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Q’는 이미 나온 뉴스를 다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교육현상의 이면에서 다른 매체가 놓친 본질적인 질문을 발견하고, 팩트와 제도, 현장의 맥락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갑니다. 하나의 질문에서 출발해 우리 교육이 정말 묻고 답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독자와 함께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더에듀 여원동 기자 |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심의위) 심의가 끝났다. 피해학생(피해자) 보호조치와 가해학생(가해자) 조치도 결정됐다. 어른들의 절차는 한 고비를 넘긴 셈이다. 그런데 아이는 여전히 교실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마주칠지 모른다는 두려움,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쏠릴 시선, 밀린 수업과 시험에 대한 걱정. 피해자에게 학교로 돌아간다는 건 단순히 결석을 끝내는 일이 아닐 수 있다. 실제 발생한 학교폭력(학폭) 사건을 토대로 실상을 짚어봤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언제, 어떻게 다시 학교에 갈 수 있습니까.”
학폭 사건의 끝엔 이런 질문이 남는다. 학폭 심의가 끝난 뒤에도 피해자의 학교생활이 회복되지 못한다면, 누가 무엇을 해야 할까.
심의 끝났다고 보호까지 끝난 건 아냐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이 사건을 인지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체없이 분리하도록 한다. 피해자가 긴급보호를 요청하면 상담·일시보호·치료 등 필요한 조치도 할 수 있다.
심의 이후엔 교육장이 보호자 동의를 받아 요청된 피해자 보호조치를 7일 이내에 해야 한다. 가해자 조치는 별도 절차에 따라 14일 이내에 이행해야 한다.
그러나 조치를 결정하는 일과 그 조치가 아이의 일상을 바꾸는 일은 다르다. 접촉금지 조치가 실제 학교생활에서 작동하는지, 학급교체가 결정됐다면 언제 이행되는지, 이미 내려진 조치만으로 아이가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심의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피해자의 어려움까지 끝난 것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왜 피해학생이 교실을 떠나야 하느냐는 질문
피해자가 원래 교실로 돌아가기 어려울 때 학급교체가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다. 현행법은 피해학생 위한 보호조치와 가해학생에게 내리는 조치로 각각 학급교체를 규정한다. 명칭은 같지만 법적 성격과 절차는 다르다.
피해자가 교실을 옮겨 안전을 확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이가 원래 교실에 남고 싶어 한다면, 익숙한 친구들과 공간을 떠나는 게 적절한 해결인지, 다른 방법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렇다고 담임이 임의로 가해자의 학급교체나 전학을 결정할 수는 없다. 학교장의 긴급조치와 심의 이후 교육장의 조치는 법률상 요건과 절차에 따라 이뤄진다.
중요한 건 피해자에게 이동을 요구하는 게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는 이유로 유일한 대안처럼 제시하지 않는 일이다.
출석은 인정됐는데, 놓친 수업은 누가 챙기나
학교에 나오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지면 피해자에겐 또 다른 걱정이 쌓인다. 수업 진도를 따라갈 수 있을지, 수행평가와 시험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불안이다.
학교폭력예방법은 학교장이 인정하는 경우 보호조치에 필요한 결석을 출석일수에 포함할 수 있도록 한다. 보호조치로 성적평가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그러나 출석을 인정받았다고 놓친 수업이 저절로 채워지지는 않는다. 학교는 출결 처리와 함께 수업자료 제공, 학습 지원, 평가 참여 방법을 살펴야 한다.
구체적인 방식은 학생의 상태와 학교의 학사운영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출결 처리만으로 필요한 지원을 모두 마쳤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 피해자에게 필요한 건 결석 기록의 정리를 넘어 배움이 끊기지 않도록 연결해 주는 일이다.
담임 혼자 감당할 일이 아니다
피해자의 어려움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담임에게 먼저 전달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조치 결정과 가해자 조치의 이행까지 담임 개인이 책임질 수는 없다.
학교장은 학교 안에서 필요한 보호와 학사 지원을 챙겨야 한다. 심의위가 요청한 법정 조치는 교육장이 정해진 절차에 따라 이행해야 한다.
피해자와 보호자에게는 어떤 조치가 결정됐고 어디까지 이행됐는지, 추가 보호가 필요하면 누구에게 요청해야 하는지 분명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
가해자에 대한 법정조치나 징계가 지연되거나 이행되지 않았다면 피해자 또는 보호자가 교육감에게 신고할 수 있다. 다만 이 절차는 가해자 조치·징계의 지연 또는 미이행에 관한 규정으로, 모든 보호 요청에 적용되는 건 아니다.
이미 결정된 조치가 이행됐는데도 아이가 학교에 돌아가지 못한다면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추가 보호와 학습 지원의 필요성을 다시 살펴야 한다.
아이가 돌아올 자리를 만드는 일
학폭 심의는 필요한 절차다. 그러나 피해학생에게 회복은 결정문을 받는 순간 시작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학교에 가도 안전하다는 믿음, 수업을 다시 따라갈 수 있다는 안도감, 자신의 어려움을 얘기했을 때 누군가 실제로 움직여 준다는 경험이 쌓여야 비로소 교실로 돌아갈 용기를 낼 수 있다.
심의가 끝난 뒤에도 아이가 학교에 가지 못한다면, 이제 물어야 할 것은 서류상 절차가 모두 끝났는지만이 아니다. 그 아이가 다시 앉을 자리를 학교와 교육지원청이 함께 만들고 있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