증가에 가깝다.
더구나 장애에 대비한 체계가 전혀 없었던 것도 아니다. 대교협 자료를 보면 2016년에도 수시 공통원서접수 시스템에서 장애가 발생했다. 이후 정보자원을 증설하고 장애대응 모의훈련을 실시했다. 종합점검과 장애대응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대응 매뉴얼도 보완했다.
최근까지도 원서접수 기간엔 교육부와 대교협, 대행업체 등이 참여하는 비상대응 체계를 운영해왔다. 그런데도 시스템이 다시 멈춘 것이다.
정부가 직접 관리하면 달라지는 것도 있다
그렇다고 정부의 직접관리 검토에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현재 두 원서접수 대행업체는 개별 대학과 계약한다. 교육부는 이번 사고 이후 민간 대행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할 법적 권한이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대입은 국가적으로 관리되는 공적 업무지만 실제 원서접수 시스템 운영은 대학과 민간업체 사이의 계약에 놓여 있는 셈이다.
정부 또는 대교협이 직접 관리하게 되면 이 구조는 달라질 수 있다. 시스템 안정성에 대한 공통 기술기준을 정하고 정기적으로 점검하거나, 장애 대응기준과 책임주체를 통일하는 게 지금보다 쉬워질 수 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교육부가 “우리에게 직접 조사권한이 없다”고 설명해야 하는 구조 역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국가 직접관리는 ‘누가 책임지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게 ‘시스템이 멈추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답까지 자동으로 주는 건 아니다.
국가가 운영하는 시스템도 멈췄다
정부 전산시스템에서도 대규모 장애는 발생했다. 2023년 11월 공무원이 사용하는 새올지방행정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면서 주민센터 민원업무가 중단됐다. 정부24까지 장애를 겪었고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정상화됐다고 정부가 발표한 건 사흘째였다.
2025년 9월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대전센터 화재로 647개 정부 정보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 정부24 등 일부 핵심 서비스도 복구까지 시간이 걸렸다. 당시에는 재해복구체계와 클라우드 이중화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두 사례의 원인은 이번 원서접수 장애와 다르다. 그러나 한 가지는 확인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직접 운영한다는 사실 자체가 전산시스템의 무중단을 보장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누가 운영하느냐보다 ‘멈춰도 계속되는가’
그렇다면 국가 직접관리안을 검토할 때 질문은 한 단계 더 들어가야 한다. 한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서버가 즉시 업무를 이어받는가. 한 데이터센터가 멈춰도 다른 곳에서 원서를 받을 수 있는가.
또 마감 직전 예상되는 최대 접속량을 실제로 견딜 수 있는지 사전에 시험하는가. 장애를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대학과 수험생에게 즉시 알리는 체계가 있는가. 그리고 이 모든 장치가 실패해도 수험생이 ‘나는 이 대학에 지원하려 했다’는 사실을 남길 별도의 길이 있는가.
이번 사고에서도 마지막 질문은 중요했다. 교육부와 대교협이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근거가 된 건 장애 당시 시스템에 남아 있던 원서 작성·저장·결제 시도 기록이었다.
기록이 있어야 장애가 없었다면 접수를 마쳤을 사람인지를 판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전산시스템의 백업을 넘어 ‘지원 기회’를 백업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하나로 합치는 게 답은 아니다
국가 직접관리 방식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교육부가 하나의 국가 원서접수 시스템을 만들 것인지, 기존 민간시스템을 두고 관리·감독만 강화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앞으로 직접관리 방안이 나온다면 확인해야 할 게 있다. 두 민간 시스템을 하나의 국가 통합시스템으로 단순히 합치는 방식이라면 한 시스템의 장애가 전체 대학으로 번지는 단일 장애점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가가 직접 관리하더라도 주 시스템과 독립된 대체 접수망과 실시간 기록 보존, 장애가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작동하는 접수기한 보호 규칙까지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다.
핵심은 서버가 한 번도 멈추지 않게 만드는 데만 있지 않다. 멈추더라도 입시 기회가 사라지지 않게 만드는 데 있다.
대입에서는 10분의 장애도 다르다
대입 원서접수는 일반적인 온라인 행정서비스와도 성격이 다르다. 주민등록등본 발급이 중단되면 복구 뒤 다시 발급받을 수 있다. 하지만 대학 원서접수는 정해진 마감시각을 넘기면 지원 기회 자체를 잃을 수 있다.
이번에도 시스템 장애를 해결하기 위해 접수시간을 연장하자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일부 대학이 당초 마감시각을 기준으로 경쟁률을 공개하면서 이를 확인한 뒤 지원한 수험생과 이미 접수를 마친 수험생 사이의 형평성 논란이 제기됐다.
시스템 장애를 복구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다. 앞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장애가 발생했을 때 어느 시점에서 접수를 중단하고, 마감을 얼마나 연장하며, 경쟁률 공개는 언제 멈추고, 어떤 기록을 기준으로 지원 기회를 보장할지까지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
국가가 맡을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
최 장관이 밝힌 국가 또는 대교협 직접관리는 아직 ‘적극 검토’ 단계다. 이번 사고는 현행 체계의 한계 하나를 분명히 보여줬다. 대학과 민간업체가 계약한 시스템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대입 전체의 공정성을 책임져야 하면서도 업체를 직접 관리·감독하기는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 구조를 바꾸는 건 검토할 이유가 충분하다. 그러나 운영주체를 바꾸는 것만으로 이번 사고의 기술적 원인까지 해결됐다고 볼 수는 없다. 앞으로 교육부가 직접관리 방안을 내놓는다면 물어야 할 것은 ‘민간인가 국가인가’ 하나가 아니다.
한 시스템이 멈추면 다른 시스템이 즉시 원서를 받을 수 있는가. 마감 직전의 최대 접속량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을 누가 검증하는가. 장애가 발생하면 수험생의 지원 의사를 어떤 기록으로 보존하는가. 그리고 시스템 때문에 지원하지 못했을 때 누가 어떤 기준으로 기회를 되돌려주는가.
대입 원서접수의 질문은 누가 서버를 운영하느냐에서 끝나지 않는다. 민간이든 국가든 시스템은 멈출 수 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내놓을 대책에는 적어도 하나의 답이 있어야 한다.
“시스템이 멈춘 순간에도 수험생의 지원 기회는 멈추지 않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