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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 이슈] 사람이 죽어야 바뀌나…유치원 교사 ‘아플 권리’, 법 고치면 끝?

2023년 이미 대체교사 부족·기관 방침·원장 눈치 확인
사망 뒤 ‘전국대책’ 나왔지만 7개 시도 대체교사 ‘0명’

 

더에듀 여원동 기자 | 문제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2023년 육아정책연구소 조사에서 유치원 교사들이 필요한 때 연·월차를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대체교사 구인의 어려움’(29.9%)이었다. ‘기관 방침’도 28.9%에 달했고 ‘원장 눈치’와 ‘동료 교사의 업무부담 고려’도 각각 11.3%였다.

 

그런데 전국적인 제도 개선이 본격화된 건 올 2월 경기 부천의 한 사립유치원 교사가 독감 확진 뒤에도 사흘간 출근하고 병세가 악화해 숨진 뒤였다. 교육부가 대책을 내놨고 국회에서는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법에 ‘순회교사’를 넣으면 아픈 유치원 교사가 정말 쉴 수 있느냐다.

 

문제, 오래전 인지…대책은 지역마다 달랐다

사망 전에도 대책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서울·충남 등 일부 교육청은 사립유치원 교사가 병가 등을 사용할 때 대체인력을 지원했고, 일부 지역에선 교육지원청 단위 순회 기간제교사도 운영했다.

 

문제는 전국 어디에서나 작동하는 제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부천 사건 이후 교육부가 전국을 점검한 결과 사립유치원 병가 대체인력을 조건 없이 지원하는 교육청은 6곳, 조건부 지원 6곳, 아예 지원하지 않는 곳은 5곳이었다.

 

대체인력풀을 운영하는 교육청도 9곳에 그쳤다. 규모는 4명에서 621명까지 차이가 났고 정기적으로 인력을 모집하는 곳은 3곳뿐이었다.

 

원장과 교사의 복무를 관리하는 체계도 달랐다. 사립유치원 교원 인사 연수를 실시하지 않는 교육청이 5곳이었고, 정기적인 복무 지도·점검과 복무 상담·신고센터를 운영하는 교육청은 각각 6곳이었다. 같은 유치원 교사라도 어느 지역, 어느 유치원에서 일하느냐에 따라 아플 때 쉴 수 있는 조건부터 달랐던 셈이다.

 

교사 사망 뒤 전국대책…법제화 추진

정부 정책이 크게 움직인 건 사건 이후다. 교육부는 지난 6월 ‘유치원 교사 대체인력 지원 개선 방안’을 발표하면서 부천 교사 사망 이후 시도교육청과 대체인력 지원 현황을 점검해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대책에는 교육행정기관에 순회교사를 둘 수 있도록 유아교육법을 개정하고 거점기관에 수업지원 강사를 배치하는 방안이 담겼다. 병가뿐 아니라 공가·특별휴가·연수·출장 등으로 지원범위를 넓히고 교육청별 인력풀 구축, 복무 지도·점검과 고충 신고체계 강화도 추진하기로 했다.

 

국회에서도 입법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위원회 김준혁 의원이 지난 22일 대표발의한 유아교육법 개정안은 시·도 교육행정기관에 순회교사를 두고 교사 공백이 발생한 유치원의 교육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만드는 내용이다.

 

현장의 필요성은 분명하다. 과거 일부 지역이 운영하던 순회 기간제교사 사업은 명확한 상위법 근거가 없다는 유권해석으로 지난해부터 중단됐다는 설명도 나온다.

 

 

법은 고치는데 7개 시도엔 대신 갈 교사 ‘0명’

그러나 법적 근거와 실제 교실에 투입할 사람은 다른 문제다. 김 의원이 교육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국 시도교육청이 확보한 유치원 대체교사는 190명에 불과했다. 대구·경기·강원·충북·전북·경남·제주 등 7개 시도는 단 한 명도 확보하지 못했다. 확보된 190명 역시 모두 강사나 기간제교사였다.

 

교육부가 6월 전국 대책을 발표하고 순회교사 법제화를 추진했지만, 정작 교사가 아픈 날 대신 교실에 들어갈 사람 자체가 없는 지역이 남아 있는 것이다. 법에 ‘순회교사를 둘 수 있다’고 쓰는 것과 아픈 교사 대신 다음 날 교실에 들어갈 사람이 실제 존재하는 건 다른 문제다.

 

사람만 구하면 끝?…‘기관 방침·원장 눈치’ 남아

대체교사를 충분히 확보한다고 문제가 모두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2023년 조사에서 휴가 사용을 어렵게 한 ‘기관 방침’은 28.9%로 대체교사 구인난 29.9%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원장 눈치와 동료 업무부담도 각각 11.3%였다.

 

실제 국회에 제출된 다른 유아교육법 개정안에는 대체인력 지원을 넘어 정당한 사유 없이 병가 등의 사용을 제한하지 못하도록 하고 실태점검과 시정명령까지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 역시 6월 대책에서 대체인력뿐 아니라 사립유치원 인사·복무 관리와 지도·점검을 함께 손보기로 했다.

 

결국 유치원 교사의 ‘아플 때 쉴 권리’를 보장하려면 법적 근거와 예산, 실제 대체인력, 신속한 파견체계에 더해 교사가 눈치를 보지 않고 병가를 사용할 수 있는 조직문화와 감독체계까지 작동해야 한다.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일부 지역은 대체인력도 운영했다. 그러나 전국 어디에서 일하든 아프면 쉴 수 있는 체계를 만들지는 못했고, 한 교사가 숨진 뒤에야 전국 실태점검과 종합대책, 법 개정이 본격화됐다.

 

이제 법은 움직이고 있다. 다음에 확인해야 할 것은 법 조문이 아니라, 아픈 유치원 교사가 내일 실제로 “쉬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됐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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