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교육은 무엇을 바꾸고 무엇을 지켜야 할까. 기술 활용에 앞서 교육의 본질부터 다시 물을 필요가 있다. 총 6회에 걸쳐 교육학과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AI 시대 교육 담론을 성찰하고, 교육이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더에듀 | AI라는 거대한 축적 앞에서 AI는 지식을 없애지 않았다. 지식에 접근하는 방식을 바꾸었다. 같은 AI를 사용해도 결과가 다른 이유는 인간에게 이미 축적된 지식과 전문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AI에 무엇을 맡길 것인가만 배우는 일이 아니다. 스스로 배우고 판단할 힘을 기르는 일이다. 인간다움 역시 AI가 하지 못하는 기능의 잔여물로 정의될 수 없다. 질문도 답보다 우월한 새로운 교육가치가 아니라 지식과 탐구, 검증과 함께 작동하는 인간 학습의 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 질문이 남는다. AI 시대 교육은 인간에게 무엇을 축적해야 하는가. 생각해 보면 생성형 AI 자체가 거대한 축적의 결과다. 인간이 오랫동안 만들어 온 언어와 지식, 과학과 문화, 기록과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기에 오늘의 AI도 가능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인류가 만든 가장 강력한 축적의 기술이 등장한 순간, 인간에게는
더에듀 | “부모 말을 너무 안 듣는 자녀 때문에 속상하신가요?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한 번도 속 썩이지 않는 자녀 덕분에 행복하신가요?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사춘기 자녀와의 관계로 고민하는 부모에게 전한 말이었다. 사춘기 아이가 부모 말을 안 듣기 시작하면 부모는 걱정이 앞서고,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하다. 그런 자녀의 변화가 불안하다면 한 사례를 먼저 살펴보자. 28세 딸을 둔 엄마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부모 말을 거스른 적 없는 딸과 사이좋은 관계를 자랑했다. 성실한 딸은 직장에서도 동료들과 잘 어울렸으나 입사 동기가 먼저 승진하게 되자 힘들어했다. 그런 딸을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필자를 찾아온 경우다. 엄마 말을 거스른 적이 거의 없다는 것은 스스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경험이 많은 어른의 말을 따르면서 지금까지 별다른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직장이란 곳은 자신의 판단과 결정, 그리고 그에 따른 책임감이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성실함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부분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해결책을 찾고 결정해야 하는데, 그런 경험이 부족했다면 어떨까? 순종적인
교육정책은 확정되기 전부터 움직인다. 문제는 ‘논의’가 어느 순간 ‘정책’이 되고, ‘추진’이 ‘확정’처럼 전달된다는 데 있다. 이번 주 교육계가 그랬다. 수능 서·논술형 도입 논의가 이어졌고, 초등 저학년의 이른바 ‘3시 하교’가 다시 등장했다. 당정은 지방국립대 신입생 등록금 전액 지원을 내년도 예산안에 반영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세 사안의 진행 단계는 모두 다르다. 수능 서·논술형은 아직 확정된 제도가 아니다. 국가교육위원회는 미래 대입제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3시 하교’ 역시 정책포럼을 앞둔 논의 단계다. [더에듀]가 국교위에 직접 확인했을 때도 답은 분명했다. “확정된 건 전혀 없다.” 그런데 정책은 한번 제목이 붙으면 생명력을 얻는다. ‘논의’는 ‘검토’가 되고, ‘검토’는 ‘추진’으로 읽힌다. 몇 단계를 건너뛰면 어느새 시행을 앞둔 정책이 된다. 교육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책의 가능성을 먼저 꺼냈다면 현재 어디까지 왔는지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 무엇을 검토하는지뿐 아니라 무엇이 결정되지 않았는지를 설명해야 한다. 정책의 속도만큼 설명의 속도도 빨라야 한다. 언론의 책임은 더 크다. 새로운 정책의 가능성은 좋은 뉴스가 된다
「‘독서 국가 선포식’으로 독서 진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학교 독서교육의 핵심인 사서교사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에듀>는 사서교사들의 생생한 교육 실천 사례를 공유해 현장의 독서교육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문화를 확산하고자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소속 사서교사들의 수업 이야기를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더에듀 | 책을 읽는 행위는 흔히 지식을 쌓거나 정보를 얻는 과정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독서의 진짜 가치는 문자를 받아들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읽은 내용을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생각의 결을 바꾸는 데 있다. 학교 현장에서 15년간 아이들과 책을 매개로 만나온 사서교사로서, 독서가 개인의 삶과 깊이 연결되는 순간을 함께하는 것은 언제나 특별한 경험이다. 올해로 13기를 맞이하는 ‘집중 독서 에세이 쓰기’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단순히 정해진 책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하거나 감상평을 남기는 활동이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목적은 책 읽기를 통해 스스로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내고, 나아가 일상의 행동과 삶의 태도를 바꿔나가는 독서의 실천적 과정을 글로 기록하는 데 있다. 왜 ‘에세이’인
2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내국세 연동 방식을 폐지하는 구체적인 개편안이 발표됐다. 54년을 이어온 제도를 뜯어고친다니 교육계가 발끈할 만하다. 학부모와 시민단체가 “교육재정을 지키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교육은 숫자가 아니고, 재정의 안정성은 교육의 질을 떠받치는 중요한 토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논쟁을 ‘교육재정 사수’와 ‘재정권 빼앗기’의 프레임에만 가둬도 되는 걸까.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자동 배분하는 구조다. 이 제도는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학생이 늘고 학교를 짓고 교원을 확충해야 했던 시대에는 특히 그랬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학령인구는 급감하고 있다. 학교는 남는데 학생이 사라지는 지역이 늘고 있다. 동시에 교육의 모습은 오히려 복잡해졌다. AI와 디지털 전환, 기초학력, 특수교육, 다문화교육, 지역소멸, 대학 경쟁력, 평생교육, 영유아 교육, 국가 인재 유출까지 교육의 경계는 이미 학교 담장을 넘어섰다. 그런데도 1970년대의 학생을 위해 만들어진 ‘재정 공식’을 2026년에도 그대로 붙들고 있는 게 과연 ‘교육을 지키는 일’일까. 더구나 정부가 내놓은
더에듀 | 고교 내신은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능에는 서·논술형 문항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보자. 학생들은 지금보다 학교수업에 더 집중하게 될까.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 질문하고 토론하며 깊이 있게 배우게 될까. 국가교육위원회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에서는 수능 서·논술형 도입과 내신·수능 평가체제 개편 등 대입과 관련한 다양한 의제와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아직 확정된 제도는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 물어야 한다. 이 제도들이 실제로 시행된다면 학생과 학부모는 어떻게 행동하고, 고등학교의 교육과정과 수업은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 수업혁신이 아니라 대학입학제도의 문제다 여기서 논의의 좌표부터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를 다루는 기구의 이름은 ‘대학입학제도 특별위원회’다. 따라서 핵심은 서·논술형 평가가 학교수업을 얼마나 잘 바꾸는가가 아니라, 그것을 대학입학의 선발도구로 사용할 때 어떤 효과와 문제가 발생하는가에 있어야 한다. 대입특위가 답해야 할 것도 분명하다. 서·논술형 평가가 대학입학 선발도구로서 타당한가, 공정하고 신뢰롭게 운영될 수 있는가, 필요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제도가 학생의 행동과 학교교육의 운영을 어떻게 바꾸는
더에듀 | 최근 국가교육위원회의 대학입학제도 개혁 논의에서는 AI 시대의 변화와 미래역량을 이유로 평가방식의 전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서·논술형 평가 확대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논의된다. AI 시대 교육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사고력, 비판적 사고, 판단이다. 생성형 AI가 몇 초 만에 그럴듯한 답을 만들어내는 시대이니,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답을 하나 더 만들어내는 능력만이 아니라 무엇이 사실인지, 어떤 근거가 타당한지, 무엇을 믿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를 판단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상한 질문 하나가 생긴다. AI 시대에는 판단이 중요하다면서, 왜 여러 답 가운데 가장 타당한 답을 비교하고 판단해 고르게 하는 객관식 평가는 낡은 평가라고 하는가. 판단이 미래역량이라면 판단을 요구하는 평가도 미래형일 수 있어야 하지 않는가. ‘고른다’는 것은 정말 사고하지 않는다는 뜻인가 AI가 같은 질문에 다섯 개의 답을 내놓았다고 해보자. 하나는 사실관계는 맞지만 중요한 조건을 빠뜨렸다. 하나는 표현은 그럴듯하지만 인과관계가 틀렸다. 하나는 일부 자료만 선택해 결론을 왜곡했다. 하나는 근거는 많지만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그리고
대진(對陣)의 위기, 퇴근길 사직 의사가 건넨 구원 인생의 행로는 때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안개 속과 같다. 1999년, 필자는 종합병원의 치명적인 오진으로 사선(死線)을 넘나드는 아찔한 순간을 마주했다. 교육부 전문직 시험을 앞두고 찾아온 극심한 복통에 급히 병원을 찾았으나, 의료진의 진단은 ‘요로결석’이었다. 몸이 찢어질 듯한 통증 속에서 직관적으로 오진을 확신했고, 의료진과 거친 설전을 벌여야 했다. 문제는 병원 측이 오진에 기반해 무리하게 쇄석술을 시도하면서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충격으로 맹장이 일부 손상되는 치명적인 의료 과실까지 겹쳤다. 절체절명의 순간, 기적은 찾아왔다. 마침 사직서를 제출하고 퇴근길에 올랐던 한 의사가 필자의 거친 항의 소리를 듣고 발걸음을 멈춘 것이다. 그는 환자의 고통에 귀 기울였고, 증상을 면밀히 살핀 뒤 담당 의사에게 재검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의 혜안 덕분에 실시한 재검사에서 결국 ‘성 맹장염’이 밝혀졌다. 그 사직 의사는 밤 10시가 넘은 시각에 직접 수술을 마친 후에야 비로소 병원을 떠났다. 만약 그날 밤 사직한 의사를 만나지 못하고 이튿날까지 결석 치료를 지속했다면, 맹장 파열로 인한 복막염으로 목숨을 잃
[인공지능과 입시 경쟁이 맞물린 시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 어느 때보다 큰 고민과 불안을 마주하고 있다. <더에듀>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익숙한 기준을 넘어, 아이가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키울 것인지 살펴본다.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부터 성적과 적성 사이의 간극, 문해력과 진로 관계, 오래가는 능력과 직업 선택의 현실까지 진로를 둘러싼 고민을 짚어본다. /편집자 주] 옷 가게에서 마음에 쏙 드는 옷은 좀처럼 없다. 그런데 아닌 옷은 걸쳐 보는 순간 안다. 점심때 뭘 먹고 싶으냐고 물으면 "아무거나"라고 답하던 사람도 국밥집 앞에서는 바로 말한다. "국물은 좀…." 직장인도 그렇다. 무슨 일을 하고 싶으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그런데 지금 이 일의 어느 대목이 견디기 힘든지는 술술 말한다. 아이도 다르지 않다. 장래 희망을 물으면 조용해지지만, 어느 수업이 지겨웠는지는 곧바로 답한다. 네 장면 모두 같다. 좋음은 말로 꺼내기 어려운데 싫음은 바로 나온다. 좋아하는 마음은 대개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져야 생긴다. 반면 싫다는 느낌은 하나만 어긋나도 올라오곤 한다
“선생님, 지구가 조울증에 걸렸나요?” 몇 해 전 고교생과의 대화에서 한 학생이 던진 이 한마디는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이상기후의 본질을 너무나 직관적이고 정곡을 찌르게 표현해 주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뭄으로 땅이 바짝 갈라져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었는데, 불과 며칠 사이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것처럼 집중호우와 폭우가 쏟아져 도시가 잠겨버렸다. 중간이라곤 없는 이 극단적인 ‘날씨 널뛰기’는 단연 지구온난화가 초래한 가장 지독한 후유증이라 할 수 있다. 대기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스펀지처럼 대량으로 머금었다가 메마른 땅 위에 한꺼번에 쏟아붓고는 다시 혹독한 건조함을 부르는 열역학적 심술을 부리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오늘의 학교 현장을 둘러보면 어떠한가? 우리의 일상적인 삶의 터전인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는데, 우리의 교육은 여전히 교과서 속 “에어컨을 적정 온도로 틀자”, “음식물을 남기지 말자” 수준의 한가로운 도덕관념에 머물러 있다. 지구가 당장 숨이 넘어가는 재난 상황인데, 아이들에게 시험 문제용으로 “지구온난화의 원인 3가지를 쓰시오”라는 지식 암기식 교육을 시키고 있으니, 이 얼마나 웃지 못할 코미디인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