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강유정 기자 | 유치원과 어린이집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유보통합 논의가 다시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마주하고 있다.
유아교육 현장단체들이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0~5세를 하나의 체계로 묶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다. 이들은 영아와 유아의 발달단계가 다른 만큼 교육·보육 체계 역시 구분해야 한다며 ‘발달단계별 전문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정부가 추진해 온 유보통합의 큰 방향과는 다른 그림이다. 교육부는 2024년 실행계획에서 0~5세 영유아를 대상으로 하루 12시간 이용을 보장하고, 교사 대 영유아 비율을 개선하는 한편 무상교육·보육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논쟁의 핵심은 단순히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이름이나 기관 형태를 합치는 데 있지 않다. 0~2세와 3~5세를 하나의 국가 책임체계 안에 두면서도 발달단계의 차이를 제도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가 문제다.
“영아와 유아는 같은 방식으로 볼 수 없다”
이번에 현장단체들이 내놓은 요구는 크게 다섯 가지다.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바꾸고 0~2세와 3~5세 기관을 구분할 것, 교육·보육에 필요한 비용을 국가가 책임질 것, 기본 교육시간을 4시간으로 설정하고 이후 돌봄을 체계화할 것 등이 골자다.
교원 자격체계도 현재의 전문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수교육 인력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고, 운영이 어려워진 민간기관을 공공이 매입하거나 임대하는 방식으로 공공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포함됐다.
결국 이들의 주장은 ‘통합하지 말자’기보다 통합의 틀 안에서 연령별 기능과 전문성을 분리하자는 데 가깝다.
정부의 유보통합도 ‘연령 차이’를 없애는 것과는 다르다
다만 현장단체의 주장과 정부 정책을 단순히 ‘통합 대 분리’로 나누기는 어렵다. 교육부가 2024년 개정한 표준보육과정은 0~1세, 2세, 3~5세로 연령별 교육과정을 구분하고 있다. 통합을 추진하면서도 영유아의 발달단계에 따른 교육과정 차이는 유지하는 구조다.
정부가 추진하는 유보통합의 초점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뉘어 있던 교육·보육 서비스를 국가 책임 아래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는 데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26년에도 유보통합 추진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열린 제6차 추진위원회에서는 ‘유보통합 실행 기반 강화 사업’ 등이 안건으로 다뤄졌다. 교육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유치원·어린이집 관련 단체와 교원, 학부모,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구조다.
‘하루 12시간’과 ‘기본 4시간’…시간 설계도 쟁점
이번 논쟁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교육과 돌봄의 시간 구조다. 교육부의 2024년 실행계획은 0~5세 희망 영유아의 하루 12시간 이용을 보장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반면 현장단체들은 기본 교육시간을 4시간으로 설정한 뒤 나머지 시간을 돌봄으로 체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같은 ‘이용시간’을 두고도 접근 방식이 다른 셈이다. 유보통합 이후 아이가 기관에서 보내는 시간을 어떻게 구성할지, 교육과 돌봄의 경계를 어디에 둘지, 각각의 업무를 누가 담당할지는 교원 역할과 인력 배치, 재정 문제까지 연결된다.
‘유아학교’ 논의도 다시 등장
기관 명칭 역시 오래된 쟁점이다. 교육부는 2024년 ‘영유아 교육·보육 통합기관 명칭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공청회를 열었다. 당시에도 통합기관의 명칭과 정체성을 둘러싼 논의가 이어졌다.
이번 현장단체들은 유치원을 ‘유아학교’로 명칭 변경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다만 명칭 변경만으로 유보통합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기관의 역할과 교원 자격, 교육과정, 재정체계가 함께 정리돼야 실제 제도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유보통합의 다음 질문은 ‘누구를 하나로 묶을 것인가’다
유보통합 논의는 이제 기관을 하나로 묶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갈 필요가 있다. 0~2세 영아에게 필요한 돌봄은 무엇인지, 3~5세 유아에게 필요한 교육은 무엇인지, 교육과 돌봄의 시간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가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한다. 교원과 돌봄인력의 역할, 재정 부담, 민간기관의 공공성 확보 역시 함께 풀어야 할 과제다.
정부는 2026년에도 추진위원회를 통해 유보통합 실행 기반을 논의하고 있다. 현장단체들은 이 과정에서 발달단계별 차이와 교원의 전문성을 제도에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결국 앞으로의 유보통합 논쟁에서 중요한 것은 ‘통합이냐 분리냐’라는 구호보다 하나의 국가체계 안에서 영아와 유아의 차이를 어디까지 인정하고, 교육과 돌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설계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