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매년 새로운 교육정책이 제안되고 반영된다. 아이들을 위함이라는 명분이 붙지만 학교현장에 적합한 것인지에는 여러 의견이 존재한다. 특히 사회적 이슈에 따라 급조된 정책들은 도대체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고 있는 것이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게 만들기도 한다. 이에 <더에듀>는 ‘중등교사노동조합’ 조합원 교사들의 의견을 듣는 연재 ‘중등교사 발언대’를 통해, 현장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자 한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논의에는 세 개의 요구가 나란히 놓여 있다. 절대평가로 전환하자, 서·논술형을 도입하자, 그리고 성적 부풀리기는 막아야 한다. 앞의 둘은 개편의 목표로, 마지막 하나는 온건한 단서처럼 따라붙는다. 그런데 이 셋은 함께 성립할 수 없다. 지금까지의 서논술형 전환 논의가 번번이 좌초된 핵심 원인이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고 외면해왔던 이야기다. 부풀리기를 막으라는 말의 뜻 점수가 위로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말은 지금 수준의 줄 세우기 능력을 유지하겠다는 말이다. 줄 세우기 능력이 유지되면 선발 경쟁의 강도도 그대로다. 경쟁의 강도가 그대로면 대비 수요도 그대로다.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목표는 이 문장 하나로 소멸한다
더에듀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현행 대학수학능력평가를 두고 “객관식에 답하는 능력을 테스트하는 건 초보 컴퓨터도 하는 방식”이라며 평가체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국가교육위원회도 지난 11일부터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과 절대평가 전환 등을 포함한 대입제도 개편안에 대한 본격적인 공론화에 들어간다. 고교학점제 도입에 난항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교육과정과 모순되는 대입 제도였던만큼, 대입제도 개편안 공론화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며 크게 환영한다. 현재 가장 큰 이슈인 수능 절대평가 전환과 서·논술형 문항 도입은 충분히 논의할 가치가 있다. 다만 절대평가가 상대평가보다, 서·논술형이 객관식보다 본질적으로 더 우월하거나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평가방식이라는 전제하에 논의가 진행되지는 않기를 바란다. 객관식과 서술형은 목적과 장단점이 다른 평가도구일 뿐이며, 절대평가와 상대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입시경쟁이 과열된 것이 수능 오지선다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는 없다. 더 좋은 학벌이 더 나은 직업과 삶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 한정된 학벌자본을 선점하려는 욕망이 경쟁의 본질에 가깝다. 인간의 욕망을 무시한 채 제도만 손보는 개혁은
더에듀 | 지난 8월 5일 국가교육위원회는 2028~2037 국가교육발전계획의 주요 방향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보고자료에는 교육과정·교수학습·평가·대입제도에 이르는 교육 전반의 혁신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고, 특히 수업과 학습의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서·논술형 평가 확대 등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중장기 대입개편을 위한 공론화의 목적도 분명하게 제시됐다. 국교위는 ‘수업·학습 혁신 촉진’, ‘공정성 확보’, ‘공교육 중심성 회복’을 대입제도 방향 설정의 주요 목적으로 두고, 수업과 학습 혁신을 위해 중·고교 서·논술형 평가 확대와 수능 서·논술형 평가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또 급우 간 극심한 경쟁체제를 완화하기 위해 고교 내신과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도 검토과제로 제시했다. 대입의 영향력과 대입의 목적은 같은가 문제의식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 대입이 학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 대학이 무엇을 평가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공부방식이 달라지고, 학교의 수업과 평가에도 영향을 준다. 학교교육이 특정 시험유형과 선발기준에 과도하게 종속되는 현상 역시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더에듀 | 세계 문학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도 뼛속에 각인되는 첫 문장을 꼽으라면 단연 레프 톨스토이의 명작 『안나 카레니나』의 도입부일 것이다. “모든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았고, 모든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 이 불멸의 통찰을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 현장에 대입해 보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진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잘나가는 행복한 학교는 서로 닮았고, 사사건건 시끄러운 불행한 학교는 저마다의 기상천외한 이유로 흔들린다.” 우리 주변의 학교들의 실상을 가장 솔직하게 드러내 보자. 어떤 학교는 교장실, 교무실, 행정실, 그리고 학부모회까지 톱니바퀴 돌듯 맞물려 평화로운 클래식 음악이 흐른다. 반면, 어떤 학교는 월요일 아침부터 금요일 퇴근길까지 교권 침해, 악성 민원, 학교폭력, 부서 간 갈등이라는 불협화음의 헤비메탈이 멈추지 않는다. 도대체 전국으로 번져가는 이 불행한 학교들의 ‘제각각인 이유’는 무엇이며, 우리는 이 꼬인 실타래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이 글에서는 인간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면서 학교 공동체의 평화를 되찾기 위한 ‘결자해지(結者解之)’의 해법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사사건건 충돌하는 학교들을 들여다
더에듀 | 지난 5일 경기교육청에서는 ‘편한교복으로 교복문화 대전환 추진계획’을 주제로 간담회가 개최되었다. 교육청 배포 자료에는 △편안함으로 입고 자율로 완성하는 교복문화 대전환 △교복 선택권 확대, 학부모 부담 완화, 학교 업무 경감 △교육공동체 숙의를 통한 제도 개선 등이 언급되었다. ‘편한교복’이라는 세련된 수사와 학교 민주주의의 위선 하지만 학생들은 교육청의 도움 없이도 이미 변화해 왔다. 학생자치회 선거 공약으로 교복 디자인을 공모 후 반영하고, 사복데이를 추진하며 자율성을 추구하기도 한다. 소속감과 자율성을 동시에 조화시키는 건강한 흐름이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민주주의처럼 보이는 이러한 일들이 실제로는 ‘착한 독재’를 학생들에게 학습시키는 과정이다.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에서 시작해 학칙으로 하위 위임된 복장 규정이 학칙에서 다시 학생생활규정으로, 학생생활규정에서 개별 교복규정으로 하위 위임되면서 의사결정권에 대한 법적 통제와 귀속의 ‘주어(Subject)’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어떤 학교는 민주적인 ‘교장’을 잘 만나면 공약이 실행되기도 하지만, 교장이 바뀌면 한순간에 그간의 자치 결과가 사라진다. 학생들은 민주주의를 가장하여
더에듀 | ‘독서 국가 선포식'으로 독서 진흥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학교 독서 교육의 핵심인 사서교사의 역할을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에듀>는 사서교사들의 생생한 교육 실천 사례를 공유해 현장의 독서 교육 방향성을 정립하고, 지속 가능한 독서 문화를 확산하고자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 소속 사서교사들의 수업 이야기를 살피는 시간을 마련했다. 수업 첫 날, 한 학생이 반려동물을 주제로 뉴스레터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은 처음에 매주 서로 다른 견종과 묘종을 소개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독자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 전체로 넓게 잡다 보니, 정작 강아지나 고양이 보호자 각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깊이 있게 전하기 어려웠다. 이에 누구에게 뉴스레터를 보내고 싶은지부터 다시 정해 보기로 했다. 독자를 반려견 보호자로 좁히자 담을 내용이 명확해졌다. 강아지의 질병 예방, 돌봄, 행동 이해, 강아지 용품 광고처럼 실제로 필요한 주제가 목차에 담기게 되었다. 이 수업은 1·2학년 희망 학생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다.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진로와 관심사를 독서로 넓히고, 이를 바탕으로 기획한 콘텐츠를 뉴스레터로 다른 사람과
더에듀 | 정치는 입만 열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국민을 위한다는 선언과 국민을 위한 제도는 같은 것이 아니다. 법과 정책이 실제로 누구의 권익을 보호하는지는 그 이름이나 명분이 아니라, 시행 이후 누구의 권리가 보호되고 누구의 권리가 약화되었는지를 통해 판단해야 한다. 최근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 기능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검사는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하더라도 직접 보완할 수는 없게 된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 권한의 남용을 막겠다는 것이 입법의 명분이다. 그러나 먼저 물어야 한다. 보완수사는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검사를 위한 권한인가. 아니면 미진하거나 잘못된 수사로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을 다시 살피기 위한 국가의 공적 기능인가. 경찰 수사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검찰 수사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다. 민주주의가 어느 한 기관을 무조건 신뢰하지 않는 이유다. 서로 다른 국가기관이 견제하고 보완함으로써 권한 남용과 판단 오류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다. 따라서 보완수사가 필요하다면 그것은 검사가 독점적으로 누리는 권리로 설계할 것이 아니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여름방학을 맞아 다시 이야기를 이어갈까 한다. 시간이 꽤 지났지만, 앞서 좌뇌형과 우뇌형으로 인간을 구분해 다른 학습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교육현장에 ‘두 번째’로 만연한 미신이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면 첫 번째는 뭘까? 학습 스타일(Learning Styles) 또는 학습 유형에 맞는 교수법 또는 학습법을 사용하면 학습이 더 잘 이뤄진다는 믿음이다. 사실 학습 유형 이론은 다양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독자들을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을 소개하자면, 사람에 따라 시각·촉각·청각 학습 중 더 잘 맞는 학습이 있다는 식이다. 여기에 사회적인 학습을 더하거나 시각을 시각과 문자 학습으로 나누기도 한다. 그 외에 몇 가지 대표적인 것을 언급하자면, 인지·감성·생리로 구분하기도 하고, 인지의
더에듀 | ‘교육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는 거창한 말을 꺼내기가 너무 민망하고 학교가 이렇게까지 스스로 얼굴에 먹칠을 하고 미처 돌아가는 줄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작년 8월 서울의 한 특성화 고교 ‘인공 지능 활용 능력 민간 자격 시험’에서 발생한 집단 부정행위 사건이 그것이다. 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이토록 윤리적 도덕 해이 상태로 추락한 것인지 심히 공포스럽다. 이는 지난 7월 31일, 1년이 다 되어 가는 현시점에서 뒤늦게 언론 매체인 위키트리 기사와 YTN 보도를 통해 밝혀진 것이다. 사건의 내막은 이렇다. 지난해 8월, 인공지능 활용능력 민간 자격시험이 열린 한 서울의 고교 교실에서 상식적으로 1도 납득하기 힘든 비리가 저질러졌다. 시험을 감독하고 학생들을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교사가 앞장서 우수 학생의 답안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그리고 비대면 실시간 카메라 감독을 피하기 위해, 노트북 화면에 답안을 띄워 칠판 크기로 확대해 교실 전체에 공유했다. “1번은 무엇, 2번은 무엇”이라며 교사가 직접 ‘집단 커닝’의 판을 깔아 주었다. 이것이 과연 신성한 배움터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이렇게까지 해서 시험을 쳐야 하나 회의
더에듀 | 챗GPT에게 보고서 초안을 맡기고, 내비게이션에 길을 맡기고, 계산기에 연산을 맡긴다. 이 편리함의 이면에서, 우리는 스스로 눈치채지 못한 채 ‘생각하는 습관’ 자체를 조금씩 내려놓고 있는지도 모른다. 최근 학계는 이 현상을 ‘인지적 항복(cognitive surrender)’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인지적 항복’이란 무엇인가 와튼스쿨의 Steven D. Shaw와 Gideon Nave는 「Thinking—Fast, Slow, and Artificial」 논문에서, 카너먼의 시스템 1(직관)·시스템 2(이성) 이론에 AI를 제3의 인지 체계(시스템 3)로 추가하는 ‘삼중 시스템 이론’을 제시했다. 이들은 인지적 항복을 “AI가 만든 답을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받아들이며, 스스로의 추론 과정을 AI에 넘겨버리는 상태”로 정의한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다. 참가자의 73.2%가 명백히 틀린 AI 답변을 그대로 수용했다. 더 우려스러운 지점은, AI가 절반가량 오답을 낼 때조차 참가자들의 확신은 오히려 상승했다는 것이다. AI의 유창하고 자신감 있는 말투가, “다시 검토해야 한다”는 내부 경고 신호 자체를 꺼버리기 때문이다. 시간에 쫓길 때