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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언어 쓰는 아이들 21만명 시대…학교는 무엇을 가르치나

충북은 이중언어, 서울은 한국어·진로, 경기는 언어적 강점에 주목
한국어 교육 넘어 학교 적응·진로·언어 강점까지 지원 범위 넓어져

 

더에듀 강유정 기자 | 지난 15일 충북 청주시 충북국제교육원. 무대에 오른 학생들이 한국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한 뒤 부모의 모국어로 같은 내용을 얘기했다.

 

충청북도교육청 국제교육원이 마련한 제15회 충북 이중언어말하기대회다. 올해 대회에는 교육지원청 추천을 받은 이주배경학생 26명이 참가했다. 초등학생 14명, 중학생 12명이다. 학생들은 자아·문화·경험·사람 가운데 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중학생은 한국어와 부모의 모국어로 질의응답도 했다.

 

충북교육청이 대회를 마련한 이유는 이주배경학생의 이중언어 학습을 장려하고 언어적 강점을 키우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자신의 정체성과 문화를 이해하고 다양한 언어를 활용할 수 있는 학교 환경을 만드는 것도 대회의 목적 가운데 하나다.

 

이날 대회가 보여준 것은 단순한 말하기 실력만은 아니다. 학교에서 이주배경학생을 지원하는 방식이 한국어 교육에서 학교 적응과 이중언어, 진로 지원 등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주배경학생 21만명…학교가 마주한 변화

이주배경학생은 이제 학교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학생 집단이 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 8월 발표한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초·중등학교 이주배경학생은 21만838명이다. 전년도 20만2,208명보다 8,630명 증가했다. 전체 학생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3%로 전년보다 0.3%포인트 높아졌다.

 

이주배경학생은 한국에서 태어나 성장한 학생, 외국에서 태어나 한국 학교에 들어온 학생도 있다. 부모의 언어를 사용하는 정도도 학생마다 다르다. 학교가 필요로 하는 지원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정부가 이주배경학생 지원을 학교 적응뿐 아니라 학업·진로·이중언어 역량 강화까지 묶어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런 변화와 맞닿아 있다. 2026년 외국인정책 시행계획에는 중도입국 자녀 등의 학교생활 적응 지원과 함께 학업·진로·이중언어 역량 강화 및 대학생 멘토링 지원이 포함됐다.

 

충북, ‘부모의 언어’로 말하는 학생들

충북의 사례는 이중언어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들은 한국어 발표 뒤 부모의 모국어로 자신의 생각과 경험, 꿈을 다시 표현했다. 중등부 학생들은 두 언어로 질문을 받고 답했다.

교육청은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자신의 언어적 강점을 지속적으로 계발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이중언어교육이 반드시 대회 형태로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 현장에서는 이중언어 강사를 활용한 수업이나 별도 프로그램 등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연구에서는 이중언어교육을 실제 학교 교육과정에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가 과제로 제시된다.

 

전북 지역 이중언어교육 정책을 분석한 연구는 학교에 이중언어 강사가 찾아가 부모 나라의 언어를 가르치는 방식의 장점을 소개하면서도 가정·지역사회와의 연계, 교사 전문성, 교과와 언어를 결합한 수업 모델 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어 지원에 진로·진학까지

서울에서는 이주배경학생 지원의 범위를 넓히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25년 4월 서울의 이주배경학생은 2만2,002명이다. 교육청은 2026년 ‘서울 이주배경학생 교육지원 및 다문화교육 종합계획’을 통해 제2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중부권에 마련되는 센터는 AI 동시통역 수업 지원, 다국어 상담, 진로체험 등을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맡는다. 공교육 진입 상담부터 학교 적응 프로그램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한국어교육도 별도로 강화하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다문화 특별학급이나 이중언어강사가 없는 학교 등을 대상으로 전문강사가 학교를 직접 찾아가는 ‘바로지원 한국어교실’과 퇴직교원 연계 찾아가는 한국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지원 사업에서 제외됐던 학생까지 한국어교육 지원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서울교육청은 이주배경학생을 대상으로 AI 동시통역을 활용한 진학 설명회와 학교 방문 진로·진학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청은 학생 수 증가뿐 아니라 학생 유형이 다양해지면서 진학 정보 접근과 진로 설계 과정에서 지원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경기, 한국어와 함께 ‘이중언어 강점’ 키운다

경기도에서는 한국어교육과 이중언어교육을 함께 추진하는 사례가 나왔다. 경기도교육청은 동두천에 경기 북부 거점형 글로벌인재교육센터를 마련하고 2026년부터 운영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입국 초기 다문화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집중교육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학생의 강점을 살리는 이중언어교육도 운영한다. 이밖에 지역 기반 글로벌 인재 양성, 국제교류, 교원 전문성 강화, 학부모 상담 등이 주요 사업에 포함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이를 통해 다문화학생의 공교육 적응을 지원하는 동시에 모든 학생의 글로벌 역량을 키우는 ‘통합적 성장 모델’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중언어가 ‘만능 해법’은 아니다

한국교육학연구에 게재된 2025년 연구는 이주배경 청소년의 학업성취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배경, 가정의 교육적 관여, 교사 지지, 또래 지지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해외 출생 학생의 경우 또래 지지가 학업성취에 미치는 영향이 나타났다.

 

교육 현장에서는 한국어 교육과 이중언어 지원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어 능력이 학교 적응을 좌우하는 유일한 요인은 아니며, 이중언어 능력 역시 학업 성취로 자동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학생마다 언어와 학습 환경이 다른 만큼 학교 역시 일률적인 지원보다 학생별 필요에 맞춘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육부가 제공하는 이주배경학생 지원 안내에서도 한국어 예비과정, 한국어학급, 찾아가는 한국어교육과 함께 이중언어 강점 개발, 진로교육, 심리·정서 지원을 별도의 지원 영역으로 제시하고 있다.

 

학교가 풀어야 할 다음 과제

충북의 말하기대회에서는 학생들이 부모의 언어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서울에서는 한국어교육을 받기 어려운 학생을 찾아가고, 진로·진학 정보 접근을 돕는 지원이 확대되고 있다. 경기도에서는 한국어교육과 이중언어교육을 한 공간에서 운영하는 거점이 만들어졌다.

 

세 지역의 지원 방식은 다르지만, 한국어교육만으로 이주배경학생 지원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을 보인다. 특히 이주배경학생의 중·고교 진입이 늘면서 교과학습과 진로·진학 지원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어교육뿐 아니라 부모의 언어를 활용할 기회, 또래·교사와의 관계 형성을 통한 학교 적응, 학부모 대상 교육정보 제공, 진로·진학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지원 등이 함께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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