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나 사회지도층의 언어를 접하다 보면 아쉬움을 느낄 때가 많다. 배려와 존중, 대화와 타협보다는 자기주장과 편 가르기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서로에게 던지는 건강한 ‘질문’은 사라지고 내 편의 ‘정답’만 강요하는 문화 때문에 화합은 없고 갈등만 늘어 많은 사람이 화만 내고 있다. 필자는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 좋은 교육의 출발점에는 언제나 ‘질문’이 있다는 것을 보아왔다. 학생이 질문한다는 것은 단순히 모르는 것을 묻는 행위가 아니다. 알고 싶다는 갈망이자 의심의 시작이며, 스스로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좋은 학교는 정답을 원하는 곳이 아니라 좋은 질문이 자라도록 돕는 곳이어야 한다. 우리 교육과 사회는 질문에 얼마나 허용적일까.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폐막 기자회견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한국 기자들에게 여러 차례 질문 기회를 주었다. 하지만 질문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중국 기자에게 발언권이 넘어갔다. 이 장면은 우리 사회의 ‘질문하지 않는 문화’를 돌아보게 했다. 우리는 오랫동안 정해진 답을 빨리 찾아내는 학생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다. 틀린 질문을 하면 창피당할까 봐 입을 닫았던 아이들이
김혜영 대구봉무초등학교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10월 도서는 ‘피노키오에게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해’입니다. 읽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힘. “선생님, 인터넷에 나온 이야기는 다 진짜예요?”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이제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것을 넘어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고 그 이면을 살피는 힘이 필요합니다. 『피노키오에게도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해』는 익숙한 동화 속 주인공들을 통해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는 방법을 알려 줍니다. 합성 사진 때문에 곤란해진 백설공주, 가짜 뉴스로 위험에 빠질 뻔한 심청이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아이들은 정보의 진위를 가리고 타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읽는 것에서 질문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에서 스스로 판단하는 것으로. 이 책은 아이들이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기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자신만의 생각을 키워 가도록 돕습니다. 피노키오와 함께 생각의 폭을 넓히는 독서를 시작해 보면 어떨까요? 임지은 경기 호원중학교 사서교사가 추천하는 10월 도서는 ‘나는 왜 쇼츠를 멈추지 못할까’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종이책을 읽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마트폰으로 숏폼을 시청합니다.
[더에듀] 지난 21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로 개척 작전 중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작전 병력 18명이 현장에 투입됐고, 중상자 2명과 경상자 1명이 발생했다. 이후 군과 유엔군사령부의 합동조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을 거쳐, 지난 10월 5일 군은 당시 폭발이 북한군 수지반보병지뢰에 의한 것으로 최종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사고 이후 전해진 부상 장병들의 말 가운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의 위문 당시 부상 장병들은 “작전팀이 한 몸이 되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며 전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위기의 순간 서로를 의지하고 함께 움직였다는 이야기다. 이 장면을 보며 교육현장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오늘날 교실은 전쟁터가 아니다. 하지만 교사는 끊임없이 판단하고, 갈등을 조정하고, 학생의 성장을 책임져야 한다. 때로는 교육적 판단 하나가 민원과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그렇다면 묻고 싶다. 교사가 위기의 순간 교육적 판단을 내릴 때, 그 교사의 뒤에는 누가 서 있는가. 교사에게 필요한 것은 ‘용기’만이 아니다학교 현장에서 교사에게 흔히 요구하는 것은 책임감과 헌신, 그리고 리더십이
[더에듀] 세계인들의 ‘K’에 대한 기대감과 선호가 심상치 않다. K팝에서 시작된 열풍이 뷰티와 음식으로 번지며, 세계는 이제 ‘K’라는 글자에서 세련됨과 품격을 읽는다. 그런데 이것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 일본어에 ‘하찮다’는 뜻의 ‘구다라나이(くだらない)’라는 말이 있다. ‘백제’(구다라)의 물건이 아니면 볼품없다는 데서 왔다는 속설이 있다. 어원의 진위와 별개로, 이 이야기가 오래 힘을 얻은 것은 백제의 기술과 예술이 아스카 문화를 꽃피운 ‘고대의 한류’였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의 K-컬처는 우연한 유행이 아니라, 우리 안에 오래 흐르던 품격의 DNA가 다시 드러난 것이다. 그런데 어디에 붙여도 자연스러운 ‘K’를 우리는 아직 교육 앞에 자신 있게 붙이지 못한다. 오히려 우리 교육하면 함께 따라다니는 단어는 ‘문제’, ‘개혁’, ‘혁신’, ‘변화’ 등이다. 우리 교육을 문제투성이로 보고 개혁의 대상으로만 여기는 것이다. 나는 생각이 다르다. K-EDU의 시대는 반드시 온다고 믿는다. 이 칼럼에서 그 가능성과 길을 독자와 함께 찾아보려 한다. 그 첫 번째 근거는 교사다. 우리나라 교사들의 학력과 자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제는 이처럼 우수한 인재들
국회의원은 정치인이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밝히고, 다른 정치세력과 논쟁하고 때론 싸우는 게 이상할 것도 없다. 그런데 교육위원이라면 조금 달라야 하지 않을까. 교육을 다루는 정치인이라면 적어도 학교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릴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교사와 학생의 교육활동이 정치의 잣대로 재단되기 시작하면 뭘 잃게 되는지 정도는 생각해야 한다. 최근 영화 ‘암살자(들)’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지워지지 않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이 전국 시도교육청에 이 영화의 학교 주관 단체관람 현황을 요구했다. 교육청은 다시 일선 학교에 공문을 보냈다. 일부 교육청은 관람한 학교가 없어도 ‘해당 없음’으로 제출하도록 했다. 결국 학교들은 국회에서 논란이 된 영화 한 편을 봤는지, 안 봤는지를 확인해 보고해야 했다. 왜 그걸 알아야 했을까. 학교가 학생들에게 부적절한 영화를 강제로 보게 했다는 구체적인 문제가 확인됐나, 영화를 통해 특정 정치적 견해를 주입했다는 정황이 드러났나. 아니면 교육과정을 현저히 벗어난 활동이라는 판단이라도 있었나. 그런 문제가 있다면 당연히 따져야 한다. 그런데 그런 문제부터 확인한 게 아니라 어느 학교가 영화를 봤
더에듀 | 고1 겨울, 선택과목 신청서를 앞에 두고 며칠째 잠을 설치는 아이가 있다. 이 과목 하나로 대학이 갈릴 것 같다. 동아리 하나를 못 골라 신청 기간을 넘기는 아이도 있다. 잘못 고르면 1년을 버릴 것 같아서다. 학원을 옮길지 석 달째 고민하는 부모도 있다. 그사이 아이는 맞지 않는 수업에 계속 앉아 있다. 반대로 설명회 한 번 듣고 수천만 원이 드는 유학을 정하는 집도 있다. 넷 다 선택이다. 그런데 무게는 다르다. 문제는 우리가 그 차이를 잘 구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되돌릴 수 있는지보다 지금 얼마나 불안한지로 선택의 무게를 잰다. 그러다 고민이 엉뚱한 곳에 쓰인다. 가벼운 선택에 몇 달을 쓰고, 무거운 선택은 하루 만에 넘기기도 한다. 선택에는 두 종류가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는 2015년 주주 서한에서 결정을 두 가지로 나눴다. 되돌릴 수 없거나 거의 되돌릴 수 없는 결정은 ‘한 방향 문’이다. 이런 결정은 천천히, 신중하게, 여럿과 의논해서 내려야 한다고 했다. 대부분의 결정은 그렇지 않다고도 했다. 바꿀 수 있고 되돌릴 수 있는 ‘양방향 문’이라는 것이다. 양방향 문에 한 방향 문의 무게를 들이대면 일이 느려진다. 실험도 줄어
“엄마가 미안해. 그런데…” 명절이면 사촌들이 한자리에 모여 어울리면서 부모들이 난감해지는 일이 생기곤 한다. 명진이 엄마도 아이의 욕심 때문에 걱정이라고 했다. 명진이는 사촌들과 장난감을 펼쳐놓고 놀고 있었다. 블록을 쌓으며 놀고 있는데 사촌 동생이 그 블록을 너무 갖고 싶어 했다. 마침 똑같은 블록이 하나 더 있어 엄마는 별생각 없이 그 블록을 동생에게 내밀었다. “형은 있으니까, 너한테 줄게.” 그 순간 명진이가 화를 벌컥 냈다. “내가 그거 갖고 놀라고 했단 말이야!” 평소에는 별로 관심도 보이지 않던 블록이었다. 그런데 동생에게 준다고 하니 갑자기 욕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여 엄마는 민망한 마음이 들었다. 잠시 뒤 엄마는 명진이를 조용히 불러 욕심을 부리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려 했다. 그런데 명진이는 오히려 더 씩씩거리며 말했다. “장난감 내 거잖아. 왜 내 허락도 없이 엄마 마음대로 주는데?” 듣고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아무리 부모라도 아이의 물건을 허락 없이 다른 사람에게 줄 수는 없다. 엄마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 “명진아, 엄마가 네 허락 없이 블록을 준 건 잘못한 것 같아. 미안해.” 엄마의 진심 어린 사과에 명진이의 마음도 조금 풀
더에듀 | 가장 치명적인 교육의 병폐는 무엇일까.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그 핵심에는 서열화된 대학 입시 체제와 이를 뒷받침하는 학벌·기득권의 세습 구조가 자리하고 있다. 역대 정부는 입시 부담을 줄이고 사교육을 완화하기 위해 수많은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입시 경쟁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고, 사교육비 부담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는 개별적인 입시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교육 경쟁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대학 서열 구조부터 돌아봐야 한다 진보적 교육행정이 지향해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공고한 대학 서열 구조를 어떻게 완화할 것인가에 있다. 대학의 서열이 취업과 사회적 지위, 소득과 연결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학생과 학부모는 더 높은 서열의 대학을 향한 경쟁에서 쉽게 벗어나기 어렵다. 입시 전형을 바꾸거나 시험 방식을 조정하더라도 경쟁의 기준만 달라질 뿐, 경쟁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교육개혁의 시야를 입시제도 안에만 가둬서는 안 된다. 대학 체제와 노동시장, 학벌에 따른 사회적 보상 구조까지 함께 바라보는 보다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프랑스 사례가 던지는 질문 프랑스는 1968년 이후 대학 체제를 재편하
취재를 마치고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기간제교사의 ‘반복 마약검사’ 문제다. 마약류 중독자를 교단에 세워서는 안 된다는 데 이견은 없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취지도 백번 이해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정규교사는 임용 때 검사를 받는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는 계약이 끝나 다시 임용될 때마다 결격사유 확인 절차를 반복한다. 올해부터 검사 결과 유효기간마저 4개월로 짧아지면서 부담은 더 커졌다. 국가인권위원회도 문제를 짚었다. 같은 학교에서 계속 근무하는 계약제교원에게 계약을 연장할 때마다 마약류 검사 결과를 요구하는 건 고용형태만을 이유로 기준을 달리 적용하는 ‘차별’이라고 판단했다. 교육부도 몰랐던 게 아니다. 반복검사 부담을 줄이려고 시행령 개정을 검토했다. 그러나 법제처 검토 과정에서 상위법인 교육공무원법에 막혔다. 교육부 설명대로라면 이제 국회가 법을 고쳐야 풀리는 문제다. 그래서 국회 교육위원들에게 물었다. 그러나 시원한 답은 듣지 못했다. 기간제교사들은 이미 지난해 국회 교육위원장실까지 찾아갔다. 법을 고쳐달라고 했다. 당시 위원장실에서도 교육부에 확인하고 교육위 간사실에 문제 해결 필요성을 전달했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가 17일 ‘학교시민교육 기본원칙’을 확정했다. 독일의 ’보이텔스바흐 합의(Beutelsbacher Konsens)’를 참고했다기에 무엇을 받아들였고, 한국 학교 현실을 반영해 어떤 걸 다르게 설계했는지 물으려 담당 공무원에게 연락했다. ‘보도자료’에는 팀장과 담당자명, 전화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 그런데 이 담당자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무원은 통화에서 대뜸 “기사를 쓰려는 건지, 단순 궁금증인지”를 되물었다. 그는 “기자가 연락하는 게 기사를 위한 취재 목적 말고 다른 게 뭐가 있겠냐”고 반문하자 한참 뜸을 들이더니 “기자 대응은 원칙적으로 과장(팀장)이 한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과장이 회의 중이니 나중에 다시 연락하라”는 황당한 반응을 드러냈다. 정책을 직접 담당하는 사무관이 보도자료 문의처에 자신의 이름과 전화번호까지 공개해 놓고, 정작 정책을 물으니 팀장에게 물어보란다. 기자가 “그러면 왜 보도자료에 이름을 올렸냐”고 물었더니, 이번엔 “저도 잘 모르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다른 목소리가 나가면 곤란하다”는 설명을 덧붙었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얼마 전 교육부 취재 과정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